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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 in 타우랑가 Tauranga(6-1)

by 킨스데이

About 타우랑가

마오리 언어로 "휴양지 Rest of Place" 란 뜻을 가진 발음하기도 낯선 이름의 도시, 타우랑가 Tauranga는 북섬의 베이 오브 플렌티 Bay of Plenty의 최대 항구 도시로 대략 14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차량으로 오클랜드에서는 남서쪽 방향으로 3시간, 로토루아에서는 북서쪽으로 1시간가량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다. 날씨가 온화한 편으로 마웅가누이 산(Mt. Maunganui)과 끝없이 펼쳐진 해변이 유명하고 은퇴한 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의 본사가 있으며 키위 농장들도 간혹 볼 수 있다.


예전에 타우랑가에서 열린 코하우징 워크숍 Co-housing Workshop을 참석하기 위해 코워킹 오피스와 카페 등 또다시 추억의 장소를 방문할 겸 이 동네에서 워케이션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라타키 일몰 해변 전경 ⓒ 킨스데이 2022


해변 산책이란 모닝 루틴

서울에서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노트북 앞에 바로 앉아 하루 일과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에어비앤비에서 걸어서 4분 거리에 있는 Arataki 해변을 아침마다 산책하는 모닝 루틴이 생겼다. 마웅가누이 비치부터 쭈욱 남쪽으로 이어지는 해변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바다, 그리고 모래사장. 산책하는 주민들과 펫, 아이들, 바다갈매기가 점으로 느껴질 정도로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흐릿한, 신이 만든 대자연이란 캔버스에 담긴 이 광경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고 뻥 뚫리는 스트레스 해방감을 느꼈다. 그동안 2개월에 걸쳐 뉴질랜드 북섬 여러 곳을 여행했지만 이렇게 거대한 스케일의 해변은 처음인지라 마치 낙원을 걷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거의 3개월에 걸친 워케이션으로 인해 대학교 강의 및 오프라인 코칭 기회들을 놓쳐 반 백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복잡해진 마음을 어느 정도 가라앉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주인이 던지는 공을 찾아 바다로 뛰어들어 파도를 헤치며 바다를 달리는 펫들의 모습을 보며 '이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펫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조개껍질로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을 보며 이게 행복이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심지어 2박 3일 머문 에어비앤비 하우스에는 'Private Beach Access'가 있어 문을 열면 바로 해변으로 나갈 수 있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아라타키 아침 해변 전경 ⓒ 킨스데이 2022


여기 해변은 제로 웨이스트 지역이었다. 따로 지정된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 해변가와 달리 쓰레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번은 플라스틱 물통 뚜껑을 발견해서 집에 가져와서 버렸다. 다음 날에는 사탕 껍질을 발견했지만 전반적으로 이렇게 쓰레기 없는 해변은 처음 보았다. 모래사장에는 조개껍질이나 나무 조각, 바다에서 밀려온 미역같이 생긴 해양 식물 이파리들이 전부였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니 쓰레기가 없는 거겠지. 여름에는 어떨지 몰라도 겨울 해변가는 말 그대로 눈뜨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 그 이상이었다. 그래서 모래사장을 걱정 없이 맨발로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세대에 걸쳐 자연을 케어하고 보전하려는 뉴질랜드 현지 주민들의 인식과 실천 행동의 결과물이 아닐까. 우리가 반드시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처음으로 뉴질랜드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모닝 해변 산책은 이번 워케이션 여행에서 발견한 큰 선물이었다. 매일마다 아침과 저녁에 달라지는 하늘과 바다의 색채감을 아이폰 XR 카메라에 담기엔 역부족 일정도였다. 컬러리스트나 디자이너, 아티스트들이 이곳에서 컬러 관련 다양한 영감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창 들떠있던 나에게 '쓰나미가 닥치면 매우 위험한 동네'라고 말하는 친구의 이성적인 발언으로 현실을 다시 직시하게 됐지만 말이다. 또 한 가지 굳이 단점을 꼽자면, 타우랑가 국내 공항이 근처에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비행기 소음으로 인해 넷플릭스를 보다 멈추고 기다렸다 다시 틀어야 할 정도라는 것 정도.


제로 웨이스트 해변 ⓒ 킨스데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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