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랑가에서 2주 넘게 지내면서 지난 번에는 해변가 산책에 대해서 얘기했다면 오늘은 추천하고 싶은 장소와 경험담을 다음과 같이 나누고 싶다.
망가누이 산 해수 온천
타우랑가에서 가까운 망가누이 산은 휴화산으로 트레킹, 해변 산책, 낚시, 서핑, 수영 등 관광지로 유명하고 고급 빌라들이 즐비하다. 이 중에서 1년 내내 운영하는 해수 온천은 가족과 친구, 연인들 사이에서 인기 많은 말 그대로 이 동네에서 가장 힙한 장소 중 하나다. 입장료는 성인(주민)은 10 NZD (약 8,300 원), 성인(외지인)은 20 NZD (약 16,600 원)를 받고 있으며 해수 온천에 몸을 담그면 뭉친 근육과 피로가 풀리며 피부도 매끈해진다. 야외 풀장은 등 마사지, 발 마사지 등 자쿠지 기능이 있는 37-39도 온도의 대형 풀장과 스파 풀장, 33도 온도의 액티브 풀장, 아이들 풀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프라이빗 풀장도 있다. 주말이면 가족들로 바글바글한 편. 반드시 수영복을 이어야 한다. 가장 큰 장점은 물속에 몸을 담그고 푸른 하늘과 망가누이 산의 전경을 맘껏 즐기면서 릴랙스 할 수 있다는 것. 밤에는 별들을 보며 물놀이를 하는 사람도 많다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가드들이 주위를 맴돌며 수분 섭취를 권장한다. 2.5년 전에 처음 왔던 곳인데 그때도 좋았지만 이번에도 따스한 햇볕 아래 여독이 스르륵 풀리는 기분이라 상쾌했다. 이곳은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장소.
Bayfair 쇼핑몰과 왕마트 Wang Mart
해외여행을 할 때 내가 제일가기를 꺼려하는 곳이 쇼핑몰인데 카운트다운 Countdown 슈퍼마켓과 외식, ATM기 사용을 위해 베이페어 쇼핑몰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들렀다. 극장과 다양한 브랜드샵, 서점, 식당과 카페로 구성되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부터 청소년, 친구, 연인까지 동네 주민들의 여가 시간을 책임지는 곳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쇼핑에 크게 관심이 없는 탓에 쇼핑몰에 갈 때마다 필요한 용건만 간단히 처리하고 나왔다. 차로는 5분 거리,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어 이용에 편리했다. 다행히 카운트다운 슈퍼마켓에서는 정체모를 아시안 김치와 진라면, 고추장, 김 등 한국 제품도 살 수 있다. 요즘 한국 신문에 농심이 적자를 기록하고 오뚜기가 선방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해외에 나와보니 오뚜기 글로벌 영업 판로의 힘이 한몫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신라면 건면을 가장 선호한다.
이왕 한국 식품에 대해 얘기가 나왔으니 좀 더 덧붙이자면 이제 뉴질랜드에 사는 한인들도 한국 식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전용 슈퍼마켓이 있다. 미국에 H Mart가 있다면, 뉴질랜드에는 Wang Mart란 한인 마트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시아 식재료를 파는 곳들에서 비슷한 제품을 구매해야 했다면 이 마트는 한식 재료가 메인이고 일본, 동남아시아가 서브로 구성돼있을 정도이다. 오클랜드의 Albany에 있는 곳이 가장 규모가 큰 것 같고 타우랑가에도 아담한 왕마트가 있어서 얼마 전에 친구의 도움을 받아 다녀왔다. 평소 점심 식사용으로 CJ 현미밥 햇반과 미역국 컵밥, 고추장 비빔밥 컵밥, 강된장 비빔밥 컵밥, 무말랭이 반찬과 깍두기, 불고기, 사골곰탕 등 50 NZD 어치(약 41,000 원)를 구매했다. 여기 마트는 체크카드만 받아서 현금으로 계산했다. 한국 소비자 가격을 대략적으로 알기에 선뜻 제품에 손이 가는 게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이렇게 해외에서 우리 식음료 제품을 구매 가능한 게 어디냐고 감사한 생각마저 들었다.
타우랑가 크리스천 커뮤니티 'The Santuary'
타우랑가 시내에 크리스천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이 있다. 이름은 바로 The Santuary. 영어로 피난처, 안식처란 뜻.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와서 말씀 묵상, 성경공부, 찬양, 교제를 할 수 있다. 아이들 놀이방도 있고 부엌과 화장실도 구비되어 있는 공간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찬양 시간이 있다. 찬양팀에서 연주를 하는 친구를 따라 우연히 참석하게 됐는데 한국의 목요찬양예배가 떠올랐다. 다만 여기에서 다른 점은 남녀노소 정말 모든 세대가 아울러 함께 찬양을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리드를 하거나 기도를 하는 목사님도 없다. 특별한 형식 없이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였고 누구나 그냥 들려서 잠시 기도를 하거나 찬양을 하거나 중간에 말씀을 크게 읽어 나누거나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오픈된 찬양 시간이었다.
요즘에는 전반적으로 종교가 없는 사람이 늘거나 종교가 있어도 이 사실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인지 국내외 교회들도 젊은이들이 별로 없고 나이 든 분들 중심으로 그 명맥을 이어간다고 들었다. 심지어 해외에서는 교회들이 문들 닫고 그 자리에 클럽이나 극장이 들어섰다는 뉴스는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이런 현실에서 The Santuary 커뮤니티는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너무 느슨한 수평 구조의 연대라 이게 돌아갈까 싶긴 한데 그래도 젊은 부부가 사명감을 가지고 시간과 공간, 콘텐츠 기부를 통해 이렇게 크리스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어 놀라웠다. 얼마 전 한국의 대기업 다니는 친구가 "이제는 커뮤니티와 팬덤이 대세이다. 그리고 이것을 NFT로 강화할 수 있다"는 골자의 마케팅 트렌드 발표자료를 공유해줘서 읽은 적이 있다. "팬덤 커뮤니티"의 원조는 바로 교회를 포함, 종교 단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급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리고 여전히 어려운 점은 이런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감하고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매니지먼트' 부분이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이 조직 문화에 대해서 어렵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래서 앞으로 The Santuary의 행보가 궁금하고 이 크리스천 커뮤니티가 과연 어떤 사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