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워케이션 중 코로나19에 확진되다

by 킨스데이

태국 방콕에 오기 전 2가 백신도 맞고 독감 백신도 맞았으며 더운 대낮에도 KF 94 마스크로 무장했건만 코로나19에 처음으로 확진되고 말았다. 그냥 냉방병인 줄 알았다. 두통이 심하고 38.38도로 열이 낫으며 코감기에 몸살이 왔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혹시나 하고 뉴질랜드 공항에서 받았던 RAT 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했더니 처음 보는 두 줄. 양성이다. 드디어 마침내 코로나에 걸리고 만 것이다. 순간 아찔했다. 하지만 침착하게 바로 한국인 코디네이터에게 연락해 이 사실을 알리고 접촉했던 이들에게 검사 맡기를 독려한 뒤 호텔방에서 1주일 자가격리에 돌입했다.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다고 판단되어 현지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한국인 코디네이터가 얼음팩과 타이레놀, 물과 과일, 먹거리 등을 구입해서 방앞으로 날라주었고 주변 한국인 동료들도 샐러드며 과일이며 디저트며 호텔방 문고리에 하나씩 걸어주셨다. 태국 스타트업 대표는 가글을 위한 소금과 인해 일러, 허니 드랍스 같은 약국 아이템을 보내주었다. 며칠 전 태국 스타트업에서 Grab Food E-voucher를 보내줬을 때만 해도 "현금으로 주지 불편하게..."라고 입을 비죽거렸었는데 점심, 저녁에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 참치 야채죽과 미역국, 갈비탕과 치킨라이스에 망고 스무디까지 입맛대로 골라가며 주문을 했다. Grab Food가 없었다면 나는 매번 미안하게 주변인들을 괴롭혔을 텐데 태국의 기술 발전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태국 스타트업 동료가 배달 기사에게 보낼 메시지를 태국어로 작성해서 보내주었다. 이를 카피 앤 페이스트 하면서 배달기사와 소통했다. 호텔에서는 음식 배달을 프런트 데스크에 맡기면 방으로 올려다 주었다. 3일간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고 앓다가 4일째가 되니 열이 내리고 코가 뚫리면서 조금 살 것 같았다. 다들 이렇게 코로나를 겪는구나. 그나마 백신을 맞고 와서 이렇게 가볍게 지나가는 거겠지. 호텔방에만 있으니 내가 방콕에 있는 건지 한국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정신이 돌아오니 노트북을 켜고 그간 미뤄두었던 업무 팔로업을 조금씩 해나가기 시작했다. 잔기침과 가래가 나는 정도이지만 그래도 한결 몸이 가뿐해진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한 고비를 넘기는구나. 다행히 후각과 미각을 잃지 않았다. 너무 누워있으면 욕창이 생길까 봐 호텔방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운동에 도전해봤다가 중간에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너무 지겨우면 <스물다섯스물하나> 마지막 편을 다시 시청하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방안 한켠에는 배달음식 포장과 플라스틱 생수병으로 인해 중간 사이즈 비닐백으로 다섯 개의 쓰레기 봉지가 자리를 차지했다. 태국은 플라스틱 비닐백의 천국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7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아침 일찍 호텔 문을 나섰을 때 낯선 더위가 훅 몸을 감쌌다. 그렇지, 난 방콕에 있었지. 호텔 근처의 아침 시장을 향해 걷다 보니 땀이 차오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했다. 아침 식사로 청귤 주스와 구운 바나나, 게살 라이스롤을 구입했다. 오랜만에 현지인과의 소통을 하고 있자니 느낌이 새로웠다. 뭔가 정겹다고 해야 할까? 북적대는 아침 시장의 좁은 골목을 거니는데 미소가 절로 나왔다. 사람 사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구나. 오후에는 태국 스타트업에서 알려준 호텔 주변의 나이스한 코워킹 스페이스에 자리를 잡고 온라인 위클리 미팅에 참석했다. 보수적으로 마스크를 썼던 탓일까? 나로 인한 추가 감염자는 나오지 않아 감사했다. 이렇게 나는 아주 조금씩 천천히 방콕 워케이션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Slowly Back to Norm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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