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면서 이번 워케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동안의 방콕 출장이나 여행이 겉핥기식의 짧은 방문이았다면 이번에는 한 달 동안 43년 동안 구축해온 나만의 컴포트 존을 벗어나 새로운 그 어디 즈음에 발을 한 발 담가보기 위한 도전이다. 설레기도 하도 담담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되는 상황에서 KF94 검정 마스크 속에 내 표정을 살짝 감추고 호텔까지 마중 나온 친절한 태국 스타트업 직원을 따라나섰다.
스카이 트레인인 BTS로 한 정거장 그리고 지하철인 MRT로 한 정거장을 타면 태국 스타트업 사무실이 있는 쇼핑몰 건물에 도착할 수 있다. BTS와 MRT 모두 오전 7시-8시 출근시간을 피해 느지막이 출발해서 그런지 나름 덜 북적이는 편이었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서 스카프나 카디건이 필요할 정도였다. 교통 카드는 오렌지색 BTS 카드와 파란색 MRT 카드 하나씩 총 두 개가 필요하다. 태국 스타트업에서 400바트(약 16,000 원) 씩 충전해서 나눠주었다. 해당 비용을 다쓰면 해당 역에서 충전을 할 수 있다. BTS와 MRT는 사업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통합 카드는 없다고 들었고 둘 사이의 환승 구간이 조금 애매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MRT는 비자 신용카드로도 통행이 가능한데 개찰구에서 카드 찍는 위치가 위아래 두 곳이라 이를 헷갈려하는 외국인들을 여럿 보았다. 참고로 위가 비자카드, 아래가 MRT 카드를 찍는 위치다. 여기 와보니 서울의 지하철과 버스 환승 시스템이 나름 잘 정비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서울에 살면 웬만해서는 대중교통 타는데 훈련이 돼서 그런지 어디 가나 금방 익숙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타국에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그리고 분에 넘칠 만큼 친절하게 안내를 받으니 태국인들의 서비스 마인드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근무할 스타트업은 Samyan Mitrtown 2층에 위치해있어 MRT 역과도 연결이 되고 위아래 층에 여러 식당과 푸드코트, 카페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는 쇼핑몰이라 나름 근무 환경이 쾌적한 편이었다.
BTS와 MRT 외에 다른 대중교통은 버스와 그랩이 있다. 버스는 아마도 이번에 도전할 기회가 희박하겠지만 그래도 구글맵을 보면 사용도 가능해 보인다. 버스는 BTS와 MRT의 빈 공간을 잘 채워주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동남아 여행의 필수 다운로드 앱 ' 그랩 Grab'이 있다. 그랩 앱을 다운로드하면 그랩 바이크(오토바이), 그랩 택시, 그랩 SUV, 그랩 Car 등 용도에 따라 차량 종류 선택이 가능하다. 여행 경험이 많은 지인은 예전에는 방콕에서 오토바이를 이용하려면 외국인은 2~3배 무조건 비용을 높게 불렀는데 그랩이 있어서 미터기로 자동 계산이 되니 사용해볼 만하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나는 도전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여전히 '오토바이는 길 위의 무법자'라는 보수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굳이 내 몸뚱이를 방콕 도로 위의 한가운데에 두고 실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행자보험에 가입했지만 해외에서는 가능하면 안전하게 조용히 지내자는 게 내 여행 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저녁 8시가 넘으면 혼자서는 호텔 밖을 절대 돌아다니지 않는 편이다. 그랩 사용 방법은 카카오 택시나 우버와 비슷하다.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목적지와 내 출발 위치를 정하고 버튼을 클릭하면 끝. 이밖에도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툭툭을 이용하기도 한다. 세 발 오토바이 형태의 이동 차량인데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주변 환경을 둘러볼 때 유용한데 오토바이보다는 조금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운전기사와 가격 흥정을 해야 하고 위치도 정확히 소통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데려다 주기도 한다. 함께 온 한국인 동료들이 얼마 전 툭툭을 타고 출라롱컨 대학교에서 Silom MRT 역으로 가려고 했으나 운전기사가 이해를 달리해 Siam BTS 역에서 내렸다는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운전기사에게 화를 내서는 안된다. 길도 헤매 보고 다른 방향의 지하철을 잘못 타기도 하는 것이 다 해외여행에서의 추억 쌓기가 아닐까? 몇 년 만에 돌아온 방콕은 그 사이 많은 발전이 있었고 대중교통 인프라가 개선되어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한결 더 저렴하고 편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의 교통체증은 정말 예측하기 어려우니 반드시 피하는 게 좋다. 2 킬로미터 가는데 2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길거리의 신호등 시간도 긴 편이다. 보통 1분이다. 그래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느긋하게 천천히 걸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에게는 신호를 기다리면서 인내심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다.
참고로 2021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태국은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로 23개의 완성차 조립 및 오토바이 조립 공장, 약 400개의 Tier1 제조기업, 1,700개에 달하는 Tier 2 기업을 보유해 자동차 생산을 위한 탄탄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산업 분야에 85만 명의 노동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이 GDP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런 시장을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도요타가 1위, 이스즈가 2위, 혼다와 미쓰비시, 닛산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Samyan Mitrtown 3층의 아담한 현대자동차 쇼룸을 지나가는데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