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에코빌리지의 지속가능성
워크숍 강사인 로빈에 따르면 어스송 에코빌리지는 프로젝트 초반부터 친환경적인 에코빌리지의 지속가능성측면을 우선순위에 두고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Earthsong eco-neighborhood 예를 들어 토지 '임장 활동(현장조사나 부동산답사를 다니는 것)'을 할 때부터 아래와 같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매물을 평가했다고 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5. 강풍 안전, 8. 식량 재배용 대지 확보 10. 빗물 관리 등 하수 처리, 11. 큰 나무들 식재 여부 12. 유독성 물질이나 오염 정도 13. 땅의 에너지 등과 같이 환경적이고 지속가능적인 요소를 크게 반영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저도 앞으로 임장 할 기회가 된다면 참고해야겠습니다.
어스송 에코빌리지는 멤버들이 다 함께 카테고리별로 최대한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고 적용했습니다.
[에너지]
뉴질랜드는 북섬 해변가 근처의 지역인 경우, 전반적으로 한국대비 여름과 겨울 날씨가 온화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에어컨이 없는 집도 많습니다. 다만 겨울에는 우리나라처럼 영하 -10도~-20도 이렇게 기온이 급강하를 하지는 않지만 온돌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집 안에 난로를 설치해 나무를 때거나 히터를 틀어 난방을 하지만 오래된 집일수록 열효율이 급격히 떨어져 추워서 패딩을 입고 지내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또 추적추적 비가 오고 잿빛 하늘이 잦아 기분이 다운되기 십상이죠. 즉,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햇빛 파랗게 맑고 청명한 겨울과는 대조를 이룬다는 것이죠. 그래서 으스스 춥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오클랜드의 서쪽에 위치한 어스송 에코빌리지는 에너지 측면에서 난방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 보존 (Conserve): 고효율의 단열 난방을 하고 이중 창호, 보온 커튼, 외풍 없는 문과 창문을 설치
- 수집 (Collect): 북향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열이 집 내부에 최대한 머물 수 있게 함. (뉴질랜드는 남반구라서 우리나라와 같은 북반구의 남향 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향을 선호한다고 보면 됨)
- 저장(Store): 콘크리트 바닥이나 다진 흙벽과 같이 무거운 재료를 사용해 열저장
- 분배 (Distribute): 방 배치, 개구부, 자연 공기 순환으로 집 내부에 열전달이 잘 분배되도록 함.
- 보호(Protect): 특별히 제작된 오버행을 창가에 달아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고 강풍을 막음.
- 분산 (Disperse): 환기를 통해 열이 순환되어 집 내부 곳곳으로 분산할 수 있도록 조치
어스송 에코빌리지의 경우, 패시브 솔라 태양광 패널을 설치, 전체 전기 에너지의 25%를 커버하고 있고 전체 에너지 사용량도 국가 평균치 대비
[건축 자재]
어스송 에코빌리지에서는 아래와 같은 기준을 이용해 건축 자재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 채취(Extraction) 또는 제조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야 함.
- 재생가능하거나 공급을 연장하기 위한 조치가 가능해야 함.
- 내재 에너지가 낮아야 함(내재 에너지란, 천연자원 채취로부터 제품 배송에 이르는 건물 건축과 관련된 전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
- 건축업자 및 거주자르 위해 제조 시 독성이 낮아야 함.
- 내구성이 좋고, 독성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함.
- 재사용 혹은 재활용이 가능해야 함(합성 또는 접착 불가)
이렇게 한 결과, 어스송 에코빌리지의 벽은 350mm 다진 흙, 목재 골조, 양모와 폴리에스테르 단열재로 가공된 목재를 사용해 견고하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느낌을 냈다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견고하고 자연적으로 내구성이 있는 목재를 구조, 내외부 마감, 접합에 사용했습니다. 특히 접착제 범벅에다 재사용이 불가능한 파티클 보드(나무 부스러기를 압축하여 수지로 굳힌 건축용 합판)나 기타 중간 밀도 섬유판(medium-density fibreboard, MDF)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해가 유색 콘크리트 바닥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도록 낸 여러 창과 바닥에는 내구성이 뛰어난 저광택 동유(tung oil)와 정제 감귤류 희석제(citrus thinner)를 사용했습니다. 내부 목재 마감에도 동유와 정제 감귤류 희석제를 사용했고, 목재 프레임과 석고보드벽 안쪽은 통기성이 좋은 바이오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이들은 고열용량 자재를 사용해 뉴질랜드의 표준경량 자재로 지어진 주택보다 겨울에는 더 따뜻하고 여름에는 더 시원하다고 합니다. 비막이 판자에는 가장 독성이 적다고 알려진 CD50 오일을 썼으며, 지붕은 물을 모으기에 적합하고 미학적으로도 뛰어난 경량 골판지 금속을 사용했습니다. 이때 집수용 파이프는 PVC 파이프가 아닌 폴리프로필렌 파이프를 이용했습니다.
[물]
어스송 에코빌리지에서는 두 가지 형태로 물을 사용하는데, 식수는 지역 상수도 급수를 이용하고 그 외에 다른 생활용수는 3만 3천 리터짜리 워터 탱크 여섯 개에 빗물을 받아서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각 가구별로 수량 계량기를 설치해 물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물 사용량이 적은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물 사용에 대한 인식이 높아 가구당 총 물 사용량이 일반 주택보다 훨씬 적다고 하네요. 또한 주차장으로 연결된 도로는 침투성 포장재를 사용해 폭우가 내려도 토양 속으로 흡수될 수 있게 했으며, 빗물과 워터탱크에 넘치는 물이 자연스럽게 조경 식물과 개구리와 오리가 사는 북쪽 대형 연못으로 흘러가게 설계해 퇴적물을 여과시키고 식물에게 영양 공급을 하며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데 기여했습니다.
[쓰레기 처리]
어스송 에코빌리지에서 배출된 쓰레기양은 오클랜드의 평균 가정 대비 1/3 보다 적다고 하는데요. 이는 쓰레기 처리 관련 내부 규칙을 잘 준수하고, 재사용(Reuse)과 재활용(Recycle)을 중심으로 환경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멤버들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음식 쓰레기와 정원에서 배출된 쓰레기: 현장에서 처리되어 토양으로 돌려주기 위해 통기성이 뛰어난 퇴비통과 EM 보카시 시스템(일본에서 도입된 방법으로 EM 용액을 사용해 쓰레기를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하는 방법) 및 농장에 지렁이를 키우는 방법 활용함.
- 나뭇가지: 나무 가지를 깎아 정원 길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큰 가지의 경우, 커뮤니티 하우스나 개인 가정에 장작불을 피우는데 땔감으로 이용함.
- 생태 화장실: 어스송 에코빌리지에서는 지역 의회와 협업 프로젝트로으로 커뮤니티 하우스에 한 개를 설치해서 실험적으로 이용하고 있음. 화장실에서 배출된 퇴비는 주변 관상용 나무나 개인 정원에 사용함.
- 프리샵(Free Shop) 운영: 커뮤니티 하우스 한 켠에 프리샵을 운영해 멤버들이 필요 없는 책, 옷, 주방기기 등을 무료 나눔 함.
- 재활용 분리수거: 플라스틱, 유리, 금속, 종이는 분리해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처리함.
- 쓰레기 교육: 멤버를 대상으로 쓰레기 처리 관련 교육을 캐주얼하게 진행하며 지속적으로 쓰레기양을 줄이는 데 필요성을 인지하도록 노력하고 있음.
[통신]
초반에는 각 가정별로 인터넷 서비스를 설치했으나 지금은 한 개의 브로드 밴드 서비스를 어스송 에코빌리지에 설치해 원하는 가정은 해당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
에코빌리지는 말 그대로 환경친화적인 마을입니다. 어스송 에코빌리지가 처음부터 환경에 대한 뚜렷한 정체성과 규칙을 가지고 에너지, 건축자재, 물, 쓰레기 처리 등 에코빌리지를 건설하는 전반 과정에 걸쳐 멤버, 건축가, 건설업자 모두 함께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썼다는 점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초반에는 자본적, 물리적인 이유로 바로 적용이 안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순차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유연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단기간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는 한국인의 특성상, 어쩌면 이런 결정은 어렵겠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전이 명확할수록 그리고 그 비전을 바라보는 멤버들의 의지와 열정이 강할수록, 그리고 진정한 웰빙과 웰에이징의 삶을 추구하고 싶다고 미닝아웃하는 소수의 그룹이 모인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제가 만약 작은 에코빌리지를 만든다면, 어스송 에코빌리지의 신재생 에너지 사용과 친환경 건축 자재, 빗물 사용, 음식쓰레기 퇴비 사용, 프리샵 운영은 참고해서 반영해 볼 예정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어스송 에코빌리지의 법적, 재정적 구조를 살펴보고 리더십 부분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