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살펴볼 에코빌리지는 영국의 스프링힐 코하우징 커뮤니티(Springhill Cohousing Community)입니다. 스프링힐 코하우징 커뮤니티는 런던에서 기차로 2시간 떨어진 스트라우드 지역에 35세대 80명이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가 강한' 영국에서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른 채 지내는 경향이 있어 '외로워서' 코하우징 커뮤니티에 조인했다는 시니어 멤버들이 있을 정도로 커뮤니티에 대한 니즈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토지 매입 후 코하우징 커뮤니티를 디자인, 건설한 영국의 첫 번째 멤버 주도 코하우징 커뮤니티 케이스라고 합니다. 뉴질랜드의 어스송 에코빌리지와 비슷하지요.
1998년 처음 코하우징 커뮤니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논의를 시작했고, 1999년 투자자를 모아 토지를 매입한 후 2001년에서야 건축 허가를 받았으며 2002년 5월 공사가 시작돼 2003년 11월에 멤버들이 입주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완공되는 데 까지 2년이 걸렸습니다. 구청에서는 허가를 받기 위해 2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는데 구청에서는 "히피, 녹색정당,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반대를 했고 해당 토지를 소유하고 싶어 구청에 로비를 했던 사람은 코하우징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코하우징 커뮤니티가 전 세계 곳곳에 늘어나고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코하우징 커뮤니티'가 생소했던 개념이어서 이런 해프닝이 일어난 것이겠죠. 또한 매입한 토지가 언덕에 있어서 건축가들이 어려워했고 회사가 아닌 '주민협의체'가 소유주란 이유로 건설을 꺼려해서 생각보다 시간이 더 많이 지체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임이 시작된 후로 완공까지 총 6년이 걸려 마침내 스프링힐 코하우징 커뮤니티가 탄생했습니다.
이 커뮤니티에는 4세부터 8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멤버들이 모여서 살고 있어 아이들은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랑과 애정을 받고 시니어 멤버들은 손주 같은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 중 하나인데요. 멤버들은 18세 이상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 달에 한 번씩 4명이 팀으로 공동요리를 준비하고 연간 20시간씩 커뮤니티를 위한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이 의무사항인데 주로 정원 관리, 공용공간 청소, 페인트칠, 문서작업 등이라고 합니다. 매주 수, 목, 금요일에는 커먼 하우스(Common House) 식당에서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요가, 노래, 바느질 등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며 크리스마스에는 주민들로 구성된 연극도 합니다. 커먼 하우스 1층에는 탁구대와 당구대가 있고 공용 세탁기와 목재작업장도 있습니다. 커뮤니티 내에서의 술과 담배는 어느 정도 허용됩니다.
하지만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다 보니 갈등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특히 '소음'과 관련된 갈등이 가장 잦은 편인데 갈등 해결을 위해 '갈등 조정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갈등이 생기면 각자 문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한 인격의 버디를 1명씩 데려와 갈등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충분히 듣게 한 뒤 버디끼리 만나 대화하고 그 이후 4자 대면으로 대화를 해 갈등의 90% 정도를 해결했습니다. 나머지 10%를 해결하기 위해 멤버들 모두 비폭력 대화를 배우고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의사결정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2주에 한 번 정기적인 회의도 진행합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주택을 건축할 때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고, 에너지의 최대 75%까지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홍수 및 수질 보호를 위해 빗물을 사용하고 야생동물 친화적인 소재 사용 및 기능을 구현해 실개천, 작은 폭포, 연못을 조성했습니다. 투과성 포장 소재로 지어진 주차장은 별도 공간을 만들어 car-free 환경을 조성했고, 개인 정원은 없지만 공용 정원을 조성해 멤버들이 함께 관리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스프링힐 코하우징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뉴질랜드의 어스송 에코빌리지와 공통점과 차이점이 보였습니다. 공통점으로는 커뮤니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커뮤니티가 완공됐다는 점, 환경을 고려해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정원, 연못 등 야생동물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 갈등 조정을 위한 매뉴얼이 있고 이를 예방, 조율하기 위해 멤버들이 모두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차이점이라고 하면 어스송 에코빌리지는 지속가능성 관련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의 수입원이 발생해 커뮤니티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반면(해당 목적이 비전에 들어갈 정도로 중요하고 보조금도 지원받기도 했기 때문에), 스프링힐 코하우징 커뮤니티는 사전 예약 방문은 가능하나 수입이 발생하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스프링힐 코하우징 커뮤니티가 좀 더 자주 모인다는 점 (식사 주 3회, 2주마다 정기 회의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 어스송 에코빌리지는 프라이버시와 커뮤니티 간 균형을 중요시 여기는 반면, 스프링힐 코하우징 커뮤니티는 커뮤니티에 좀 더 무게를 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점이 싫어서 떠난 사람도 있고 좋아서 오랫동안 거주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개인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가구가 716만 세대로 1인가구 비중이 33.4%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특히 50대-70대 시니어 비중이 높다고 하는데 시니어 친화적인 실버타운도 있지만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 살 수 있는 코하우징 커뮤니티가 이런 1인 가구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코하우징 커뮤니티에 살고 싶다는 의지와 커뮤니티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건강, 주택 매입이 가능한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요. 다양한 세대가 서로 어울려 적극적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스프링힐 코하우징 커뮤니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영국에 가게 될 기회가 있다면 꼭 방문해보고 싶네요.
<3줄 요약>
* 사람들이 먼저 모여 논의하고 토지 매입 후 주택 건설한 코하우징 커뮤니티로 영국에서 첫 번째 사례임.
* 35세대, 80명의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멤버들이 커뮤니티 활동에 집중하며 갈등 조정을 위해 노력함.
* 최대 75% 태양 에너지 사용, 주택 건설 시 친환경 자재 이용, 야생동물 친화적인 수로 개발 및 관리, 공용 정원 및 Car-free 환경 조성을 통해 친환경적인 요소 반영함.
자료 출처: <마을의 귀환>,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오마이북
https://www.ic.org/directory/springhill-cohousing-community/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36130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