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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빌리지를 산책하다 ③독일 지벤린덴 생태마을

6세대를 내다보며 의도적으로 불편한 삶을 선택한 사람들 이야기

by 킨스데이


오늘 저와 함께 산책할 에코빌리지는 바로 독일 지벤린덴(Sieben Linden) 생태마을입니다. 독일어로 '보리수 일곱 그루'라는 뜻으로 처음 생태마을에 보리수나무 일곱 그루가 있어 마을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고 합니다. 이 생태마을은 함부르크와 베를린 사이에 있는 옛 동독 국경 지대인 포파우 지역에 있는데 1997년 15명의 청년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토지를 매입 후 모여 살기 시작해 지금은 어른 100명, 아이들과 청소년 40여 명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최대 300 명까지 거주자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매년 전 세계에서 6천여 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유럽의 대표적인 생태마을 중 하나입니다. 이런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요? 홈페이지에 가보니 아래와 같이 주민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잘 드러난 비전(Vision)이 있었습니다. 영어로 표기된 내용을 제가 한국어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주민들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네요.


"우리의 목표는 인간과 자연의 협력이다. 이를 위해 분권화된 구조와 광범위한 자급자족 등 총체적인 생태학적 접근을 기반으로 사람과 자연에 대한 비폭력, 자연에 가까운 삶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책임, 말하기와 행동, 일상 활동의 기쁨과 창의성, 개인의 발전과 영적 탐색을 추구한다. 이러한 삶의 방식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자기 조직적인 생태마을이 되고자 한다. “

독일 지벤린덴 전경 (사진= 지벤린덴 홈페이지)


지벤린덴 생태 마을에서는 친환경적인 스트로베일(strawbale) 건축공법으로 지은 주택들이 눈에 띕니다. 우선 나무로 골조를 세우고 기계로 압축한 정육면체 모양의 볏짚 등으로 벽을 쌓아 올린 뒤 그 위에 황토로 미장을 하는 방식인데 볏짚 특성상 단열 효율이 좋고 유독성이 없어 건강에 좋으며 누구나 기술을 익히면 스스로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아마 그런 이유로 이 마을에서는 특정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청년 자원봉사를 모집해 집을 건축하는 현장에 참여해 체험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또한 이들은 건축 자재의 70% 이상을 지역 내에서 조달했습니다. 유럽 최초로 3층까지 지은 스트로베일 집도 이 마을에 존재하죠. 특히 첫 번째 세운 집은 모터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톱으로 나무를 잘랐고 재료도 숲에서 구해 모터기계 free, 인공재료 free인 집을 직접 지어 생태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단점으로는 볏짚 적층 기술을 사용해 짓기 때문에 구조적 움직임에 취약할 수 있는데 황토벽에 균열이 생기거나 내벽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진이 자주 발발하는 곳이나 고층 건물을 세울 때 적합한 건축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기회가 된다면 저도 스트로베일 건축공법을 한 번 배워보고 싶네요.


스트로베일 공법으로 지은 주택 (사진: 밝은 누리 홈페이지 http://www.welife.org/board_AFlR87/90759)


이 밖에도 생태마을 주민답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을 주민의 노력은 정말 남달랐습니다. 초창기에 토지를 매입한 뒤 주민들은 1년간 도시학자와 퍼마컬처 디자이너의 도움으로 태양, 물, 바람, 동식물, 토양 등 여기에 어떤 자원이 존재하고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조사연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관찰과 퍼마컬처 접근 방식 및 생태학적 원칙을 바탕으로 지역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졌고 전체 지역을 목적이 다른 여러 개의 작은 지역으로 나누었습니다. 예를 들면, 총 30만 평 중에 21만 평이 숲, 6만 5천 평은 지역 농부에게 농지를 임대해 생태학적으로 경작하고 있고 2만 6천 평이 정원과 초원으로 이뤄졌으며 약 2만 평에 집과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채식을 합니다. 식재료의 70%는 퍼마컬처를 통해 자급자족 하고 있고 나머지는 지역 내 생산물을 구매하며 음식 쓰레기는 퇴비로 씁니다. 4명의 직원과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가 정원에서 일 년 내내 일하며 약 50종의 다양한 식물, 과실, 허브를 키우고 3개의 온실에서는 여름 동안 고온이 필요한 토마토, 오이, 호박, 고추 및 가지와 묘목 생산을 합니다. 또한 이들은 생태화장실만 사용하고 있는데요. 소변은 볏짚과 작은 호수 주변에 자라는 갈대 뿌리의 박테리아를 활용해 정화하고 대변은 1년을 묵혀 주변 숲을 위한 거름으로 사용합니다. 이렇게 해서 마을 주민들은 물소비량과 폐수량을 절감합니다. 물은 2013년까지는 45미터 깊이로 판 두 개의 우물물을 사용하다 2014년부터는 상수도와 연결해 생활 급수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원 용 관개급수는 여전히 우물에서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주택별로 단열의 효율을 높이고 거실을 남향으로 설계하고 큰 창문을 내어 태양열이 방안으로 깊숙이 침투해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온수 사용을 위해 각 주택별로 태양 전지판을 설치했고 태양이 충분하지 않은 겨울에는 숲에서 장작거리를 주어다 난로를 땝니다. 전기는 PV 패널을 설치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전체 생태마을 전기 사용량의 65%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전기 에너지의 잉여분과 부족분을 그리드를 통해 컨트롤하고 있습니다. 생태마을답게 주민들은 가능하면 전기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요. 전기 히터나 전기보일러가 없고, 세탁기에는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온수 주입구가 장착되어 있으며 요리도 가스를 이용합니다. 이렇게 노력한 덕분에 지벤린덴의 총 전기소비량은 연간 1인당 약 400 kWh로 독일 평균보다 4배나 적다고 하네요. 생물 다양성을 고려해 각 주택 주변에는 개인 정원을 조성하고 마을 내 호수와 숲에는 다양한 곤충과 동식물이 서로 어우러져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동네에 주차된 10대의 차로 카풀을 하고 전기 자전거를 서로 공유하며 버스,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합니다.


이렇게 꾸준히 노력한 결과, 2014년 투린대학교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래의 이미지처럼 지벤린덴 마을 주민의 탄소발자국은 2.4톤으로 평균 독일 시민의 탄소발자국 8.9톤보다 6.5톤 작은 편이나 해수면 2도 상승 시나리오에 따른 목표치 1톤 탄소발자국보다는 여전히 크기 때문에 마을 주민은 열심히 더 나은 솔루션을 찾고 있습니다.


지벤린든의 탄소발자국 크기 (사진: 지벤린덴 홈페이지)


지벤린덴 생태마을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이들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삶을 정말 진심으로 진지하게 실천하고 있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30만 평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토지를 매입해 지속가능한 삶을 실행하고 있는 실행력과 추진력, 그리고 1년이란 시간을 들여 조사 연구를 통해 마스터플랜을 그렸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면서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계획하는 독일인다운 특성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따위는 필요하지 않은 거죠. 또한 폐쇄적이지 않은 점도 좋았습니다. 예전에 베를린 출장을 여러 번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만난 재독 교포 분이 "독일에 사는 한국인들은 현지 커뮤니티에 소속되기 어려워서 많이 외롭워요"라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만큼 독일어가 어렵고 역사적인 이유와 문화적인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짐작이 됩니다만 이 생태마을은 독일 특유의 폐쇄성보다는 '개방성'이 강한 점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는데 본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한껏 공유하고 방문객들이 가진 전문성을 새롭게 학습하려는 열정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본인들이 만드는 임팩트를 측정해서 진단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보면서 "굉장히 체계적이고 시스템 세팅이 잘 되있구나"라는 존경심마저 들었습니다. 앞서 살펴본 뉴질랜드의 어스송 에코빌리지와 한국의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 영국의 스프링힐 코하우징 커뮤니티 대비해서 "Radically serious people"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벤린덴처럼 의도된 불편한 공동체의 삶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탄소발자국의 목표에서 두 배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에 충격이 가시질 않습니다. Netzero by 2050은 정말 불가능한 목표일까요? 다른 한 편으로는 제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에코빌리지 커뮤니티의 모습은 그린워싱에 불가한가? 저는 플렉시테리언인데 비건까지는 아직 엄두가 안 나고 뉴질랜드 친구네 집에서 실제로 경험한 생태화장실은 많이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고 나는 이렇게 하는데 너는 왜 그렇게 하냐라고 손가락질하지도 않는 엄연한 개인 선택의 문제 이긴 합니다. 하지만 "7세대를 앞서서 생각하며" 비즈니스를 하는 파타고니아 그리고 "당신은 6세대 뒤에 지구에서 살아갈 후손이라고 상상해 보십시오. 지금 지구에서 살아가는 조상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까?" 란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지벤린덴 생태마을 주민들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비록 현재 <에코빌리지 산책하다> 시리즈는 데스크 리서치를 중심으로 작성하고 있어서 한계가 있습니다만 이렇게 개성적인 에코빌리지 커뮤니티 사례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더 변화될 제 삶의 모습에 기대가 됩니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고요한 물가에 던져진 작은 조약돌 같이 은은한 울림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오늘도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3줄 요약>

* 독일 지벤린덴 생태마을은 15명의 청년으로 시작, 30만 평에서 150 명이 공동체를 이루며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진심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사례임.

* 전 주민이 채식주의자로서 스트로베일 건축공법의 주택 건설, 100% 생태화장실 사용, 태양 전지 및 그리드를 통한 65% 전기에너지 활용, 퍼마컬처로 70% 자급자족, 정원과 연못, 숲 생태계 조성으로 생명 다양성을 추구함.

* 탄소발자국 측정을 통해 진단하고 개선하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음.



자료 출처

<어떤 배움은 떠나야만 가능하다> 김우인, 열매하나

지벤린덴 홈페이지 (영문) https://siebenlinden.org/en/start-2/

자연에 순응하며 마을밥상에 물드는 생태마을 사람들, 오마이뉴스 2018년 8월 2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59561

밝은 누리 생명평화 고운 울림 순례 길벗, 독일 생태공동체 지벤린덴과의 만남 http://www.welife.org/board_AFlR87/90759

스트로베일하우스 장단점 https://houseofstraw.com/pros-and-cons-of-straw-bale-hou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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