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에코빌리지를 산책하다 ④포르투갈 타메라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비폭력 대안 공동체

by 킨스데이


축구(호나우두), 포르토, 포트와인, 파두. 포르투갈 하면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입니다. 상당히 조촐하죠? 포르투갈에도 생태마을이 있다고 해서 오늘 여러분과 함께 산책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타메라입니다. 포르투갈 남부 알렌테주 지역에 자리 잡은 타메라는 1978년 세 명의 독일인이 독일 농장에서 시작해 1995년 포르투갈로 이주해 지금의 생태마을을 만들면서 현재 약 2백 명의 다국적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습니다. 여기는 그동안 살펴본 뉴질랜드의 어스송 에코빌리지, 영국의 스프링힐 코하우징 커뮤니티, 독일의 지벤린덴 사례와는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먼저 비전은 아래와 같습니다.


"새로운 지구형 문화를 연구하고 모델링하는 미래형 센터 힐링 비오톱(Healing Biotopes)을 구축함으로써 전쟁 너머의 세계인 테라 노바(Terra Nova)를 창조한다."


흠, 무슨 소리일까요? 우선 비오톱(biotope)이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bio'(생명)와 'topos'(장소)의 합성어로 인간, 동물, 식물, 물, 기타 존재 등 모든 생명체가 다양성 속에서 공존하는 서식지를 뜻합니다. 여기서 힐링은 치유의 의미로 질병이나 문제를 고치는 것이 아닌 분리를 극복하고 삶의 온전함을 회복을 의미합니다. 또한 테라 노바(Terra Nova)는 폭력과 전쟁이 없는 가부장제 이후의 문명인 자율적이고 상호 연결된 공동체 문화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의역을 하면 아래와 같은 의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모두를 위한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인간, 동물, 자연, 창조물 사이의 비폭력적인 협력 문화를 기반으로 자급자족하고, 지속가능하며 복제 가능한 공동체 모델을 만든다."


이런 비전 아래 타메라에는 여러 가지 실험 프로젝트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캠퍼스(Global Campus)는 자치적인 평화마을 구축에 필요한 분산형 에너지 공급, 건축, 생태학의 기본원리와 함께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교육 이니셔티브이고 GRACE 재단(Grace Foundation)은 현재 전쟁 및 전쟁 산업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을 상쇄하기 위한 시도로 평화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고 유치하는데 주력합니다. 실제로 이들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콜롬비아 등 분쟁지역에 평화의 순례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피스워크 인스티튜트(The institute for Global Peacework)는 비폭력적인 미래를 만들기 위해 협력하기 위한 전 세계의 평화 운동가와 평화 이니셔티브 네트워크로 싱크탱크 역할과 더불어 여름 대학교(Summer University)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련 책과 비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 자료를 출판하고 있으며 공동 육아 방식을 기반으로 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 센터와 (저는 이해가 잘 안 됐지만) 'Free love'란 개념을 소개하며 진정한 사랑과 장수, 파트너십에 대한 재해석과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사랑의 학교(Love School)도 있습니다.

타메라 호수 전경 (사진: 타메라 홈페이지)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더 혁신적이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대한 규모로 호수 만들기에 돌입했으니까요. 원래 이 지역은 참나무숲과 채소밭, 목초지로 이뤄진 포르투갈 전통 마을이었다가 1940년대 스페인 시민혁명 때 농부들이 산업형 곡물 생산에 집중하면서 땅이 파손되기 시작, 스무 명도 안 되는 소수의 농부들이 단일경작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먼지가 폴폴 날리는 건조한 땅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타메라 초기 멤버들이 포마컬처 전문가를 초빙해 자연환경, 생물 다양성, 계절의 변화를 고려해 물줄기를 살려 자연스럽게 호수를 만드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36미터 호수의 깊고 얕은 지층을 조성하고 천연 진흙을 사용해 물의 온수층과 냉수층이 서로 순환됨으로써 호수가 스스로 숨을 쉬게 했고 주변에 작은 호수를 추가로 만들어 토양이 물을 머금고 빗물이 유실되지 않게 됐습니다. 그랬더니 새들과 야생 동물이 다시 돌아왔고 호수에 물안개가 자욱하게 끼기 시작하면서 마을 주민들은 일출 광경을 보고 "아침의 춤"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호수는 낮에는 더위를 식혀주고 밤에는 카누를 타고 별을 세는 낭만적인 공간이 되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대지에는 퍼마컬처팀이 2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채소 정원과 습지를 운영 관리해 자급자족을 하고 있으며 구성원 모두 비건입니다. 또한 실제로 분쟁 지역이나 사막화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적 아래, 터전 한 곳에 태양 마을을 만들어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해 에너지 자립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 주민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구한 볏짚, 코르크나무와 흙을 사용해 스트로베일 공법으로 주택을 건축했고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으며 생태화장실을 사용합니다. 주방과 샤워, 세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수는 습지 식물을 이용해 정화하고 있습니다.


타메라 커뮤니티 멤버들 (사진: 타메라 홈페이지)


또 다른 특징으로는 이 대지에 5천 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스톤 서클'을 둘러싼 부족의 문화와 역사를 복원, 존중하며 재해석한 영적인 (spiritual)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안 문화를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매주 진행되는 "Ring of Power" 명상 의식을 할 때마다 주민들은 스톤 서클 주변을 조용히 돌기도 하고 스톤 서클에 손을 댄 채 기도 또는 명상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삶을 이끄는 신성한 연합체와 영적 연결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타메라는 생태마을이자 대안 공동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14명의 커뮤니티 리더 그룹과 커뮤니티 멤버로 구성이 되어있고, 의사결정은 다양한 협의회를 통해 제기된 아젠다를 전체 멤버들이 아이디어를 더하거나 동의함으로 결정하는 풀뿌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다만 갈등이 생겼을 때 숨겨진 감정 패턴이 드러나도록 노력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만든다고 합니다. 여기도 매해 전 세계에서 방문객들이 찾아와 교육과 세미나,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스톤 써클에서 명상하는 커뮤니티 멤버 (사진: 타메라 홈페이지)


타메라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지구 저편에서 기존의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에서 탈피해 ‘유토피아를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공동체를 만들어 살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타메라 커뮤니티 멤버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더 궁금해졌습니다.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한 그들의 결단력에 신기하면서도 했습니다. 호수까지 만들어 sustainable(환경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 넘어 regenerative (환경을 재생한다는 의미)하게 만든 사람들.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실험을 통해 이상적인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람들. 그들은 28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비전에서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을까요? 그토록 바라던 테라 노바를 창조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비전을 향한 여정 중에 있을까요? 이 공동체의 모습이 세계 다른 곳에도 복제되어 확장되고 있을까요? 여러 가지 질문들이 마음속에 떠오릅니다. 이런 질문들을 모아서 타메라에 이메일을 보내봐야겠습니다. 아마도 “타메라를 방문해 주세요. 그러면 이런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라는 회신을 받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3줄 요약>

* 독일인들이 포르투갈에서 황폐한 토지에 호수를 만들어 regenerative 환경을 기반으로 한 비폭력 생태마을 공동체를 구축함.

* 리더십 그룹이 주도하는 환경, 평화, 아동교육, 사랑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험하면서 공동체에 food for thought를 제공함. 약 200명의 비건인 주민들은 스트로베일 공법으로 지은 주택에서 살며 퍼마컬처로 자급자족하고 태양열 에너지로 에너지 자립과 생태화장실 사용으로 물사용을 최소화하고 있음

* 스톤 서클을 중심으로 영적 명상 의식을 통해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전 세계 사람들과 신성한 연결을 추구함.


자료출처

<어떤 배움은 떠나야만 가능하다>, 김우인, 열매하나

위키피디아 타메라 : https://en.wikipedia.org/wiki/Tamera

타메라 홈페이지: https://www.tamera.or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에코빌리지를 산책하다 ③독일 지벤린덴 생태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