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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빌리지를 산책하다 ⑤이탈리아 토리 수페리오레

이탈리아인의 문화유산 사랑

by 킨스데이

제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가 이탈리아 일주입니다. 이탈리아 하면 대학생 시절, 겨울 유럽 오토트립을 하면서 잠깐 들렸던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인심 좋은 사장님이 만든 상큼한 레몬 젤라토와 제노바에서 영화배우처럼 멋진 웨이터가 서빙해 준 씬피자가 떠오릅니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저절로 침이 고이네요. 여기에 책과 강의로만 배운 르네상스 문화를 뒷받침 한 메디치 가문의 피렌체와 이탈리아의 보석 시칠리아섬을 포함해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나옴직한 작은 이탈리아 시골 마을에서 적어도 한달살이를 하며 제대로 이탈리아를 경험하고 싶은 소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간절함을 담아 오늘 함께 저와 함께 산책할 에코빌리지는 바로 이탈리아의 토리 수페리오레(Torri Superiore)입니다.


토리 수페리오레 에코빌리지는 지중해와 프랑스 국경 근처 이탈리아 북서부 리구리아주 근처에 있는 알프스 산기슭에 있는 13세기부터 존재했던 중세마을을 1989년 <토리 수페리오레 문화 협회>가 에코빌리지로 복원됐다는 점이 예전에 살펴본 에코빌리지 사례와는 색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을은 어른 12명, 아이 8명의 이탈리아인과 독일인으로 구성된 주민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버려진 마을의 재건, 교육 및 책임감 있게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생활이라는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합니다.


토리 수페리오레 에코빌리지 전경 (사진=토리 수페리오레 홈페이지)


이곳은 생태마을에 걸맞게 건물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구조를 반영해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설계 및 시공을 하는 바이오 건축(Bio-architecture) 원리에 맞춰 근처 산과 강에서 구한 돌, 석회, 모래, 천연단연재로 코르크나무와 코코넛 섬유를 사용해 건설됐습니다. 창문은 전부 지속 가능한 목재로 만들어졌고 벽에는 친환경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온수는 대부분 태양열 패널로 생산되며 18°C를 초과하지 않는 저온 난방 시스템은 숙박 시설과 일부 개인 주택에 설치했습니다. 문화 센터의 전기는 대부분 태양광 패널로 자체 생산됩니다. 주택 외부에 설치된 생태 화장실을 사용하고 개인 주택별로 식물이 있는 작은 정수 필터를 이용합니다. 퍼마컬처 방식으로 밭과 과수원을 가꾸고 닭을 방목해서 기르고 있습니다. 또한 기계보다는 당나귀를 이용해 밭을 갈고 있으며 지역에서 생산한 홈메이드 빵, 생면 파스타, 올리브오일, 꿀, 잼, 허브를 사용해서 요리를 하고 음식 쓰레기는 동물의 사료로 쓰거나 퇴비로 이용합니다. 마을에는 카셰어를 위한 차량 다섯 대가 있고 가능하면 기차와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특히 복잡한 구조의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는 160개 이상의 방이 있는 3개의 본체 건물을 '에코투어리즘(Ecotourism, 생태관광)'을 통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다양한 생태 관련 프로그램과 봉사 기회를 제공하며 예술가, 여행가, 자원봉사자 등 외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름에는 음악 콘서트를 개최해 지역 주민들을 초대하고 겨울에는 바로크 유적지 근처 교회에서 클래식 콘서트를 지역 주민과 함께 열어 폐쇄된 생태마을 공동체가 아닌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발생한 수익은 주민들이 균등하게 나눠갖습니다.

당나귀를 이용해 퍼마컬처를 하는 마을 주민 (사진: http://www.20miglia.com/2015/03/torri-superiore)


주민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회의를 하고 의사결정은 만장일치 방식으로 운영하며 공식언어는 이탈리어를 쓰고 있습니다. 각 가정마다 자체 주방이 있긴 하나 주민들은 게스트하우스의 휴게실에서 함께 식사하며 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갈등이 발생했을 때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훈련을 통해 서로 다른 의견을 이해하고 조율하며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마음속에 묵혀두지 않고 건강한 방법으로 표현, 소통하는 방법을 학습해 커뮤니티에 대한 성찰 및 정화해 다 함께 성장하는 여정을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건강한 식사를 하고 있는 게스트와 주민들 (사진: https://ecobnb.it)


20명의 주민들이 작으면 작다고 할 수 있는 제한된 공간에서 생태마을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한 가지 해답 옵션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우리만의 새로운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닌 지역 주민이나 외지인과 관련 글로벌 단체들과도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토리 수페리오레 모습을 보면서 작은 에코빌리지 커뮤니티를 꿈꾸는 저에게 규모와 영향력의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그곳에서 거주하며 국내외 예술가들과의 교류 및 지역주민과의 콘서트를 통해 이탈리아인들의 남다른 예술과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 역시 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민족성이 잘 반영되어 전국 곳곳에 보존하고 복원한 문화유산 덕분에 매년 6천2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탈리아를 방문하고 있는 거겠죠(세계 관광기구 WTO 2019년 기준). 심지어 올해 베네치아에는 문화유산 및 환경보호 차원에서 과잉 관광을 막기 위해 당일치기 관광객 수를 제한하고 입장료를 부과한다고 합니다. 때려 부수고 새로 짓는데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탈리아인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과 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좀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줄 요약>

* 중세마을을 복원한 생태마을로 20명의 주민이 여름에 게스트하우스 운영과 공간 대관으로 균등한 수익배분을 하고 있으며 만장일치제로 의사결정함.

*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건축한 주택과 퍼마컬처 방식으로 텃밭 정원 및 과수원을 관리하며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 및 사용, 생태화장실과 올가닉한 식단 중심의 생활 추구

* 예술가와 여행가, 자원봉사자, 관련된 글로벌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작은 공동체의 한계 극복



자료 출처:

<어떤 배움은 떠나야만 가능하다>, 김우인, 열매하나

토리 수페리오레 홈페이지: https://php7.torri-superiore.org/en/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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