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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빌리지를 산책하다
①동작구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

엄마들이 움직이면 마을이 변한다.

by 킨스데이

앞에서 뉴질랜드의 어스송 에코빌리지 사례를 자세하게 살펴봤습니다. 어스송 에코빌리지 외에도 우리나라와 해외에 다양한 형태의 에코빌리지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데요. 에코빌리지 커뮤니티 기획자로서 그리고 예비 거주자로서 사례를 살펴보고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가 선택한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친환경적인 비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곳

둘째, 커뮤니티가 실제로 존재하는 곳

셋째, 에코빌리지(커뮤니티) 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범죄)이 발생하지 않은 곳 (이 부분은 확인이 쉽지는 않습니다만 나름 레퍼런스 체크를 한다는 의미에서 추가함)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 소개문 (사진: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 홈페이지)


이런 기준에 따라 제가 처음으로 선택한 곳은 바로 "서울시 동작구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입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죠. 엄마들이 움직여서 마을을 변화시킨 대표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아이를 온전히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외국 속담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동네인 거죠. 하지만 그 시작은 아주 작았습니다. 2010년, 주민센터 마을문고를 자주 찾던 주민 4명이 책 읽는 모임을 만들었고 이들이 불씨가 되어 시민사회단체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아이들을 위한 마을 도서관 만들기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십시일반 마을 주민의 자발적인 모금과 단체 지원으로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을 건립하게 됐습니다. 이 공간에서 "마을학교" 프로그램이 운영되기 시작했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자립 마을로 가기 위한 전문가 교육, 특강, 워크숍, 견학을 실시했습니다. 이후 "성대골 절전소"를 운영해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링해 에너지 소비 감축의 성과를 일궈냈고 2012년 서울 환경상 대상을 받았으며 그해 서울시의 에너지 자립 시범마을로 선정됐습니다. 다양한 환경 교육을 통해 마을 주민들이 에너지 활동 전문가로 활동하게 됐지요. 2013년 11월, 마을기업 마을닷살림 협동조합을 만들어 "에너지 슈퍼마켙"이란 신규 공간에서 에너지 전환 운동 구상과 논의, 계획 수립을 이어가며 ▲에너지 절약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 ▲에너지 생산을 위한 햇빛발전협동조합 조성 ▲학교 기후변화&에너지 교육 ▲에너지 강사양성과정 ▲에너지 자립마을 축제 ▲에너지 절약문화 조성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 2월, 성대골 활동가들이 에너지·기후변화 교육을 진행하던 국사봉중학교에 생태에너지 사회적 협동조합 만들어 생태에너지 전환 카페(생태 매점)를 운영, 옥상에서는 햇빛발전(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해 발전 수익은 전액 장학금으로 쓰고 있습니다. 2018년 9월, 가상발전소 사업을 위한 성대골에너지협동조합이 출범했고 여러 곳의 건물 옥상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뒤, 그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모아 전력중개 시장에 내다 파는 사업 모델을 통해 발전 수익을 지역 주민들과 나누는 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2050 넷제로를 위한 "성대골 전환센터"를 오픈,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전환적 행동을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그린 뉴딜을 실험하는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료 출처: <마을의 귀환>,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오마이북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67521.html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22809


(사진: 성대골 사람들 홈페이지)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1)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2)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환경 및 에너지 교육을 받고 에너지 운동 시민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3) "에너지 자립"이란 장기적인 비전을 단계적으로 꾸준히 다양한 실험을 통해 지속가능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엄마가 움직이니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들이 변화하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교육과 실험이 이뤄지며 마을 가게들이 이에 동참하고 협동조합을 설립해 일자리 창출 및 사업 모델로 지속가능성을 이끌어가는, 성대골 마을이 점진적으로 변화, 확장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 개인적으로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의 주역인 김소영 대표님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서글서글한 동네 아줌마의 모습이셨어요. 하지만 그분의 기획력, 추진력, 실행력 그리고 열정에 존경심이 우러러 나왔습니다. 어스송 에코빌리지가 좀 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집을 짓고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면,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은 기존 마을 주민들이 모여 환경 커뮤니티를 만들고 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마을을 변화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성대골 에너지 전환센터 교육 모습 (사진: 성대골 에너지 전환센터가 한겨레에 제공)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 서울시가 2022년 12월을 끝으로 마을공동체 사업 도입 10년 만에 중단시켰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2023년도 예산이 0원으로 확정됐다고 하네요. 이에 마을공동체 사업 주관 부서인 서울시 자치행정과는 올해 12월을 마지막으로 사업을 완전히 종료하고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도 운영을 중단한다고 합니다. 송광남 서울시 자치행정과장은 더 나은 미래와의 통화에서 “시는 10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면서 “이제 시의 역할을 끝났고, 각 자치구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쩐지 www.seoulmaeul.org 홈페이지가 사라졌더라고요. 이로 인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새롭게 마을 공동체가 생길 기회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자치구에서 지원을 받지 않는 한) 기존 마을 공동체는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됐네요. 결국 사업 운영 시 정부지원금에 기대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됩니다.


자료 출처: https://futurechosun.com/archives/71158


<3줄 요약>

* 엄마들이 모여 작은 도서관 설립을 기점으로 에너지 자립이란 비전 아래 가정, 학교, 상권, 협동조합 설립 등 마을 전체를 변화시킴

* 서울의 한 동네에서도 자발적으로 주민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발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음.

*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에 기대지 않아도 자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마을 커뮤니티 모델이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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