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빌리지의 여러 사례를 살펴보면서 '이런 생태적인 삶은 옛날 우리 선조들의 농경사회와 비슷한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흙과 나무, 볏짚으로 만든 초가집에서 자연 염색한 옷과 짚신을 신으며 옷이 닳도록 입고 또 기워 입으며 소가 쟁기를 끌어 농사를 짓는 삶. 마을 주민들끼리 서로 품앗이를 해주며 기쁘고 슬픈 일을 함께 했던 그런 우리 내 전통이 어쩌면 지금 우리가 꿈꾸는 에코빌리지에서의 슬로우 웰빙 라이프가 아닌가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산업사회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노동, 성실함이 담긴 고유의 농경문화에서 배울 점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리산 산내면 실상사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2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드라망은〈화엄경〉에 나오는 제석천의 궁전에 드리운 그물이란 뜻으로 이 그물이 투명한 구슬로 연결되어 서로 투영되어 영롱하게 빛난다고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와 비생명체가 이 구슬들처럼 서로 자신의 빛을 주고받으며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생명공동체 이름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는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도시와 농촌이 서로 연결되고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1997년 실상사가 도시에서 온 귀농자들을 위해 절의 소유 논밭 1만 평을 내주어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실상사 농장을 만들고 1998년 3월 도법스님이 이론 중심의 불교귀농학교를 시작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현장 중심의 실상사 귀농학교를 개설했고 1999년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를 창립했습니다. 2001년 중학교 과정인 대안학교 ‘작은 학교’를 열었고 2008년 인드라망 생활협동조합을 창립했으며 2011년 지리산 작은 마을을 완공해 20 가구가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생명평화대학을 설립했고 2019년에 목금토 공방을 개원했으며 2020년에는 공동체 청년 작업공간이 '자자창고'를 오픈했습니다.
3박 4일 '실상사 공동체 학교'에 참여하면 계절에 따라 다르겠지만 농사를 경험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배추 모종을 심고 양파를 캐고 고추를 따기도 합니다. 참깨밭 비닐을 제거하거나 감자밭의 풀을 뽑고 마늘종을 다듬는 작업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목금토 공방에서 목공 작업도 합니다. 참선 혹은 마을 탐방의 시간, 도법스님과 차담, 귀농귀촌인들과의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요. 여름이면 백련과 홍련으로 가득한 연꽃밭 주변을 걷거나 약사전 법당과 느티나무가 보이는 휴휴당 마루에서 땀을 식힐 수도 있습니다.
39세 이하 청년들 대상으로 이들이 생명평화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는 1년 과정의 '생명평화대학'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자치회의를 열어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그리고 학생 한 명 한 명이 '사람책'으로서 서로를 더 깊이 알아보는 시간과 대화법도 배우면서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화법을 학습합니다. 또한 남해의 팜프라촌처럼 청년들이 직접 집을 지어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금토공방과 함께 '작은집' 프로젝트도 매주 1회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상사 앞에 있는 친환경 매장 '느티나무'는 마을 귀농인들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과 핸드메이드 제품을 파는 동네 장터입니다. 여기에는 식자재, 베이커리, 가공품까지 친환경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중고매장인 '나눔꽃'에서는 모든 제품의 가격이 1천 원입니다. 입지 않는 옷과 가전제품, 잡화를 기부받아 판매하면서 'Reuse'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산내 마을에는 100여 명의 마을 주민이 관심사에 따라 70개가 넘는 모임을 꾸려나가고 있는데 공부, 운동, 요가, 명상, 농사 등 다양합니다.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에서는 자급자족 그리고 협력의 형태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동체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2022년 1월 자 불교 신문에서 "문턱을 낮추니 절 안으로 마을이 들어왔다"는 헤드카피로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Net-zero by 2050'라는 지구 최대의 난제를 풀어야 할 책임이 있는 우리들에게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와 같이 사찰과 마을의 '따로 또 같이' 공동체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시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마을이 수도원이나 교회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한 유럽의 중세 시대와도 비슷한 결을 띠고 있는데요. 이런 공동체 문화의 장점을 현대 기술과 접목해 지구에서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할 수 있는 더 나은 솔루션을 찾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기나길 것만 같은 에코빌리지 커뮤니티 만들기 여정의 끝자락에서 그 방법을 제가 직접 적용해 보는 삶을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3줄 요약>
* 지리산 실상사를 중심으로 귀농학교, 대안학교, 청년대학, 협동조합, 장터 등 공동체 인프라 구축
* 아이, 청년, 어른 등 다양한 연령대가 귀농 공동체를 형성하고 주민 모임 등을 통해 연대 강화
* 외지인 대상 귀농학교, 템플 스테이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 문화 전파
자료 출처
자연과 하나 된 삶, '생태마을, ' 백두대간, 녹색연합https://www.greenkorea.org/activity/ecosystem-conservation/baekdudaegan-preservation/8510/
[NGO]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오윤현, 시사저널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99669
너른 품 지리산 자락이 알려준 인생의 해답, 강부미,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well/well_friend/1065499.html
사람과 사람을 잇다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https://brunch.co.kr/@hellofarmer/102
문턱 낮추니 마을이 절 안으로 들어왔다, 이경민, 불교신문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215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