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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빌리지를 산책하다 ⑨ 호주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

퍼마컬처

by 킨스데이

지금 서울 기온은 영상 4도에 체감온도 1도인데요. 구름이 껴서 그런지 으스스 저절로 우울해지는 날씨입니다. 이 지긋지긋한 북반구의 긴 겨울을 피해 오늘은 영상 29도의 햇빛 쨍쨍한 호주의 생태마을로 산책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바로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 (Cristal Waters Ecovillage)입니다. 이 마을은 퀸즐랜드 주도 브리즈번에서 북서쪽으로 100km가량 떨어진 멜라니(Maleny) 인근 외딴 숲 속 킬코이(Kilcoy) 계곡에 있습니다.

1970년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모토로 밥 샘플(Bob Sample)의 제안으로 시작, 1985년 맥스 린데거와 로버트 탭 등 환경운동가들이 약 78만 평에 퍼마컬처 농업을 중심으로 생태학적으로 디자인한 계획공동체를 설계해 1987년 지역신문에 참가자 모집광고를 통해 여섯 가구로 시작했고 지금은 84 가구, 240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의 비전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는 균형 잡힌 자연 생태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지속가능성의 모범을 보이고, 공유하고, 실천하고, 환경을 보호함으로써 지구를 돌보겠습니다."


크리스타 워터스 에코빌리지 (사진: https://ecovillagebook.org/ecovillages/crystal-waters/)


크리스탈 워터스는 생태마을답게 '자연 그대로'를 철저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택을 지을 때 인공적 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나 흙 등 자연소재를 최대한 이용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전체 건축재료의 5% 이내에서 콘크리트를 사용했습니다. 상수 절약을 위해 빗물은 저장탱크에 모아 샤워, 설거지, 텃밭 물 주기에 이용하고 먹는 물만 계곡수를 이용했습니다. 각 가정에서 합성세제나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인공 세제 사용을 금지했고 가정용 초기 하수는 집 앞 정원의 다양한 과실수 뿌리를 거쳐 자연정화는 물론 과실수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으며 마을의 하수는 3곳 이상의 연못과 저수지를 거치면서 자연정화가 될 수 있도록 설치했습니다. 마을길과 마당은 빗물이 흘러들어 갈 수 있도록 포장하지 않았습니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태양광 발전기로 전기 에너지를 100% 자급자족하는 주택도 있고 낮에는 실내등을 켜지 않고 여름엔 통풍을 최대한 살려 전기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으며 태양열 온수기를 지붕에 설치해 온수를 데우는 데 사용합니다.

가구별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100% 집집마다 퇴비로 정원 텃밭의 거름으로 이용하고 화장실은 복합화장실을 만들어 자연발효과정으로 발생한 분뇨는 퇴비로 쓰고 있습니다.

퍼마컬처 측면에서 집집마다 텃밭정원을 가꿔 먹거리 자급자족을 하고 있고 마을이나 인근 지역의 토종씨앗을 사용하며 마을 자체 토종씨앗은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퍼마컬처 원리에 입각해 닭을 이용한 밭갈이, 계분이용 등 동물과 작물을 함께 키우고 있습니다. 또한 캥거루 등 주변의 야생동물을 배려해 반려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크리스탈 워터스에서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생태건축교육, 퍼마컬처교육, 환경체험(야영) 교육, 공동노동, 주말 나눔 장터 등을 운영하며 이중 퍼마컬처교육은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퍼마컬처 개념과 기초지식 등 이론에서부터 생태마을 가옥과 농장 설계, 퇴비 만들기, 가축키우기 등 생태적 농법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됐습니다.


퍼마컬처 교육 장면 (사진: https://www.cape.consulting/spotlight/crystal-waters-community-cooperative)


크리스탈 워터스는 생태마을 자산을 관리하고 법적 주민 결정기구로서 공동체에서 필요한 예산과 관리에 필요한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Body Corporate과 공공 및 사회 조직 역할을 하는 협동조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Village Green은 사람들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놀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의 소셜 허브입니다. The Green을 둘러싸고 있는 The Kitchen과 The Deck에서는 매월 파머스 마켓과 음악 공연 및 콘서트가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마을 조례에 동의하고 마을 내 주택을 구입하기만 하면 누구나 함께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을 주민들의 직업은 다양한데요. 이들은 우체부, 마을 공유지 관리인, 퍼마컬처 서적 대여, 유기농 베이커리 작은 샵, 마사지와 요가, 미용사 등 40 여가지가 넘는 파트타임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마을 밖으로 굳이 나갈 필요가 없다고 하네요. 아쉽게도 거버넌스나 의사결정, 커뮤니티 운영에 관해서는 정보가 없어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물론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닌데요. 공동체 운영이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민 중에는 공동 노동이나 마을 회의에 결석하는 일들이 잦으며, 야생동물 보호 차원에서 애완동물을 데려오지 못하게 한 내부규약도 잘 지켜질 않을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을 설계한 맥스 린데거의 인터뷰 내용이 제 마음에 작은 울림을 주었는데요. 완전 동의하거든요. 어쩌면 생태마을 커뮤니티는 녹색 비주얼이 가득한 환경을 배경 삼아 그린 주택과 텃밭을 짓고 그 앞에 다같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가 아닌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그 본질을 기반으로 생긴 작은 모임, 작은 집, 작은 동네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공간을 만드는 하드웨어보다는 그 공간을 채우는 비전과 나, 함께하는 사람, 커뮤니티와 같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겠지요.


" 생태마을을 만들기 전에 내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방법을 생각하고 친구와 함께 실행해 보세요. 유엔이 인정하는 복잡한 생태마을의 기준이 아닌 나와 가족, 친구를 위해 좋은 장소,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보세요."


크리스탈 워터스 에코빌리지 주변에 사는 캥거루 (사진: https://ecovillagebook.org/ecovillages/crystal-waters)


구글맵으로 크리스탈 워터스 에코빌리지의 위치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정말 초록초록 깊은 산골짜기에 있더라고요. 40년 전에 이런 지역을 발견한 퍼마컬처 전문가의 안목과 지금까지 이 마을을 일궈온 주민들의 피, 땀, 눈물의 성과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마을의 조례 파일을 살펴보니 마을 주민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에 대해서 기억도 못할 정도로 세세하게 가이드라인에 적혀있었습니다. 길에다 담배꽁초를 버리면 적어도 세 명이 따라와 지적질을 한다는 호주. 퍼마컬처 창시자를 배출한 나라답게 이를 철저하게 지키고 실천하며 교육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크리스탈 워터스 마을의 노력이 감사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공지]

- 크리스탈 워터스 '2023 퍼마컬처 디자인 자격증 과정' 신청이 현재 오픈됐습니다. https://crystalwaters.org.au/pdc-booking-form/

- 우리나라 퍼마컬처디자인학교에서도 용인에서 진행하는'19기 퍼마컬처 디자인 과정'을 모집합니다. https://www.facebook.com/permacultureschoolkorea/?locale=ko_KR

관심 있는 분들은 지원해 보세요:)


<3줄 요약>

* 퍼마컬처 디자인을 중심으로 설계된 호주의 계획 공동체로 캥거루등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반려동물 금지

* 토종씨앗 은행을 직접 운영하며 토종 씨앗 관리

* 마켓과 콘서트, 캠핑 사이트 운영 및 퍼마컬처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외부와 교류


자료출처

https://haanel01.tistory.com/entry/호주-퀸즐랜드주-생태마을-크리스탈워터스-탐방기-지속가능-공동체

생태마을 활성화 연구, 2004 https://ecoarchive.org/items/show/6585

세계의 공동체(3) 호주 크리스탈워터스 공동체, 크리스천 라이프 & 에듀라이프 오스트레일리아 http://chedulife.com.au/세계의-공동체3-호주-크리스탈워터스-공동체/

크리스탈 워터스 마을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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