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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빌리지를 산책하다 ⑧ 스코틀랜드 핀드혼

사랑하고 행동하라!

by 킨스데이

오늘 저와 함께 산책할 에코빌리지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핀드혼입니다. 스코틀랜드는 그레이트브리튼섬의 북쪽 1/3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도 에든버러에서 매년 열리는 페스티벌과 스카치 위스키로도 유명하죠. 스코틀랜드 북동부의 바닷가 마을인 핀드혼은 1962년 세 명의 마을 설립자가 캐러밴을 타고 가다 척박한 모래땅에서 18kg에 달하는 양배추를 생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 곳은 영성 공동체이자 에코빌리지입니다. 우선 비전부터 살펴볼겠습니다.


"인류가 신성함을 구현하는 근본적으로 변화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모든 생명체와 함께 현명하게 사랑으로 공동창조를 한다."


이 마을에서는 특히 '사랑'을 강조합니다. 우선 나 자신을 사랑하고 모든 생명체와 비생명체를 사랑하면 세상이 변화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 안에서 1) 내면의 경청과 2) 자연과의 공동창조(Co-creation), 그리고 3) 사랑을 실천하며 일을 하라는 세 가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친환경적인 삶과 다양한 영성 및 환경 교육 프로그램과 리트릿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만 명이상이 방문해 적극적으로 외부와 교류를 하고 있으며 마을 재정의 50%를 이런 교육비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300명의 개인과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 등 40개의 조직이 뉴핀드혼협회(New Findhorn Association, NFA)에 가입해 핀드혼 주민으로 지역 사회에서 함께 거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핀드혼 풍력발전소 (사진: www.wikiwand.com/en/Findhorn_Ecovillage#Media/File:Findhorn_wind_turbines)


핀드혼은 1990년대에 대표적인 생태마을로 알려질 정도로 환경에 진심인데요. 주택을 지을 때 남향으로 주택 방향 설정 및 창문 배치로 패시브 태양광 기능 활용, 가정용 온수난방에 태양열 패널 사용, 연비가 좋은 콘덴싱 가스보일러를 이용한 지역난방 시스템 구축, 재생용지로 제작한 열효율 높은 단열재와 에너지 절약형 전구, 삼중창으로 된 유리를 사용했으며 독성 없는 올가닉 페인트와 목재 방부제를 썼고, 유독성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현지에서 자란 목재를 사용했고, 천연 점토 타일로 지붕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혁신적인 '숨 쉬는 벽' 구조로 공기와 증기 제어 및 관리, 라돈 가스 축적 방지를 위해 바닥 공기 순환 용도로 목재 바닥 띄었으며 정원용으로 빗물을 저장하고 재활용하고 세탁실, 주방, 휴게실 공유, 볏짚을 이용한 건축 공법과 간단한 목재 프레임 구조와 디테일로 주민이 쉽게 스스로 지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총용량이 750kW인 4개의 커뮤니티 소유 풍력 발전소를 통해 커뮤니티 내 발생한 전기 수요를 100% 이상을 공급하고 있으며 250kW 바이오매스 보일러를 사용하고 '리빙머신'이라 불리는 박테리아, 조류, 미생물, 수많은 종의 식물과 나무, 달팽이, 어류의 다양한 군집이 이러한 탱크와 바이오 필터에서 전체 생태계로 상호 작용하도록 설계된 하수정화장치를 설치해 정화된 물을 바다로 흘러가거나 재사용합니다. 뿐만 아니라 수년에 걸쳐 연간 약 26톤의 장작을 생산하는 지속가능한 삼림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는 퍼마컬처 농법으로 텃밭 정원을 가꾸다가 1994년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각종 채소와 과일의 품질을 높여서 재배함으로써 마을 주민의 건강한 식단을 책임지고 있고 지난 15년 간 3만 평 넘게 마켓 정원을 확장해 지역 주민에게도 고품질의 식재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마을 내에서는 에코(Eko)라는 지역화폐를 사용합니다.

2006년 스톡홀름 환경 연구소(Stockholm Environment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핀드혼 마을의 생태발자국이 영국 평균 수치의 절반으로 산업화 이후로 전 세계의 커뮤니티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핀드혼은 1998년 통합적인 지속가능한 삶의 모델로 UN-Habitat Best Practice로 지정되었고, 2018년 한번 더 지정됐습니다. 이에 UN 훈련연구기구 (UNITAR)의 국제연수센터(CIFAL)로 지정되어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하기도 하고 2001년 핀드혼 대학도 설립했으며 세계 생태 마을 네트워크(Global Ecovillage Network, GEN)와 산하교육기관 Gaia 교육 본부가 여기에 설치되어 운영 중에 있습니다.


핀드혼 마켓 (사진: 에코빌리지 핀드혼 홈페이지)


핀드혼에서는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에 조율(Tuning)이란 의식을 하는데 촛불을 가운데 밝히고 일하는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서로 손을 잡고 눈을 감은 다음 안내에 따라 자신의 모든 의식을 일하는 공간, 동료, 일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차분하게 내가 일하는 일터와 동료들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핀드혼 커뮤니티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매월 회의를 통해 마을과 관련된 여러 사항에 대해 토의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최근에 가장 핫한 주제는 바로 '세대교체'라고 하는데요. 유럽에서는 에코빌리지가 계획 공동체(Intentional Community)에서 전환 마을(Transition Town)로 바뀌는 추세인데 옛날처럼 헐값에 땅을 매입해 공동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마을을 생태마을로 전환하는 운동이 대세라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생태마을이 전환마을에 비슷하고 뉴질랜드의 어스송 에코빌리지나 영국의 스프링힐 코하우징은 계획 공동체에 해당이 됩니다. 유럽의 에코빌리지들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초창기세대가 젊은 세대의 문화와 다양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 갈등을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핀드혼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핀드혼 주민들 (사진: https://www.permaculturenews.org/2019/08/16/from-findhorn-to-the-future)

핀드혼 생태마을에서는 '내면의 공동체'를 내 안에서 발견하고 이를 잘 지키는 것을 가장 우선시했는데 그래야 공동체 안에서도 혹은 공동체 밖에서도 무엇을 하든지 흔들림 없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랑하고 행동하라'는 핀드혼의 공동체 원칙이 예수님의 삶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브루더호프 공동체와도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대교체를 고민하고 있는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지라 에코빌리지가 초기의 비전을 고수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어떻게 유연하게 변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전통만을 고수한다면 그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얼마가지 못해 지속가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갑자기 흥선대원군의 쇄국 정책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시대에 맞게 변하지 못하고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코닥이나 노키아 같은 기업도 생각납니다. 에코빌리지의 선배 격인 유럽 에코빌리지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실험을 시도할지 앞으로 기대가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의 고민과 시도,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이 두루두루 공유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도 제가 만들고 싶은 작은 에코빌리지가 후퇴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커뮤니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과 책임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파타고니아처럼 일곱 세대를 내다보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고 일본 히가시카와 마을처럼 20-30년을 내다보는 전략 아래 독일의 지벤린덴 생태마을처럼 6세대 뒤를 생각해서 매일 액션 플랜을 실천하는, 이런 에코빌리지들과 같은 선상에서 고민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옵션이 되는 그런 커뮤니티 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하루에 하나씩 국내외 사례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 역시 나만의 작은 에코빌리지 커뮤니티 구축 실험을 하기 위한 초기 준비 작업 과정이지요. 오늘도 핀드혼 사례 학습을 통해 그 목적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뎌 봅니다.


<3줄 요약>

* 모든 생명체와 비생명체를 사랑하고 행동하라는 비전을 실천하고 있는 350명 규모의 영성 에코빌리지

* 통합적인 지속가능한 에코빌리지 모델로 인정받아 UN 해비타트 베스트 프렉티스로 선정

* 내부적으로 세대교체에 대한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 중


자료 출처

<어떤 배움은 떠나야만 가능하다>, 김우인, 열매하나

에코빌리지 핀드혼 홈페이지 https://www.ecovillagefindhorn.com/

핀드혼 재단 홈페이지 https://www.findho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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