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첸나이 공항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다국적 생태 공동체인 '오로빌 공동체 마을'의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구입니다. 오로빌 공동체는 1968년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인도의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에 영향을 받은 프랑스인 '미라 알파사'와 124개국의 청년들, 인도의 모든 주를 대표하는 청년들이 함께 모여 창립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계획 공동체로서 유네스코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승인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인도 정부의 지원금도 받고 있고 1988년에는 인도 국회에서 오로빌재단법이 통과되면서 특별자치권한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는 볼런티어 비자를 받아서 머물 수 있다고 합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25 km2(7천5백 여평)의 대지에 60개 국가에서 온 3천3백 명의 사람들이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은 유토피아를 구현하기보다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공동체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 꾸준히 실험을 하고 있는데요. 오늘 저와 함께 오로빌 공동체를 산책해 보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오로빌 공동체를 '경제 공동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이곳에서는 구성원을 다섯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합니다. 정식 거주민인 오로빌리언, 2년 간 적응 기간을 통해 주민이 되고자 하는 예비 오로빌리언인 뉴 커머, 1년 이상 머무는 장기 자원봉사자, 1년 이하 머무는 단기 자원봉사자, 방문객으로 구분합니다. 오로빌리언들은 하루 여섯 시간씩 6일 동안 일을 합니다. 의사, 교사, 건축가, 엔지니어 등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은 해당 경력을 살려서 공동체에 기여하기도 합니다. 공동체 구성원의 국적도 인도,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인과 러시아, 남미, 동북아시아 등 다양하다고 합니다. 돈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가 아닌 사람의 재능과 연대를 기반으로 품앗이와 같은 선물 경제(Gift Economy)를 추구하는데요. 그래서 주민들은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서로 교환하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농경사회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또한 소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기본 소득 개념으로 1만 루피를 매월 지급해 생활 유지가 가능하게 해 줍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살면서 돈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다고 하네요. 다들 환경을 생각해서 아껴서 사용하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고 하는 미니멀리즘,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교육과 의료 서비스, 식사 등을 무료로 제공받습니다. 외부 수입이 있는 사람들은 자원봉사와 함께 특정 금액을 기부해야 합니다. 이곳의 집들은 오로빌 재단의 소유로 특정 금액을 내면 주거권을 받고 떠날 때는 해당 주거권을 반납하는 형태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열린 커뮤니티를 지향하기 때문에 주변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코펨은 면 생리대를 생산해 외국에서 생리대 한 개를 구매하면 인도 여학생에게 생리대 한 개를 무료로 제공하는 1+1 giving 형태의 사업 모델을 통해 지역 여성 주민을 고용,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로빌 재단에서는 초기 투자금을 지원하고 수익의 33%를 환원하는 형태로 오로빌리언의 참여를 독려합니다. 지금까지 오로빌에서 창립한 사회적 기업들을 통해 인근 주민 5천 명에게 일자리 및 기술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합니다.
오로빌 공동체는 생태마을답게 적정기술(기술이 필요로 하는 지역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에 적합한 수준의 기술)과 환경친화적인 기술 방법을 사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솔라키친에서는 거울 조각들이 태양열을 반사해 중앙에 있는 구리봉에 열을 모아 그 안에 있는 물을 가열해 증기로 변환시킨 에너지를 이용해 요리를 해서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고 짐승 배설물을 가공해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하거나 수중식물을 이용해 자연정화를 하고 있습니다. 전기는 풍력발전소를 이용해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잉여분은 인도 정부에 판매합니다. 뿐만 아니라 유기농법을 기반으로 한 텃밭과 과수원을 운영함으로써 채소와 과일을 수확하고 부족한 분량은 지역 마을에서 구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 때 열대 우림지역이었다가 식민지 시절 자원 수탈로 사막이 된 주변 지역에 1970년대부터 마을 주민들이 2백만 구루의 나무를 꾸준하게 심어서 다시 숲을 조성했습니다. 2000년대부터는 ‘사다나 포레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녹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버넌스는 어떨까요? 자료들을 찾아보니 이 공동체에는 대표나 리더가 전혀 없다고 합니다. 대신 주민위원회, 실무위원회, 상임위원회 등이 있고 주민들의 투표로 의사를 결정합니다. 자치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죠. 생각보다 공동체 내에서 큰 갈등이 별고 없다고 하는데요. 다만 22년 11월 힌두닷컴에 게재된 기사에 따르면, 도로 부설을 위해 벌목을 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오로빌 주민들이 반대하는 과정에서 오로빌 재단 이사회 의장과 주민위원회, 인도 정부 관계자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반적인 생태마을의 특징 중 하나가 지속가능성을 위한 자급자족인데요. 오로빌의 경우 인도 정부와 기관, 개인의 기부금을 통해 운영되는 부분이 있어 자급자족은 이 공동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또한 너무 뜨거운 날씨와 늘어나는 주민으로 인한 주택 이슈, 이로 인한 지하수 고갈 이슈, 오토바이 사용량 증가로 인한 공기 오염 이슈 등 여러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대안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는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얼마 전 속초에 있는 친구 집에 머물면서 "전 세계가 국경이 사라지고 하나의 나라, 지구촌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지금처럼 출생률이 최저 기록했네, 전쟁으로 인해 가스비가 올랐네, 이런 이슈들이 전부 사라지지 않을까?"라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 오로빌 공동체가 이런 터무니없는 상상의 한 단면을 실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 지인도 몇 년 전에 초등학생 자녀 둘을 데리고 온 가족이 오로빌 공동체에서 2주 단기 체험을 했었는데 그곳에서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정체 모를 '자유'를 만끽했다고 합니다. 인도를 추앙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솔직히 딱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은 떠오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Universal Town인 오로빌 공동체의 지속적인 실험과 도전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3줄 요약>
*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생태 공동체로서 더 나은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 진행
* 기본 소득 제공 및 물물 교환으로 이뤄지는 선물 경제 추구 및 지역 사회 지원
* 적정기술과 친환경 기술 기반으로 에너지 자급자족 및 자연 생태적인 삶 지향
자료 출처
오로빌 홈페이지 https://auroville.org/
50년 동안 실험과 도전 거듭하는 경제공동체, 인도 오로빌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85648.html
세계의 명상마을 <4> 인도 오로빌 공동체 http://www.bulkw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001
생태공동체 오르빌을 아시나요? https://www.nocutnews.co.kr/news/4856315
Road to the future spawns discord within Auroville https://www.thehindu.com/news/cities/puducherry/road-to-the-future-spawns-discord-within-auroville/article66169695.e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