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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빌리지를 산책하다 ⑯일본 코노하나 패밀리

by 킨스데이

세계 에코빌리지 네트워크(Global Ecovillage Network) 홈페이지에서 아시아 국가에는 어떤 에코빌리지가 있는지 찾아보던 중 이웃 나라 일본의 후지산 자락에 있는 "코노하나 패밀리" 공동체가 눈에 띄었습니다. 코노하나는 후지산의 여신인 ‘코노하나사쿠야히메’로부터 따온 것으로 일본어로는 '나무에 핀 꽃'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1994년 이사돈 씨가 후지산을 등반하던 친구들과 함께 '지구에 피해를 주지 않은 삶'을 위해 계획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초기에 20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100명으로 공동체의 규모가 커졌다고 하는데요. 일본인 특유의 생태마을은 어떤 모습이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인사이트를 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채소를 수확 중인 코로하나 패밀리 농업팀 (사진: https://ecovillagebook.org/ecovillages/konohana)

환경적인 측면에서 코로하나 패밀리는 자급자족을 위해 퍼마컬처 농법 기반으로 쌀 11종과 200 종 이상의 야채와 곡물을 재배하며 미생물과 효소를 사용해 면역력 높은 닭과 염소를 키워 계란과 우유를 생산하고 양봉 사업을 통해 꿀을, 전통 방식으로 누룩에서 만드는 된장과 간장을 만듭니다. 저장 씨앗을 사용하고 토종 종자와 우수 종을 보호하며 새로운 종류의 개발을 위해 R&D 연구소와의 협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채식 위주로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합니다.


도시락 작업을 하는 코로하나 패밀리 요리팀 (사진: https://ecovillagebook.org/ecovillages/konohana)


커뮤니티 측면에서 마을 주민들은 팀으로 나눠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합니다. 예를 들어 농업팀과 종자팀 은 쌀과 버섯을 포함해 농산물 생산, 종자 보존과 유기농 종자 개발, 수확과 운송을 담당합니다. 요리팀은 식당 운영과 케이터링 서비스 및 가공식품을 생산합니다. 육아팀은 아이들을 돌보고 사무소는 공동체 사무일과 출판사업, 회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국제교류, NPO 법인 운영, 치료, 환경 교육과 활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을 공동체는 농업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월급은 따로 없지만 대신 쌀과 채소 판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발생된 수익을 공동체 구성원과 모두 나누고 개별 통장으로 일정액을 적립하며 세금과 개인연금, 의료비 등 공동 생활비를 각출해서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역사회와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을 위한 유기농장 및 음식 쓰레기를 활용한 친환경 가드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초중고등학교와 인근 대학교에서도 강의 및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 이 마을에는 대표가 따로 없고 매일 밤 주민들이 함께 모여 퍼실리테이션팀의 리드로 이슈와 진행상황 업데이트 등 세세하게 논의하며 의사결정을 합니다. 이 부분은 쿨하고 역량 있는 지자체가 주민들과 협력하는 모델인 히가시카와 마을과는 또 다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희망의 바람 축제를 벌이는 코로하나 패밀리 주민들 (사진: 코로하나 패밀리 블로그)

한 때 식품 대기업을 다닐 때 우동 브랜드를 담당해서 일본 카가와현의 우동 마을로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10년도 더 된 일이네요. 아침부터 동네 허름한 수타 우동집 앞에서 마을 사람들이 긴 줄을 서는 모습에 의아했었는데요. 저도 줄을 서서 기다리다 마침내 그 굵고 쫄깃한 수타 우동 면발을 후루룩 삼킨 뒤에 이 마을 사람들이 우동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이유를 깨닫게 됐고 저절로 수긍이 됐습니다. 낡은 인테리어, 저렴한 가격으로 동네 주민들에게 일용한 아침 식사를 부지런히 제공하는 노포 우동집 사장님의 장인 정신(!)에 깊이 감동해 저도 엄지 척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그 면발이 가끔씩 떠오릅니다.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맛이지요. 코로하나 패밀리 생태마을은 저에게 이런 수수한 동네 우동집같은 이미지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함께 행복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다 같이 노동과 재능을 나누며 노력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 우리가 참고하면 좋을 이웃나라 일본의 한 단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3줄 요약>

* 후지산 자락 안에 쌀과 채소 판매 및 가공식품 서비스, 교육 프로그램으로 흑자 경영하는 생태마을

* 팀제로 서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공평한 수익 분배 및 공통 생활비로 마을 살림 운영

* 매일 밤마다 회의를 통해 마을의 발전과 개인의 행복을 지향하는 거버넌스


자료 출처

코노하나 패밀리 홈페이지: https://konohana-family.org/

[탐방보고서] 일본 생태마을 공동체를 통해 본 체험형 프로그램 - (3) 木の花ファミリー Konohana Family (코노하나 패밀리) https://theseekers.tistory.com/m/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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