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여자 목수가 많네요?

by 킨스데이



“남자도 힘든데 여자가 무슨……”

’ 여자 목수‘란 얘기를 들었을 때 이런 반응이 꿈틀 했다면 당신은 꼰대입니다.


“아니 쌍팔년도 아니고 아직도 직업 이름에 성별을 붙이다니! “

반면에 이렇게 흥분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죠. 그러게요. 저도 동의합니다. 번역 작업을 할 때도 '그녀'라고 하지 않고 '그'라고 표기해서 젠더리스를 지향해 왔던 저로서는 여류 시인, 여의사, 여군, 여자 목수와 같이 직업 앞에 성별을 붙이는 표현을 지양합니다. 다만 오늘은 목수 커리어를 쌓아가는 여자 사람에 대한 얘기를 존경의 마음과 응원과 격려를 하고 싶어 굳이 성별을 앞에 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수강한 <가구제작산업기사 과정형> 과정의 참가자 18명 중 여자는 4명. 22%가 조금 넘습니다. 강사 두 분 중 한 분이 여성이고 작년 본 과정에서 유일하게 가구제작산업기사 자격증을 딴 두 분도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2008년부터 교육 과정을 시작했는데 연도별 단체 사진을 살펴보니 여성의 비율이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바야흐로 여성 목수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걸까요? 하긴, 저 같은 왕초짜도 목공을 배워보겠다고 이렇게 덤벼들었으니 말이죠. 마이스터(독일어로 장인이란 뜻. 저희 아카데미 대표이자 이번 과정에 강사이신 분 지칭)에게 물었습니다. “여성 목수가 생각보다 많네요?” 답변 주시길, 주로 졸업생들의 작품 사진을 보고 "나도 해봐야지"하시면서 지원하는 분들이거나 가구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그리고 그 구매 주도권을 갖고 있는 분들이 주로 여성이라서 그런지 여성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하셨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기계로 제작하기 때문에 여성도 충분히 작업할 수 있고 오히려 섬세하고 꼼꼼하게 디자인과 제작을 하면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여자 목수가 유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소의 의자’ 전에 참여하고 조만간 함께 책을 출간할 9인의 목수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런 측면에서 김민서 님이 쓴 <여자 목수> 란 책이 여자 목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홉 명의 여자 목수들이 들려주는 라이프 스토리로 구성이 되어있는 책인데요. 특히 시골목수 길공방 김보람 님과 유진경 나무공방의 유진경 님, 이 두 분이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김보람 님은 아무래도 저처럼 아주 다른 영역에서 목수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과 "로컬, 환경"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폐목재를 재활용하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주변 이웃 농부들과 소통하는 도구로 목공을 사용하는 모습이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작은 에코빌리지 만들기에 참고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유진경 님은 소목장으로서 장인에 더 가깝다고 느껴진 분이셨는데요. 현대 사회에서는 보기 드물게 묵묵하고 우직하게 전통목가구를 제작하며 자신의 길을 걷고 계신 모습에서 진정한 전문가의 아우라가 느껴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여자 목수에게는 진로 관련해서 어떤 옵션이 있을까요? 첫 번째 시간부터 마이스터가 설명하기를 성별을 떠나 목수들은 일반적으로 가구 제작을 하거나 교육 공방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방을 열려면 최소 투자 비용인 5천 만 원 정도가 들기 때문에 사실 쉬운 결정은 아니죠. 대부분 서울의 공방들이 지하에 있는 이유. 그래서 아트 퍼니처와 같은 작가의 길을 가거나 가구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디자이너 등의 선택지가 있다고 해요. 요즘은 웬만해서 동네마다 공방이 하나씩은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내 아이덴티티가 담긴 디자인, 제작, 홍보를 잘해서 나만의 브랜드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마이스터가 여러 번 힘주어 강조하셨습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목수도 가구가 팔려야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예전에 제가 코치 자격증을 취득할 때 코칭 아카데미에서 들었던 조언과도 비슷합니다. 무엇을 하든지 나만의 브랜드를 잘 만들어서 키워나가야 해당 분야에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얘기. 아티스트나 뮤지션, 크리에이터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마케팅과 브랜드 매니지먼트 경력이 있고 여성 창업가 디지털 마케팅 강의 경험이 있는 저에게 유리할까요? 그건 저만의 가구 아이덴티티와 제작 스킬이 동반되어야만 빛을 발할 수 있을 거라는 뻔한 답변을 속으로 해보았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주인공 스즈메의 엄마가 네 살짜리 딸을 위해 작은 의자를 만들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작고 아담한 노랑색 의자는 스즈메에게 엄마의 사랑과 추억이 담긴 아주 소중한 보물이 됩니다. 뚝딱뚝딱 가구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따뜻한 진심과 특별하면서 아름다운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 여자목수든 남자목수든 목수라면 누구나 이런 목표를 가지고 땀과 노력 거기에 자부심을 담아 가구를 만들지 않을까요? 개강 첫날, 신입생의 자세로 나무의 종류와 나무를 주문하는 계산 방법 등을 듣다가 눈앞이 핑핑 돌고 머리에 쥐가 났던 <가구 제작 산업기사 과정형> 첫날의 가벼운 묵상의 기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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