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가 장갑을 끼지 않는 이유

by 킨스데이

제가 목공을 배운다고 하니 손이 거칠어지거나 다칠까 봐 걱정하는 지인 분들이 계셨는데요. 아마도 이런저런 안전사고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유니크 마이스터 아카데미의 <가구제작 산업기사 과정형>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작업자 그리고 작업장의 안전관리"입니다. 수공구를 사용할 때도 그렇지만 특히 기계실에서 작업할 때 안전에 힘써야 합니다. 다치면 안 되니까요.


장갑을 끼지 않는 이유

대부분 손을 보호하려면 장갑을 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목공 작업에서 장갑을 껴도 되는 작업과 장갑을 끼면 안 되는 작업을 잘 분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기계 작업을 할 때는 절대로 장갑을 껴서는 안 됩니다. 전동기계나 기타 목공 기계의 기계 벨트 부분이나 회전 부분에 장갑이 말려들어가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저는 이것도 모른 채 손을 보호한다고 다이소에서 구매한 2천 원짜리 안전장갑을 끼고 액자 뒷면에 트리머 작업을 하다 갑자기 장갑이 휘리릭 끼는 경험을 하고는(다행히 속도가 빠르지 않았던 터라 장갑과 제 손가락은 모두 무사했습니다만) 순간 너무 놀라서 그 이후로는 절대! 네버! 기계 작업 시 장갑을 착용하지 않습니다. 물론 오일이나 바니쉬를 발라 마무리하는 마감 작업을 할 때는 손에 묻지 않도록 일회용 비닐장갑을 낍니다. 스툴을 만들기 위해 제공받은 2100 mm x 1400 mm 사이즈의 목재를 끙끙대며 기계실로 가져가 각도절단기로 자르고 수압 대패와 자동 대패, 밴드쏘 등으로 재단할 때도 장갑을 끼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왼쪽 두 번째 손가락에 작은 나무 가시가 박혔더라고요. 알코올로 닦은 핀셋으로 주변 살에 압박해서 나무 가시를 제거하고 피부를 깨끗하게 소독했습니다. 기계 작업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가락에 피가 나서 옆에 있던 사람이 발견하고 알려주기도 하는데요. 아마도 살이 베이거나 벗겨지거나 긁히는 등 생채기가 났기 때문이겠지요. 해결책은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나무를 다룰 때, 기계를 다룰 때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안전 수칙과 주의 사항을 잘 파악하고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선생님이나 선배에게 물어보거나 그럴 수 없다면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직접 테이블쏘 작업을 하다가 Kickback 현상으로 날아온 나무조각에 맞아 기절할 수도 있고 주변에서 작업하다 영문도 모른 채 튕겨 나온 나무에 다칠 수도 있습니다. 모두 실화입니다. 목수 중에 손가락 마디 없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고 하니 무섭고 겁도 납니다.

목공으로 소확행

그런데 이렇게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왜 목공 작업을 하냐고요? 아직 한 달 밖에 안 됐지만 재미있습니다. 나무가 살아있는 소재라 신기하기도 합니다. 습기를 머금어 비틀어지기도 하고 휘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특성까지 고려해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작업에서 작은 보람과 행복을 느낍니다. 진정한 "소확행"인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목공은 정직합니다. 고민하고 고민해서 몸으로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옵니다. 사무직 업무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어떤 희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계로 들어오는 젊은 분들이 조금씩 증가하는 게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목수에게 필요한 안전장비

목공 기계작업을 할 때는 앞치마는 기본이고 눈을 보호해 주는 보안경과 귀마개, 방진 마스크도 필수입니다. 다이소에서 5천 원짜리 공방용 앞치마를 구매했습니다. 더 비싸고 좋은 것도 많았지만 아직 초보이니까 저렴하게 시작했어요. 앞치마는 몸을 보호해주고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앞치마에는 주머니가 여러 개 달려있어 제도샤프, 줄자, 각도기 등 작업에 필요한 수공구를 넣어 다닐 수 있습니다.

또한 테이블쏘를 작업할 때 나무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고 먼지도 많이 발생하는데요. 이때 보안경이 없으면 눈이 무방비하게 노출이 됩니다. 눈에 무언가 들어가면 비비지 말고 흐르는 물에 씻거나 인공눈물을 넣어서 각막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보호해줘야 하는데요. 저도 한동안 눈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불편해서 안과에 근무하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눈 보호에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100%는 아니지만 기계 작업이나 청소할 때 보안경이 상당히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감히 주장합니다.

방진 마스크 또한 목숨처럼 중요합니다. 이렇게 목공 작업에서 먼지가 많이 발생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집진장치와 환기장치가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지가 뭉개 뭉개 피어납니다. KF 94 마스크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죠. 그래서 인터넷 서칭과 주변인의 조언에 따라 방진방독 마스크를 구매했습니다. 한결 시원하고 깨끗하게 호흡할 수 있어 먼지가 호흡기와 폐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차단해 준다고 설명서에 적혀있습니다. 물론 스트랩으로 얼굴이 조여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착용하기는 힘들어서 기계실을 나오면 KF94 마스크로 바꿔 착용합니다.

귀마개 또한 중요한 장비입니다. 이지훈 배우가 맹활약하는 <모범택시 2>에서 건설현장에 다니는 아버지가 육상 선수 출신 딸이 수술 후 혼수상태로 깨어나지 않아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그때 남궁민이 분한 천 원짜리 변호사가 그 아버지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청력이 나빠져 목소리가 커지고 망치나 톱같은 현장에 필요한 도구들을 가방에 넣고 다니니 일반 사람들에게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는 '외로운 사람'이라고요. 저도 목공 일을 배우고 있는 상황이라 이 두 가지 포인트에 공감이 됐습니다. 청력 보호 차원에서 지하철에서 음악도 듣지 않는 저이기에 기계실 소음이 그대로 노출될까 봐 98 데시벨까지 막아주는 3M 귀마개 헤드셋을 주문했습니다.


정보 공유 차원에서 제가 구매한 안전장비의 가격은 아래와 같습니다. 100% 내돈내산입니다.


- 다이소 공방 앞치마 5,000 원

- 오투스 보안경 8,270 원

- GVS 일립스 방진 마스크 + 필터 + 케이스 54,100 원

- 3M H9A 귀마개 헤드셋 27,000 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합계: 94,370 원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는 비용입니다. 나는 소중하니까요. 오늘도 손가락 10개, 피흘림 없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귀가할 수 있어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대패와 대패 삼겹살, 그 사이 어디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