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켜거나 자르거나

by 킨스데이

“톱질하세 톱질하세 슬근슬근 톱질하세

하나 켜면 금 나오고 둘을 켜면 은 나오고~“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에서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받은 박씨가 크게 잘 자라 박을 톱질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갑자기 웬 전래동화냐고요? 제가 이 노래 가사 중에 수십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이해가 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노래에서 ‘흥부가 박을 켜면 금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박을 자르다가 아니고 말이죠. 박을 켜는 것과 자르는 것. 과연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지금 수강하고 있는 유니크 마이스터의 <가구제작 산업기사 과정형> 두 번째날 톱질을 배우고 나서야 나무를 '켜다'와 '자르다'의 차이점을 제 인생 처음으로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그다지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톱질 한 번 해보지 않고 생을 마감한 분도 아마 많으실 테니까요. 켜는 것은 나무의 무늬결 방향으로 톱질하는 것을 뜻하고 자르는 것은 나무 무늬결 방향에서 직각으로 톱질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양날톱은 한 개의 톱몸에 켜는 톱니와 자르는 톱니가 양쪽에 달려있습니다. 제 눈에는 켜는 톱니가 자르는 톱니 대비해서 좀 더 크고 억세 보입니다. 톱니의 크기를 보고 언제 켜는 톱니를 사용하고 언제 자르는 톱니를 사용할지 쉽게 구분이 가능합니다. 또한 세공작업에 적합한 등대기톱은 자르는 톱입니다. 일반적으로 양날톱과 등대기톱을 작업하는데 자주 사용하고 그 외에 튀어나온 부분을 제거하거나 모서리 이음 부분을 작업할 때 쓰는 플러그톱과 곡선으로 자를 때 쓰는 실톱도 있습니다. 저는 가성비가 좋은 켜기, 자르기 겸용 등대기톱을 추천받아 구매해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다시 서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흥부는 왜 박을 켰을까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흥부가 박을 톱질하는 그림들을 살펴보면 흥부가 부인과 함께 양쪽에서 큰 톱(정식명칭: 탕개톱)을 잡고 위에서 아래로 박을 자르는 모습인데요. 그 방향이 아마도 박의 물결 방향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관상용이나 일반 박의 이미지를 살펴본 결과 무늬가 아주 희미하게 정 가운데에서 아래로 나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아니면 단순히 운율에 맞추기 위해 자르다 보다 켠다라는 표현을 가사에 넣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순전히 저만의 추측입니다.


톱질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쓱싹쓱싹 한 번에 선을 따라 곱게 톱질이 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연습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초보자들은 연필로 목재에 선을 긋고 그 위에 칼선을 낸 다음 등대기톱을 들고 이리저리 선을 자르는 연습을 합니다. 눈앞에 그려진 선을 바라보면서 톱을 세워서 켜거나 자르는 게 좋은데요. 이때 팔에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아직 힘이 들어가서 톱질을 하고 나면 오른팔과 손목이 뻐근합니다. 그럼에도 매일 연습하면서 조금씩 늘기를 바랄 뿐이죠. 그래도 액자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톱질한 오늘 하루도 멀쩡한 손가락 10개, 다치지 않고 무사히 하루를 마친 저를 칭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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