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와 대패 삼겹살, 그 사이 어디쯤

by 킨스데이

인생 첫 손대패를 구매했습니다. 금작 48 mm 일본산 평대패입니다. 무게감이나 사이즈가 저처럼 작고 악력이 별로 세지 않은 손에 적당합니다. 목공을 배우면서 여러 가지 손공구 제품 중에서 'made in japan'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목공 전문가들도 어쩔 수 없이 퀄리티 차원에서 오래 쓰려니 일본 제품을 구매한다고 고백(!)하시더라고요. 자유자와 곡자, 곱자, 직각자, 줄자, 케가끼, 분도기와 같은 측정도구에서부터 대패와 톱, 트리머 등 신와, 호라이, 마끼다 등 난생처음 듣는 일본 브랜드들이 이 바닥에서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제품 하나하나에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불어넣었나 봅니다. 몇년 째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 아사히 등 일본 브랜드를 보이콧하고 있었지만 수공구 앞에서는 저도 일본 제품을 구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일본이 화산지형이라 돌이 푸석푸석하고 벽돌을 만들 진흙이 부족했던 반면, 사면이 바다라 온난한 기후로 인해 질 좋은 목재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조림 사업을 잘해왔기 때문에 목공이 오래전부터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삼국사기>에서 백제인이 뛰어난 목공기술을 일본에 전파했다고 하는데 일본이 청출어람이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한 예로 삿포로에서 2시간 거리의 히가시카와 마을은 스스로를 “목공의 마을” 부르며 마을 주민 남녀노소 모두 목공 기술을 익히기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 “너의 의자”를 수작업으로 만들어 선물한다고 합니다. 나중에 커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히가시카와 태생임을 잊지 말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겼다고 하네요.


제가 한 때 C모사의 가쓰오 우동 브랜드를 담당하던 시절 소규모 우동 프랜차이즈 모델을 만들기 위해 푸드빌 담당자와 함께 일본 가와카현 우동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북해도산 밀가루를 사용해 대대손손 내려오는 전통방식으로 직접 손으로 만든 탱글탱글한 우동면의 쫄깃한 그 맛! 아침댓바람부터 허름한 우동집 앞에 주민들이 줄 서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정성이 가득 담긴 우동 한 그릇에 진실의 미간을 보이며 음미했던 그 감동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런 장인정신이 목공 수공구에도 깃들었다는 생각이 미치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목공 분야에서는 일본이 좋은 레퍼런스가 될 정도로 다양한 콘셉트의 공방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오사카에 있는 가구 클리닉 콘셉트 공방을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손대패는 마음에 드냐고요? 처음사면 바로 대패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팻날을 잘 세팅해주어야 합니다. 동양 손대패에는 날이 두 개가 있는데요. 바로 어미날과 덧날입니다. 두 날을 대패에서 분리시킨 서로 포개서 빛이 새지 않는지 눈으로 가늠한 다음 빛이 보이면 그 덧날 부분을 망치로 두드리며 각도를 조정해 두 날을 맞춰줍니다. 이 작업은 초보자가 하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에 마이스터가 감으로 도와주셨어요. 대패의 나무 부분도 휘지 않고 편평한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포로 문질러 틀어짐을 바로 잡아주어야 합니다. 어미날을 가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물에 담가놓은 숫돌의 평면을 맞춰준 뒤에 그 위에 물을 적셔가며 천천히 집중해서 날을 갈아줬습니다. 충분히 갈았으면 대패에 두 날을 다시 고정시키고 대패질을 해봅니다. 나뭇결대로 부드럽게 그리고 얇게 대패질이 되면 날이 잘 갈린 것에 플러스 대패날이 잘 고정된 것이죠. 스으윽 스으윽. 이게 바로 대패질의 손맛인가요? 기분이 좋아집니다. 종이장처럼 얇게 깎여서 대패 위로 돌돌 말려 올라오는 대팻밥을 보면서 대패 삼겹살이 생각나는 건 저만 그런 게 아닐겁니다. 오늘 열심히 대패질 연습을 했으니 이번 주말에는 기념으로 대팻밥처럼 돌돌 말린 냉동 대패 삼겹살을 사다가 구워 먹어야겠습니다. ㅎㅎ


*손대패 연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nJ3uBDWq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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