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맞춤과의 첫 만남
목공과 스타트업의 닮은 점
18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조직을 경험해 보니 제가 배우는 목공 과정이 스타트업 업무 스타일과 닮은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단한 설명과 시범을 보고 난 뒤에 (마음의 준비와는 상관없이) 온몸으로 경험하면서 배우도록 밀어붙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가구제작산업기능사라는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6개월간 인텐시브 하게 배우는 과정이라서 더 그런 것일까요? 사수를 붙여주고 하나하나씩 친절하게 가르쳐주면서 준비를 시켜주는 대기업과는 확실히 다른, 좀 더 도전적이면서 압박감이 있는 "Learning by Doing" 스타트업 업무 스타일과 유사했습니다. 아마도 동네 공방에서 취미로 짬짬이 내 멋대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럴 수 있고, 제가 드릴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100% 문과 출신이라서 이렇게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사개맞춤에 도전!
첫 번째 실기 실습으로 가구제작 산업기능사 과정형 외부 평가에 대비해 우드박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우드박스를 만드는 것보다는 평가에서 요구하는 "사개맞춤"짜임을 어떻게 하느냐를 배우기 위한 목적이 컸는데요. 국가시험에서는 가장 저렴한(!) 미국 소나무 집성판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잠시 나무의 촉감과 물결무늬를 느껴보았는데 망치로 힘을 주어 두드리면 자국이 남을 정도로 소프트했습니다. 원하는 사이즈의 나무 박스를 자유롭게 만들라는 과제를 받았는데요. 단, 사개맞춤(정의: 모서리에서 여러 갈래의 장부를 만들어 깍지 끼듯이 엇갈리게 한 맞춤, 네이버 국어사전. 영어로는 Box joint 또는 Finger joint라고 표현, 네이버 영어사전)으로 연결해야 하고 톱, 끌과 같은 수공구만 사용하라는 조건으로. 그래서 서둘러 제도 샤프와 자를 들고 내 마음대로 목재에 치수를 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각도기와 케가끼 등 여러 측정도구에 대한 사용법에 대해 설명을 듣긴 했지만 처음이라 어색해서 마킹하는 제 모습을 누가 봤다면 참 어설프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인지 결과적으로 1~2 mm 오차도 있고 직각 사각형이 아니었습니다. 정규교육 제대로 받고 직장생활도 나름 오래 한 성인이 이런 것도 따라 하지 못할까 싶을 텐데요. 하지만 돌아보면 (굳이 변명하자면) 제 손으로 무언가 이렇게 치수를 넣고 이에 맞춰 톱질과 끌질을 하며 뚝딱뚝딱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만들었던 태극기함도 나무재료가 치수에 맞춰 이미 재단된 상태로 제공됐거든요. 슬프지만 '이런 것도 난 못할 수 있구나'를 알아차릴 수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측정 후에 나무 물결무늬를 보고 받는 부재인 암장부 작업으로 이어갔습니다. 샤프로 그은 선 위에 칼선을 그은 다음 나무판을 바이스에 고정시키고 톱질을 하는데 처음이라 오른팔에 힘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렇다고 선 따라 곧은 것도 아니어서 톱질한 부분이 삐뚤빼뚤합니다. 톱질을 할 때는 힘을 주지 않고 가볍게 톱을 쥐고 자연스럽게 선이 보이도록 쓱싹쓱싹 하면 된다고 합니다. 이론은 쉽지만 막상 톱을 들면 긴장을 해서인지 손목과 팔에 힘이 들어갑니다. 선을 보면서 톱질을 한다고는 하지만 처음 톱의 방향이 선과 일치하지 않거나 중간에 흔들리기도 해서 깔끔하고 정확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톱질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끌질에서 보완작업을 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어나더 레벨, 끌질
목공은 대패질, 톱질, 끌질 이 세 가지를 잘하면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기본이자 본질적이면서 어려운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끌도 제 인생 처음 잡아봅니다. 초등학생 시절 미술시간에 판화 작업을 했을 때 사용한 조각칼과 좀 비슷하게 생겼다고 여길 정도로 저는 끌에 대한 개념과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끌질을 할 때는 손목이 아니라 체중을 실어 어깨힘으로 밀어야 하는데 이게 익숙하지가 않아 손목에 자꾸 힘이 들어갑니다. 소프트우드라 무턱대고 끌에 힘을 주었다가는 나무조각이 휘리릭 뜯겨나갑니다. 날카로운 끌에 다칠까 봐 겁도 나서 그런지 이래저래 작업 속도가 많이 느려졌습니다. 암장부를 파고 나면 그 사이즈에 대고 숫장부를 표기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결구가 서로 딱 맞지 않습니다. 마이스터의 시범을 보고서도 이게 마음처럼 잘 따라 하기 조차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말 재능 있는 숨은 천재를 제외하고는 초보자에게 완벽하게 짜임이 끼워지는 행운은 쉽게 허락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당연하지요. 처음 해보는 것이니까요. 아무런 요령도 연습도 없는 초초초짜로서 그런 운은 언감생심입니다. 그런 행운이 있다고 해도 그다지 반갑지 않습니다. 금방 자만해져서 노력하지 않을 테니까요.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저로서는 망치로 두들기고 끌과 커터칼로 다듬으며 온갖 생쇼를 한 끝에 네 면을 끼워 넣었습니다. 나무라서 클럼프로 양쪽을 조이면 어떻게든 들어갑니다. 헐거운 부분은 목공용 본드를 칠한 뒤 고정시켰습니다. 그런 뒤에 틈새는 메꾸미(같은 종류의 나무 가루를 딱풀과 섞어 틈새를 메꿔줌) 작업을 꼼꼼하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첫 번째 작품 탄생!
박스의 밑판은 MDF 합판을 사용했고 트리머로 끼워 넣는 부분을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당연히 트리머란 이름과 도구를 난생처음 보았고 처음 사용해 보았습니다. 트리머의 파워에 밀리지 않으려고 아주 천천히 트리밍을 했는데 아직 힘조절이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그리고 안쪽이라 잘 보이지도 않아서) 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래서 박스 조립을 완성하긴 했는데 예상대로 반듯한 직사각형 모양의 박스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정성스레 사포질을 한 다음 바니쉬를 발라서 건조한 뒤 완성했습니다. 원래 사포질 전에 제도 샤프로 표기한 부분들을 모두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웠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질 않아 자세히 살펴 보면 군데군데 흔적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제 첫 번째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첫 톱질과 끌질을 통해 사개맞춤을 한 결과물입니다. 그다지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기계실 작업에 들어갈 때 온갖 필요한 측정도구를 넣는 박스로 현재 사용하고 있습니다. 개선할 포인트들이 확연하게 보이는 박스입니다만 그래서 애착이 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목공이라는 첫 번째 단추는 아주 저 멀리 맨 아래에서 끼웠으니 두 번째 단추는 적어도 한 단계 높은 위치에서 채워지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배움과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1인이거든요. "시련은 있어도 좌절과 포기란 없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다음 번엔 연귀맞춤을 시도한 나무 액자 제작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