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매길 수 없는 나무 액자

by 킨스데이

여러분은 액자를 구매해 보신 적이 있나요? 인생에서 생애주기별로 필요할 때 구매하는 액자. 저는 스마트폰 출현 이후 증명사진이나 여권 사진 외에는 사진 출력을 해본 적이 없는데요. 굳이 용도를 떠올린다면 아마도 주로 졸업 사진이나 가족사진, 웨딩 포토, 영정 사진 정도이지 않을까 싶네요. 대부분 중국산 저렴이 들이죠. 예전 미국에서 근무할 때 대표님이 선물로 'made in Italy'라고 찍힌 액자에 저의 영어 이니셜 H와 저와 팀워크가 아주 좋았던 상사 M을 상징해 H&M 로고가 찍힌 비닐백을 오려 넣어 선물로 주셨던 기억이 나는데요. 특정 순간의 추억이나 상징적인 이미지를 담아내는 액자는 솔직히 제 인생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1도 관심 없는 소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무 액자를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니 액자에 대한 생각이 180도 변했습니다.


우드박스에 이어 나무액자 만들기를 과제로 받았습니다. 2주 동안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4B 연필과 색연필, 펜과 마커를 이용해 스케치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액자 사이즈는 자유입니다. 누구를 위한 어떤 액자를 만들 것인지 액자 이름과 타깃, 목재 물량, 가격 등을 담은 스토리 텔링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고민되기도 하지만 나름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기에 즐겁기도 한 과정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잠들어 있던 미술 실력을 살살 흔들어서 깨우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생각해 보니 저는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던 아이였습니다. 중학교 때 교내에서 열린 과학 미술 대회에서 은상을 받아 학교 복도에 전시가 되기도 했었거든요. 전공을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미술 점수는 항상 우수했었습니다. 하지만 수능 준비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피아노도 끊고 미술도 접게 되었죠.


액자 스케치.jpg 나무 액자 스케치 과 © 2023 킨스데이

새로운 경험, 연귀맞춤

이번 액자의 재료는 벚나무(체리)입니다. 저는 대략 A3 사이즈와 비슷하게 400 mm x 300 mm x 30 mm으로 정하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적당한 크기로 너무 작지 않게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연귀맞춤으로 네 모서리를 이을 예정이라 45도 각도를 잘 맞춰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연귀라는 뜻은 한자로 '제비의 부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45도 각도가 뾰족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봤는데요. 나무 무늬결을 맞추면서 모서리는 45도로, 그 안에 장부도 꼭 맞추는 게 핵심 포인트인 작업이었습니다. 제도샤프로 꼼꼼하게 마킹을 하고 제거해야 하는 부분은 x표시, 남겨야 하는 부분은 o표시를 해서 헷갈리지 않게 표기를 했습니다. 하드우드로 만드는 첫 작품이라서 그런지 이번에는 톱질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그동안 동영상도 찾아보고 개인용 톱도 구매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힘을 덜 주면서 톱질을 했습니다. 끌은 이번에 대팻날 가는 시범을 본 후로 대패날과 끌도 살짝 갈아두었기에 우드박스를 만들 때보다는 아주 조금 익숙한 느낌이었습니다. 작업하면서 칼선을 미리 긋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과 힘 조절과 각도 조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네 모서리를 다 맞추었을 때 역시나 딱맞지 않는 데서 오는 좌절감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처음 사용해 본 트리머 그리고 실패한 유리 커팅

뒤판을 끼우기 위해 트리머로 작업을 했는데 처음 사용하는 공구라 마이스터의 시범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쁘고 깔끔하게 잘 되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시작과 끝이 부드럽게 비트가 돌아가도록 들고 내리는 작업에서 머리와 손이 좀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게다가 뒤에서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서 내 것만 무작정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뒤판은 뉴질랜드 소나무였는데 액자 사이즈에 맞춰 톱으로 재단을 했습니다. 앞면의 경우, 유리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유리를 자르는 것 또한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유리칼로 유리에 대고 힘주어 선을 그었지만 힘이 부족하고 사용해야 할 면이 커서 그런지 선을 톡톡톡 쳤을 때 금이 쩍 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크릴로 대체했어요. 목공의 과정은 주어진 상황에서 발생하는 돌발변수에 얼마나 잘 대체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경건하게 마무리 샌딩과 오일 마감 작업

이제는 본드를 바를 시간입니다. 정성스럽게 목공형 본드를 바르고 클램프로 조이니 그래도 나름 액자의 모형이 나왔습니다. 다음 날 빈틈은 체리 톱밥과 딱풀을 사용해 메꾸미를 하고 건조했습니다. 그 뒤에는 사포질. 우선 마킹한 자국을 모두 지우개로 지운 뒤 (나중에 알았는데 물티슈로 지우면 효과적이라고 하네요) 120방, 220방 사포질을 시작했습니다. 120방이란 단위면적당 입자의 수를 뜻하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거칠게 연마하는 것이고 400방, 600방처럼 숫자가 높아질수록 입자수가 많아져 곱게 연마가 된다는 뜻입니다. 무념무상으로 사포질 작업을 저는 좋아합니다. 하면할 수록 부드럽고 뽀얀 액자틀이 눈앞에 있거든요. 에어프레셔로 먼지를 걷어내고 데니쉬 오일로 1차 마감을 했습니다. 공방에 디월트 무선 샌더가 있어서 처음 사용해 보았는데 확실히 손으로 하는 것보다는 고르게 그리고 힘 있게 샌딩이 되더라고요. 물론 덜덜덜 진동을 온전히 느껴야 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요. 나중에는 300방과 400방, 그리고 옆에 있는 동료가 나눠준 600방 사포로 정성스럽게 샌딩을 하고 오일 마감을 3회하는 반복 작업을 했습니다. 이후에 아크릴과 뒤판을 끼우고 드릴을 사용해 액자고리와 액자 방망이를 모두 끼워 마무리했습니다.


액자 최종.jpg 완성된 액자 © 2023 킨스데이


Priceless 액자

짜잔~마침내 액자가 완성됐습니다. 초반에 스토리텔링 과정에서 임의로 원가와 인건비 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지만 시간과 노력, 정성을 오롯이 쏟아부은 이 액자를 얼마에 판매할 수 있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가격을 매길 수 없어 개인 소장용으로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합니다. 액자 안에 어떤 이미지가 어울릴까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말이죠. 품평회를 준비하면서 제가 꿈꾸는 삶의 모습을 AI 미드 저어니가 그린 이미지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10번 정도 시도해서 제가 상상한 이미지와 가장 흡사한 이미지를 선택, 컬러프린터로 출력했어요.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았던 액자가 제 인생에서 깊숙하게 자리잡은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액자 만들기 여정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누군가 "또 만들고 싶나요?"라고 물어보신다면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겸손하지만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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