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는 비를 싫어합니다.

by 킨스데이

지속되는 건조한 날씨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 소식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목공일을 배우면서 나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축구장 면적의 3,200배가 넘는 2,344 헥타르가 탔다는 뉴스를 접하니 안 그래도 "Netzero by 2050"를 달성하기도 힘든데 산불까지 나서 나무가 다 타고 그만큼의 오염물질이 발생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그나마 며칠 전 비가 내려 이런 건조함이 해소가 됐기를 바라봅니다.


사실 목수들에게 있어서 비는 그다지 기쁜 소식은 아닙니다. 잘라낸 나무도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물함유량을 보유하고 있거든요. 이를 함수율(%)로 나타냅니다. 그래서 건조했다고 하더라도 주변의 습도에 따라 변형이 발생합니다. 건조한 나무를 구매하더라도 습기를 먹으면 휘어지거나 뒤틀리며 균열이 생기고 곰팡이도 필수도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무를 습도에 노출되지 않도록 건조한 곳으로 이동시켜서 보관합니다. 또는 나무를 재단하고 바로 작업을 할 예정이라면 임시방편으로 클램프로 조여주거나 비닐랩 혹은 청비닐테이프로 힘주어 감아서 변형이 없도록 예방합니다. 이는 다음날 작업할 때 어제 재단했던 사이즈와 모양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합니다. 실제로 스툴용 상판 넓이를 맞추기 위해 나무판 세 개를 접착제로 붙이고 클램프로 조여둔 후에 하루가 지나고 나서 보니 세 부분이 나뭇결에 따라 각각 심하게 휘어져버려서 분리시켜 대패질 후에 나무를 평평하게 만든 다음 접착제를 다시 붙이는 작업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나무라는 소재가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입니다. 인터넷을 서칭 해보니 수분 방지를 위해 나무에 왁스나 특수 본드, 세재, 알코올을 발라주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스툴 디자인의 영감을 받은 에디토리 편집샵의 까시나 스툴 by Charlotte Perriand (출처: 에디토리 홈페이지)

저는 요즘 스툴을 만들고 있습니다. 도면을 기반으로 앉는 부분인 상판과 다리, 보강대를 수압 대패와 자동 대패로 다듬고 테이블쏘로 잘랐습니다. 그러고 나서 보강대를 짜 맞출 암장부를 드릴프레스로 구멍을 내고 끌로 모양을 다듬었는데요. 각끌기가 고장 난 까닭에 대안으로 하는 작업입니다. 수작업은 손이 많이 가고 힘도 들지만 그래도 기계를 조작할 때 조심하고 긴장하는 것보다 한결 마음이 가볍긴 합니다. 디자인에 욕심을 내서 아이디어 스케치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리서치에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성수동의 에디토리 편집샵에서 판매하고 있는 까시나 스툴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작을 시작해 보니 제공받은 나무 물량에 맞춰야 돼서 다리 높이를 줄이고 이중 각도를 잡기도 어려워 의도와 다르게 도면대비 디자인이 점점 심플해지고 있네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데 아무래도 제 부족한 실력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때로는 '앗, 나는 이런 것도 못하는구나 ‘하며 자존감에 스크래치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초보자이고 이제 막 배우는 과정에 있으니 기분이 다운되지 않도록 스스로 다독이고 있습니다. 작업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긍정 & 성장 마인드셋'이야말로 목수의 필수 덕목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 주에도 비 소식이 있다고 하네요. 현재 작업 중인 나무의 변형을 방지하는 방법을 좀 더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나무 걱정으로 날씨에 민감해진 어느 초보 목수의 넋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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