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쏘잉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이유

단지 월넛을 아끼고 싶었을 뿐인데

by 킨스데이

이번에는 캐비닛을 만들 차례입니다. 소재는 월넛이고요. 핀터레스트에서 여러 가지 레퍼런스를 찾아보다가 제 침대 옆에 책꽂이 + 와인 래커 + 기타 수납 기능이 있는 캐비닛을 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 방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쌓여있는 책들과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아직 따지 않은 와인 보틀을 보관할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깔끔한 방 정리를 위한 수납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제공받은 나무덩이의 크기를 고려하고 가능하면 나무쓰레기도 줄일 겸 사이즈는 600 mm x 300 mm x 600 mm으로 정했습니다. 제가 만든 가구 중 제일 큰 가구가 될 것 같아요. 만들어본 가구라고 해봤자 나무 박스와 액자와 같은 소품 그리고 장식용 스툴이 전부지만요. 이번에 만드는 캐비닛은 서랍 알판, 문짝, 쫄대와 같이 앞면은 월넛으로, 나머지 부분은 라왕 합판에 무늬목을 바르고 서랍은 오동나무로 만들 예정입니다. 나무봉이나 금속봉으로 책꽂이 앞 장식을 하고 나비경첩으로 문짝을 달고 바퀴도 장착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그려 본 캐비닛의 스케치는 아래와 같습니다.


캐비닛 스케치 © 2023 킨스데이


오토캐드로 도면을 그리면서 정확한 사이즈를 확정하고 라왕 합판부터 재단을 시작했습니다. 내구성이 좋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라왕 합판은 동남아에서 주로 수입되며 가구를 만들 때 많이 사용되는 데요. 1200 mm x 1200 mm 사이즈에 18T 두께의 합판은 생각보다 많이 무거워서 여자 혼자서는 기계실로 들고 가기에 손목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2인 1조로 테이블쏘로 재단을 한 뒤 라우터로 필요한 홈을 팠습니다. 가조립을 한 뒤에 쫄대 사이즈와 서랍 알판 및 문짝 사이즈를 최종 확정했습니다.


리쏘잉 후 휘어짐 방지를 위해 클램프로 잡아둔 월넛 © 2023 킨스데이


이제 월넛입니다. 수압 대패와 자동대패로 우선 나무를 다듬어보니 제가 받은 월넛의 양으로는 다섯 개의 쫄대와 서랍 알판, 문짝을 다 소화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서랍 알판과 문짝이 적어도 각각 350 mm x 200 mm가 되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우선 집성을 한 다음 과감하게 리쏘잉(Resawing, 재톱질로 목재를 얇게 자르는 것)을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이스터의 도움을 받아 테이블쏘를 이용해 리쏘잉 작업을 했습니다. 제 인생의 첫 리쏘잉이었죠. 그 결과, 하나는 7T, 다른 하나는 8T가 됐습니다. 원래 18T의 월넛의 두께에서 톱날의 두께 3T를 제외하고 이등분을 한 것이죠. 하지만 아뿔싸! 막상 리쏘잉을 하고 나니 월넛이 너무 얇아져서 휘어질 확률이 상당히 높아 보였습니다. 미처 이 부분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 살짝 멘붕이 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차라리 쫄대를 포기하고 서랍 알판과 문짝에 올인을 했으면 좋았었을까? 역시 초보자라 머릿속으로 미리 전체 그림을 그려보고 난 뒤에 리쏘잉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때로는 저의 '우선 해보자'라고 저지르는 신속한 추진력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휘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월넛에 클램프로 우선 물려두었지만 넥스트 스텝을 결정해야 했습니다. 결국 서랍 알판은 서랍 앞판이 있으니 그대로 사용하고 대신 문짝은 라왕 합판을 뒤에 덧대어 최대한 휨 방지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서랍을 열거나 문을 열 때마다 리쏘잉에 대한 가슴 아픈 교훈을 마음속에 되새기게 될 것 같습니다. 이래서 초보자는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결정을 내리고 나니 마음은 한 결 가벼워졌습니다.


목공은 문제 해결 과정의 연속인 작업입니다. 예전에는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 앞에 앉아 고민하거나 이해관계자들과의 토론 속에서 문제를 해결했다면 목공에서는 머리와 몸을 사용해서 직접 작업해 보면서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Learning by Doing의 여정"이라는 생각이 확고하게 듭니다. 리쏘잉은 신중하게! 이번 캐비닛 작업에서 절대 잊지 못할 소중한 배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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