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목도 바르고 인내심도 기르고

월넛 같은 듯 월넛 같지 않은 너

by 킨스데이

가구 제작 시 무늬목을 쓰는 이유


캐비닛 앞면을 월넛으로 하고 나머지 라왕 합판 부분은 무늬목을 바르기로 했습니다. 전체 가구를 월넛으로 모두 제작하기에는 우선 월넛 단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죠. 나무목닷컴에서 확인해 보니 월넛(20T x 200 x 2400)의 가격이 154,000 원인데 라왕 합판(17.5T x 1220 x 2440) 은 85,000 원입니다. 합판 사이즈와 동일하게 한다면 월넛이 여섯 덩이가 필요한데 그럼 거의 100만 원에 육박하죠. 가구를 제작해서 판매를 하려면 다른 기성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원가를 낮추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기업들이 어떻게든 원가를 줄여보려고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 공장을 세워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라왕합판에 월넛 무늬목을 바르기로 했습니다. 보통 주방 찬장이나 책상에 시트지를 붙인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무늬목을 바른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무늬목도 실제로 원목을 얇게 켠 것이기 때문에 합판에 잘 붙이면 자연스러운 원목 느낌을 낼 수 있다고 하네요.


무늬목을 합판에 다림질할 준비 © 2023 킨스데이


먼저 마이스터가 시범을 보여주셨는데요. 준비물과 작업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무늬목 작업 준비물과 공정 순서


- 준비물: 물이 반쯤 담긴 커다란 바스켓, 수성 핸디코트, 스틸 헤라, 목공용 205 오공본드, 롤러, 사포(120방), 마른 타월, 가위, 커터칼, 다리미


(1) 무늬목을 필요한 분량만큼 물에 30분 정도 푹 담군 다음 작업대에 펴놓고 반건조 상태가 될 때까지 말린다.

(2) 라왕 합판은 표면이 고르지 않기 때문에 이를 위해 수성 핸디코트를 얇게 발라서 1시간 정도 건조 시킨다. 총 2회 발라준다.

(3) 건조한 합판 표면을 가볍게 사포질을 해준다. 마른 타월로 닦은 후 목공용 205 오공본드를 롤러로 1차로 적당히 발라준 후 30분 자연 건조 시켜준다. 이후에 한 번 더 오공 본드를 발라준다.

(4) 반건조된 무늬목을 합판 크기에 맞춰 가위로 잘라준다.

(5) 합판에 무늬목을 대고 젖은 타월로 붙여준다. 이때 나무 무늬결을 방향을 고려해 데칼코마니 형태 또는 무늬를 고려해서 붙여주는 게 보기에 좋다. 색깔이 누런 변재 부분은 커터칼로 제거한 뒤 자연 건조 시킨다.

(6) 적당히 마르면 다리미로 다려주는데 (100-150도) 처음엔 온도를 낮춰서 시작하고 젖은 타월에다 온도를 맞춰보면서 온도를 높이는 게 좋다. 모서리 부분은 특히 신경 써서 꼼꼼하게 다려준다.

(7) 다림질 후에 끄트머리는 사포로 제거하거나 커터칼로 자른다. 안쪽은 무늬목을 한 번만 발라도 되지만 표면은 무늬목을 두 번 발라주는 게 좋다. 이때 1차 완성된 무늬목에 가볍게 사포질을 한 후에 (1)-(7) 과정을 동일하게 한 번 더 진행하면 된다.


합판 위에 무늬목을 다림질로 부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 저자 © 2023 킨스데이


저는 상판 1개, 책꽂이 뒤판 1개, 옆판 2개, 아랫판 1개로 총 5개이자 6면에 무늬목 바르는 작업을 하는데 꼬박 3일이 걸렸습니다. 어찌 보면 지루하면서 단순한 작업의 시간이었는데요. 하지만 한 장 한 장 정성을 다해 무늬목을 다림질하면서 (세탁소 사장님으로 빙의를 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작업의 완성도는 좋아졌습니다. 단순반복 작업을 하면 사실 머리는 자연스럽게 비워져서 좋긴 했습니다만 그만큼 꼼꼼함과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적당히 대충 하자'라는 타협하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목공은 디테일이 생명이니 시간을 들여서라도 꼼꼼하게 해 보자. 장인이라면 대충 하지 않아'라는 두 가지 마음이 계속 충돌했습니다. 저는 '정반합'에서 '합'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날씨 또한 중요했습니다. 해가 쨍쨍한 날에는 건조가 빨라 작업 진행 속도도 원활하지만 비 오는 날이면 습도가 높아 건조시간이 길어지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물에 담가둔 무늬목을 펴서 건조대에 말릴 때 찢어지기도 하는데 이러면 나중에 합판 위에다 다림질할 때 작은 퍼즐 맞추듯 일일이 잘 피고 이어 붙여야 했습니다. 당연히 처음이라서 그런지 가조립을 하는데 모서리에 닿는 끄트머리 부분들이 찰싹 붙어있지 않고 정전기가 발생하듯 삐죽삐죽 일어나더라고요. 초반에는 순간접착제나 목공 본드로 붙여보다가 한 둘이 아니라서 '다음에 더 잘하겠지' 하고 타협했습니다.


사람을 성숙하게, 겸손하게 만드는 작업


그래서 짜잔~ 아래의 사진처럼 무늬목 작업이 완료되었는데요. 아직 마감과 도장 작업 전이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합판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다만 눈으로 봤을 때 실제 월넛과 아주 동일하지는 않지만 가격면에서는 메리트가 있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소요되는 작업 시간으로 인한 인건비를 고려했을 때 과연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이와 더불어 가격이 조금 더 나가는 "배접무늬목"을 사용하면 적어도 물에 담가놨다가 반건조시키는 시간은 절약할 수 있다는 정보도 얻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재를 선택할 때 가격 단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업 옵션이 하나 더 생겼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장인 정신을 살짝 맛본 경험도 소중했습니다. 무늬목을 바르면서 저절로 인내심도 기를 수 있었거든요. 그러고 보면 목공은 "완성이라는 목표 아랫사람을 성숙하게(한없이 겸손하게) 만드는 작업의 여정"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무늬목을 바르고 가조립한 상태의 캐비닛 모습 © 2023 킨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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