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적으로 캐비닛을 만들 수는 없나요?

나무쓰레기 총 892g이 배출된 사연

by 킨스데이

목공을 하다 보면 나무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환경 특히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 물성의 대표 소재인 나무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동네마다 늘어나고 있는 목공 공방에서 어떻게 목재 쓰레기를 관리하고 가구를 제작할 때 이 부분을 염두에 둘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유니크 마이스터 아카데미를 관찰해 본 결과, 우선 기계실에서 발생한 (집체기에 모인) 톱밥은 김장 봉투만 한 사이즈의 비닐에 담아서 입구 쪽에 모아두면 한 달에 한 번 주기적으로 누군가 가져가더라고요. 확인해 보니 동물의 사료 및 바닥에 깔아주는 용도로 톱밥을 사용하는 분이 무료 수거하신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4개 정도 큰 봉지가 생기고 작업이 많을 때는 하루에 한 봉지도 꽉 찬다는 선생님의 설명. 예전에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가 친척 어른댁에서 소들에게 톱밥 깔아주는 장면을 본 것 같아 이해가 바로 되더라고요. 동물을 위해 쓰인다면 다른 쓰레기와 섞이지 않도록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카데미 입구에 놓여 수거를 기다리는 톱밥들 © 2023 킨스데이

톱밥 외에 대패와 테이블쏘, 각도전달기 사용으로 발생하는 나무 조각이나 자투리들은 여러 통에 모아두고 테스트용이나 안전 가이드용으로 재사용합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난로를 피울 때 땔감으로 사용합니다. 나름 내부적으로 재활용과 재사용의 순환이 이뤄지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작품을 제작할 때 환경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요. 액자와 스툴을 만들면서 나중에 쓸만한 사이즈가 되는 목재는 바구니에 모아두고 있지만 찌끄레기들은 기계실에서 작업을 하고는 바로 목재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이번에 캐비닛을 만들면서 내가 얼마나 나무 쓰레기를 배출하는지 알아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비마트에서 받은 커다란 비닐을 작업대 옆에 걸어두고 나무 쓰레기를 꼼꼼하게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가구를 디자인할 때부터 나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우선 곡선이 아닌 직선으로, 제공받은 나무 사이즈에 맞춰 큼직하게 제작해서 가능하면 자투리 나무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작업 공정도 줄여보겠다는 의지를 반영해 600 mm x 300 mm x 600 mm로 정했습니다. 저의 아담한 체구에 비해 조립마저 혼자 하기 쉽지 않은 큰 사이즈인데요. 그래서인지 작업을 진행하면서 재미있게 신이 나기보다는 뭔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지루한 느낌이 들었던, 심지어 하기조차 싫어지기까지 했었는데요. 디자인에서 오는 도전과 설렘이 없었기 때문이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좀 더 새롭고 개성적인 디자인을 구현하지 못한 제 실력의 한계 때문이겠죠. 이 부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간을 가지고 제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월넛도 아끼려고 리쏘잉을 단행했고 쓰고 남은 월넛 자투리는 다음번에 의자를 만들 때 사용하려고 잘 보관해 두었습니다. 나무 쓰레기를 줄이려다 보니 실수가 없도록 수치를 꼼꼼하게 마킹했고 두 번 작업할 것을 한 번으로 줄이는 등 단순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밴드쏘를 사용할지 아니면 각도 절단기나 테이블쏘를 사용할지 쓰레기가 덜 발생하는 방향으로 작업 기계를 사용하기 전 마이스터나 강사분과 상의해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892g의 나무쓰레기가 담긴 봉지를 들고 있는 필자 © 2023 킨스데이


그 결과, 제가 캐비닛을 만드는데 배출한 나무 쓰레기는 총 892g이었습니다. 탄소발자국으로 계산하면 2.5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되는 수치였는데요.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죠. 나무로 만든 가구를 하나 만드는데 2.5그루의 나무를 심을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 거니까요. 여기에는 나무 제재, 합판 제작, 건조, 보관, 운송, 전기와 수도 사용 등은 제외한 수치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래서 기분이 다소 우울해졌습니다. 디자인부터 공정까지 환경을 생각하며 나름 희생(!)을 해서 그나마 이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좌절하지는 않으려고요. 우선 실천을 해봤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이런 환경 감수성을 보유했으니 앞으로 새롭게 가구 작업을 할 때마다 어떤 형태로든 반영, 개선해 보려고 노력해 볼 예정입니다. 천천히 작게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동료와 함께 시작해 보려고요. This is just beg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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