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곡선이다" 일본 나가노 북알프스의 숲 속에 집을 짓고 사는 농부가 한 말입니다. 나무로 가구를 만들 때 제작 공정에 따라 직선과 곡선의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데요. 저는 직선보다는 곡선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CNC 기계를 이용해 만드는 스툴에서는 곡선의 미를 한껏 발휘해보고 싶었습니다.
작품명은"웨이브 스툴"입니다. 뉴질랜드의 아라타키 해변의 파도를 떠올리며 다리와 보강대, 그리고 엉덩이 상판에 파도 물결무늬를 구현해보려고 합니다. 캐드와 Aspire 프로그램을 이용해 도면을 설계하고 경로 세팅을 했습니다. 우선 레이저로 미니어처를 만들어봤는데요. 입체적으로 봐야 스툴의 느낌이 올 것 같아서요. 다리 라인과 보강대 물결 라인이 제대로 사는지 확인했습니다. 미니어처로 보니 아래 보강대는 괜찮은데 윗보강대는 곡선을 좀 더 줘야 눈에 보이겠더라고요. 하지만 여전히 다리 곡선들이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아줄 수 있는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1:1 고충실도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똑같은 사이즈에 자투리 합판으로 CNC 작업을 해보는 것인데요. 우선 기계실과 공방 쓰레기통을 뒤지며 스툴 사이즈에 맞는 합판을 찾으러 다녔습니다. 다행히 다리와 보강대로 쓸 라왕 합판과 자작 합판 자투리를 찾아냈고 엉덩이 상판 부분은 예전 흔들의자 고충실도를 만들 때 사용했던 미송 집성목을 재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나무를 주으러 다니면서 앞으로 환경을 생각해서 사용가능한 목재는 버리지 말고 쟁여두었다가 재사용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작은 CNC 기계에 합판을 고정시키고 도면대로 모양을 따냈습니다. 특히 상판의 경우 앞뒤로 양면 가공을 해야 했는데 연필로 바닥에 위치를 표시한 뒤 윗판에는 90도 각도의 V 엔드밀을 이용해 파도 선을 구현했고 뒤판에는 다리 장부 4개를 파고 동그랗게 커팅을 진행했습니다. 간단히 샌딩을 해주고 목공용 본드를 발라 아래와 같이 조립을 완성했습니다. 두 가지 다른 굵기의 합판이라 그런지 보강대의 반턱 조립이 딱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밴드쏘로 공간을 좀 더 넓혀 주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캐드와 미니어처 작업 때는 몰랐는데 위에서 내려보는 각도로 아래 사진처럼 바라보니 머리가 크고 다리가 짧아 보여 디자인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리 라인을 다시 그려 캐드에서 수정한 도면을 Aspire 프로그램에 반영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나무를 받았습니다. 2,460 mm x 148 mm x 32 mm의 애쉬입니다. 우선 집성을 위해 4등분으로 잘라 수압대패로 치고 자동 대패로 다듬었습니다. 집성을 할 때 무늬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요. 변재와 옹이가 군데군데 있어서 나름 고민이 되더라고요. 가능한 깨끗한 면에 무늬를 맞추어서 오전 8시 반에 집성한 뒤에 오후 2시에 드럼샌더로 앞뒷면을 고르게 다듬었습니다. 그런 뒤 다리 부분부터 CNC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엉덩이 상판과 보강대도 모두 커팅한 뒤 다리까지 가조립을 했습니다. 다리 상부 조인트를 끌로 다듬었더니 다행히 꼭 맞았습니다(역시 CNC!) 다리 부분에 얼룩덜룩 점들이 보여서 왜 그런가 했더니 나무 자체가 원래 그런 거라고 하네요. 애쉬가 워낙에 밝은 편이라 이런 점들이 지저분하게 보이긴 했지만 나무 소재의 특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더라고요. 샌딩을 하고 스크래퍼로 다듬었습니다. 상판은 아래 부분에 챔퍼 (모 깎기)를 주고 싶어 라운드 테이블에 45도 베어링 비트를 설치하고 고충실도에서 사용한 미송 상판과 애쉬 자투리를 이용해 테스트를 해본 뒤 챔퍼를 주었습니다. 동료의 도움을 받아 3 mm, 5 mm 씩 높이를 조정하면서 조심스럽게 깎았습니다.
이제 목공용 본드를 발라 조립을 완성할 차례입니다. 그런데 가조립 때와는 달리 장부를 연결했더니 보강대 장부와 다리 장부 사이로 작은 빈틈이 발생했습니다. 좀 더 사이즈를 키워고 완곡하게 장부 디자인을 했으면 이런 틈새가 없었을 텐데 아무래도 과도하게 CNC를 의지했나 싶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120방, 220방 사포로 1차 샌딩을 했습니다.
상판의 물결무늬 부분에 색상은 조금 더 특별한 재료를 실험적으로 사용해보고 싶었습니다. 레진을 사용하기에는 크기도 작고 사용하는데 조금 부담스러웠거든요. 그래서 사놓고 쓰지 않는 매니큐어를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탑코트로 주변에 번지지 않도록 무늬 가장자리에 먼저 발라주고 노란색 종이테이프를 꼼꼼하게 붙였습니다. 그리고 소장하던 매니큐어 자주색과 투명 글리터를 여러 차례 발랐습니다. 건조한 후에는 탑코트를 발라 광택을 냈고요. 그 외 부분에는 반광 바니쉬를 정성껏 발랐습니다. 바니쉬는 코팅 성격이 강해서 건조 속도가 빠르고 황변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동료에 따르면 나무를 보호하려면 기본적으로 오일을 발라줘야 한다고 했지만 애쉬가 누렇게 변하는 건 원치 않아서 저는 바니쉬를 선택했습니다. 순전히 개인 취향이죠. 2차 샌딩은 320방과 400방으로 2차 샌딩 후 바니쉬 추가 도포, 600 방으로 3차 샌딩 후 바니쉬 도포로 최종 마무리했습니다.
저는 도장작업을 마무리하고 제품 사진 촬영을 해야 정말 작업을 완료했다는 강박증이 있는 편인데요. 마침 동료 중에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분이 계셔서 그분에게 제품 사진 촬영을 조심스레 요청드렸습니다.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커피 한 잔에 재능기부 촬영을 해주셨습니다. 아카데미에 간이식으로 제품 촬영이 가능한 배경 스크린과 조명 기구가 있어 동료 분이 직접 가져온 카메라에 모니터를 연결해서 촬영컷을 바로 확인하며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제품이 밝은 편이라 다크 블루 계열 배경지에서 찍은 컷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사진을 받아보니 “이제 정말 스툴 작업이 끝났구나,“ 생각이 들면서 “또 하나의 작품을 해냈구나”라는 작은 성취감과 뿌듯함이 밀려오더라고요.
<웨이브 스툴>
뉴질랜드 아라타키 해변에서 본 파도의 부드러운 곡선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입니다. 소재는 애쉬를 사용했고 매니큐어와 600 방 샌딩, 반광 바니쉬로 마무리했습니다. 사이즈는 엉덩이 상판 지름 280 mm, 전체 높이는 570 m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