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성남우수공예품 전시전 @ AK플라자 서현점
제가 예전에 만든 "This is not a rocking chair" 흔들의자로 AK 플라자 서현점에서 열리는 <2023 성남우수공예품 전시전>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성남 우수공예품 전시전은 성남 지역의 공예품을 매년마다 10월 이맘때쯤 AK플라자 서현점에서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입니다. 제가 다닌 목공 아카데미에서 여기에 의자 3개를 출품했는데 그중에 제 작품도 선발이 됐습니다. 목공에 입문한 지 6개월 만에 전시회 출품이라니 가문의 영광이죠. (물론 그만큼 다급하게 요청이 들어와 아카데미에 아직 작품이 남아있던 것 중에서 선택됐다는 사실은 비밀입니다). 첫 번째 전시는 본 아카데미 9주년 오픈하우스에 출품했고요. 이번이 두 번째 전시입니다.
작품 제출 시 작품 설명서도 함께 작성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작품 콘셉트 부분은 품평회 때 발표도 했기 때문에 크게 고민이 없었는데 가격 부분에서는 키보드를 치다가 나도 모르게 턱을 괴고는 창밖을 응시하면서 한동안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 흔들의자에 얼마의 가치를 매길 수 있지? 재료비에다가 디자인 측면에서 고민했던 시간, 그리고 제작과정에서 흘린 땀과 노력. 과연 숫자로 이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을까? 적정한 가격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디자이너 분들이나 작가 분들도 직접 만든 작품에 가격을 매겨야 할 때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비싸면 '넌 누군데 이렇게 가격이 높니?' 할 것 같고 그렇다고 싸게 내놓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그래서 처음 흔들의자 콘셉트를 고민할 때 경쟁사 분석을 했던 예전 자료를 살펴보았습니다. 역시나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규반 시절 목공 견적서를 계산했던 자료를 찾아서 원자재 가격과 부자재 가격, 노무비를 기반으로 제조원가를 산출한 뒤에 이를 기반으로 이윤과 부가세 10%를 추가해서 대략적으로 소비자가를 산출해 보았습니다. 거기에 제품의 완성도를 고려한 제 마음의 지적재산 프리미엄 가치를 더해 고민 끝에 최종 25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사실 흔들의자는 제 평생 유일하게 만든 의자가 될 확률이 높아서 개인 소장을 위해서라도 의도적으로 가격이 낮으면 안 되겠다는 의지도 작용한 것이었습니다. 작품 설명서를 제출한 뒤에 마이스터에게 전체적으로 리뷰를 요청드렸습니다. 나중에 이 가격을 가족들에게 말했더니 다들 코웃음 치긴 하더라고요. 흠냐.
다음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작품을 함께 제출했던 분과 전시장을 방문해 인증샷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저에겐 기억하고 싶은 경험이니까요. 생각보다 AK 플라자 서현점은 넓었습니다. 1층 만남의 광장 근처에 길고 널따란 공간에 크고 작은 공예 작품들이 양옆으로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하얀 외벽으로 구성된 갤러리 형태에 작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멋지게 진열이 됐을 거라는 핑크빛 상상과 달리 성남 공예 전시명이 프린트된 감색빛 천이 둘려 쳐진 테이블 위에 나무 한지 병풍을 배경으로 의자 세 개가 초라하게 옆 방향으로 놓여있는 것을 보니 오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실망감이 조금 들었던 것 같아요. 지인들에게 보러 오라고 자랑했으면 큰일 날 뻔했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제 작품 설명에는 흔들의자 가격이 무려 350만 원으로 적혀있었다는 점에서 놀라고 말았지요. 마이스터가 최종 제출 할 때 가격을 더 올리신 게 아닌가 싶네요. 그 시각 중년 남자 한 분만 유심하게 저희 의자들을 살펴보고 계셨어요. 결과적으로, 당연히 제 흔들의자에 대한 주문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보시는 바와 같이 인증샷은 몇 장 남겼습니다.
살짝 다운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로 향했는데요. 맛난 점심과 달달한 커피를 마신 뒤 기분을 리후레쉬했다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습니다. 한 편으로는 이렇게 경험치를 올릴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공예 전시는 최소한 12월 말 코엑스에서 열리는 <공예트렌드페어>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진짜 내 작품의 개수를 늘려서 나만의 전시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순진한 상상도 잠시 해보았습니다. 당연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실력을 쌓아야 가능하겠죠. 디자인과 소재도 차별화를 가져가야 할 것이고요. 무엇보다 나만의 스토리를 어떻게 가구에 입힐 것인지 그래서 고객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 고민을 깊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길이야? 작가가 되고 싶은 거야? 란 질문에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목공의 길은 참 멀고도 험한 것이고 전 이제야 걸음마를 뗀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전시 경험이 또 하나의 겨자씨가 되어 제 성장에 도움이 됐기를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끝으로 작지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주신 유니크마이스터의 마이스터님과 성남우수 공예품 전시전 관계자, AK 플라자 서현점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