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감이란 겉면에 무늬를 새기고 그 오목한 곳에 금·은·자개 등 다른 재료를 끼워 장식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고려청자의 상감기법이 특히 유명하죠. 목공에서도 상감이 가능한데요. 오늘은 CNC 기계를 이용해 상감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먼저 애쉬같이 밝은 색 목재 한쪽 면에 90도 V자 비트를 이용해 음각으로 파내고 월넛처럼 좀 더 진한 색 나무에다 미러링을 해서 양각을 한 다음 본드를 붙여 플러그톱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면 상감이 된다는 것이 이론적인 설명입니다.
양각의 공구경로 설정이 좀 까리했지만 해볼 만하다고 판단되어 재빠르게 aspire 프로그램을 이용해 음각 디자인을 하고 공구경로를 설정했습니다. 모래시계 로고와 "kinsday furniture" 이렇게 글씨를 새기고 싶었습니다. 의도치 않게 대형 CNC를 이용하게 되어 드릴로 박아 목재를 고정시켜야 했는데요. 나무 두께도 있고 나무 사이즈도 제약이 있는 데다가 드릴 사용이 아직 익숙지 않은 상황이라 심리적 압박이 있었습니다. 드릴을 너무 빠르게 박아서인지 나무 모서리에 금이 쫙 가는 대략 난감의 상황마저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양각은 잘 되었는데 음각을 할 때 드릴 고정이 반듯하지 않아서인지 살짝 각도가 기울어진 상태로 파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본딩 후 양각 부분을 잘라보니 이러한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어서 드럼 샌더로 조금씩 갈아냈는데 아뿔싸! 얇게 상감된 부분이 부분적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글씨가 띄엄띄엄 보이더라고요. 각도를 조절한 뒤에 이에 맞게 샌딩을 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한마디로 실패!
하지만 실망감을 잠시 옆에 제처 두고 지성인답게 차분히 실패 원인을 네 가지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첫째, 상감기법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습니다. 특히 양각 공구경로 설정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마이스터가 설명을 여러 번 해주셨지만 100% 이해하지 못한 채 진행하다 보니 불안했습니다. 처음이라 전반적인 프로세스가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죠. 둘째, 목재의 드릴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이었습니다. 우선 제 드릴 실력이 부족한 탓이죠. 만약 소형 CNC를 사용했다면 드릴 없이 클램프로 고정하니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셋째, 상감 디자인이 복잡했습니다. 모래시계 디자인이나 Ellie 폰트가 심플하지 않다 보니 첫 시도 치고는 난이도가 높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넷째, 목재 사이즈가 작았습니다. 목재 사이즈가 작다 보니 드릴 고정에도 압박이 있었는데요. 넉넉한 목재 사이즈를 준비해서 여유 있게 드릴로 고정시킨 후 작업을 진행했어야 했다는 배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니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신중하게 작업을 해서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크게 좌절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동안 목공 작업에서 크게 실패한 경험이 없었던 터라 이런 명쾌한(!) 실패는 나름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실망은 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는 얘기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은 마음이겠죠? 이제는 이런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거든요. 실패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저는 조금 더 성장할 수 있기에 오히려 감사하고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현장에서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지만 그나마 문제 요인을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다음에는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상감기법을 몰라도 사는데 문제는 전혀 없지만 동료 중에 상감기법으로 공구함에 자기 브랜드를 깔끔하게 새겨 넣으신 것을 보니 알아두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상감이 필요한 그날이 오면 성공해보고 싶네요.
오늘 있었던 실패 경험은 해리포터 작가 J.K. 롤링의 명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삶에서 실패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신이 아예 사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조심해서 살아가지 않는 한. 만약 그런 삶이라면 시작부터 실패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