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로 만든 나무 액자입니다

by 킨스데이

CNC 기계로 보석함 뚜껑과 몸통을 제거한 애쉬 목재의 테두리 모양이 땔감으로 버리기엔 워낙 유니크해서 액자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보통 수공구로 작업할 때와 달리 CNC 작업을 위한 목재를 준비할 때 클램프로 고정할 여유 부분과 CNC로 비트 커팅을 할 수 있는 여유 부분도 염두에 두고 목재 사이즈를 결정하기 때문에 작업 후에 나오는 목재 자투리의 형태가 흥미로워서 버리지 않고 재활용을 할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벨트 샌더기로 모양을 다듬은 자투리 액자 앞면 © 2023 킨스데이


액자를 생각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저희 집에서는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어서 가져오는 것을 그다지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인데요. 동료 중에도 그런 분들이 가끔 계시더라고요. 창고의 공간이 넉넉하거나 개인 작업실이 있지 않은 한, 아니면 가족이니 지인의 선주문 요청이 있지 않은 한, 초보 목수가 만든 어설픈 가구 소품은 가족들에게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할 때가 있지요. 저희 집에서도 공간이 좁아진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그래서 공간을 새롭게 차지하는 대신 금이 가서 테이프로 붙여놓고 사용하는 기존의 가족사진용 액자를 대체해 보기로 한 것이었지요.


트리머 작업을 마친 액자 뒷면 © 2023 킨스데이


우선 뾰족 뾰족한 프레임을 벨트 샌더기를 이용해 부드러운 곡선으로 다듬어준 다음 220방, 400방, 600방, 800방 사포로 순서에 맞춰 손목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정성스럽게 샌딩 작업을 했습니다. 에어프레셔로 먼지를 제거한 뒤에 손으로 싸악 그 표면을 만져봤을 때 느껴지는 애쉬 특유의 매끄러운 촉감이 저는 좋더라고요. 이만하면 됐다고 할 정도로 사포질을 한 다음 뒷면에 아크릴이나 유리, 사진 그리고 뒤판을 고정하기 위해 트리머로 지름 6mm, 깊이 10 mm 정도 사각형 둘레를 제거할 차례입니다. 사실 저는 아직 트리머와 친하지 않아서 사용할 때 긴장이 많이 되더라고요. 갑자기 빗겨 나갈 수도 있어서요. 그렇다고 파워를 낮추면 소음은 덜하지만 깔끔하게 작업이 되지 않는 단점도 있습니다. 저는 상반기에 구매한 마끼다 트리머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우선 6mm 비트를 갈아 끼워주고 케가끼를 이용해 제거해야 할 위치를 샤프펜슬로 표시해 준 다음 3 mm, 6 mm, 10 mm 비트 깊이를 조절해 가며 세 번씩 트리머 작업을 했습니다. 이때 방향이 중요한데요. 제가 오른손잡이라서 저보다 목공 경험이 많은 동료 분의 도움을 받아 액자를 왼쪽에 두고 오른쪽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돌려가며 트리머로 따주었는데요. 액자 안쪽 작업이라 결과적으로 깔끔한 직선이 된 부분도 있고 굴곡이 나타난 선도 있어서 액자 뒷면은 절대 보여주면 안 되겠다 수준의 부끄러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좀 더 트리머와 많이 친해져야 할 것 같다는 깨달음과 함께 말이죠. 다행히 공방에서 얻은 투명 PVC를 맨 앞에 끼우고 뒤판을 넣었더니 깊이는 적당하게 잘 맞았습니다. 그다음 데니쉬 오일을 앞면, 뒷면, 옆면에 꼼꼼하게 발라주고 건조하는 과정을 세 번 반복했습니다. 드릴과 주먹 드라이버를 이용해 뒤판을 고정해 주는 돔보 고리의 볼트를 끼우고 액자 걸이용 부품을 가로에 하나, 세로에 하나씩 박아줘 액자를 완성시켰습니다.


<사물의 시차> 파벨라 체어 © 2023 킨스데이

오일 특유의 향을 제거하기 위해 액자를 아직 베란다에 두었는데요. 냄새가 빠지면 거실 테이블 위에 있는 기존 액자를 치우고 이 액자로 대체 사용할 예정입니다. 직접 만든 액자에 추억을 담아 간직할 수 있다는 것. 목공이 일상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가치를 부디 저희 가족들도 느끼고 즐길 수 있다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는 환경도 케어하기에 나무 자투리를 버리지 않고 소품으로 제작, 활용할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된 기회였습니다. 얼마 전 경기도 양평의 이함 캠퍼스에서 열린 <사물의 시차>란 전시회에서 나무 자투리를 모아 의자를 만든 작품을 보았는데요. 소재를 다양하게 해서 업사이클링해 보는 여러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영감을 받았습니다. 물론 많이 만들어봐야 나만의 뾰족한 시그니처 아이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머리와 손을 사용해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배우고 성장하는 것. 그게 바로 목공의 매력이 아닐까요? 오늘도 공방 어딘가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작업하고 계실 목수 분들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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