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흔들의자는 어렵다고 했지만

by 킨스데이

정규반에서의 마지막 작품은 의자입니다. "가구의 꽃은 의자"라고 할 정도로 의자를 제작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라고 들었는데요. 그만큼 손이 많이 가고 무게 중심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진짜 어렵다는 흔들의자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자신이 있어서라기보다는 8년 전 미국에서 잠시 지낼 때 시카고 장인이 만든 흔들의자에 앉아 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와인 한 잔을 했던 소중한 추억이 그리웠거든요. 그래서인지 내 인생에서 의자를 만들 기회가 단 한 번이라면 무조건 흔들의자여야만 한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물론 주변에서 다들 이렇게 말씀하셨죠. (겉으로는) "흔들의자는 정말 어렵대" (속으로는) "근데 네 실력으로 할 수 있겠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네, 어려운 거 잘 알죠. 그리고 제 실력이 한없이 부족한 것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의 오지랖에 제 뜻을 결코 굽히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다면 한다" 주의거든요. 정말 해보고 싶었거든요. 18년 동안 크고 작은 조직에서 배우고 익혔던 제 나름의 강점인 추진력과 실행력을 믿었습니다.

참고한 흔들의자 디자인 (인스타그램)


먼저 의자 디자인을 하기 위해 핀터레스트를 포함해 인터넷에서 다양한 레퍼런스 찾기를 시작했습니다. 하늘 아래에 새로운 것은 없고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니까요. 할머니가 난롯가에서 뜨개질하면서 졸던 기존의 클래식하면서 묵직한 흔들의자가 아닌 아파트 거실에 두어도 괜찮을 만한 모던, 심플하면서도 라이트한 디자인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의자 이미지를 보면서 왜 의자를 만드는데 나무와 금속 소재를 함께 썼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나무만으로는 소재의 특성에 따른 디자인의 한계가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의자 디자인은 발표도 해야 했기 때문에 마케팅 접근 방식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흔들의자 시장 및 경쟁사를 간단히 분석하고 내가 원하는 타깃을 설정한 다음, 어떤 디자인 콘셉트로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지, 가격 및 유통 전략에 대해서도 가볍게 고민을 해봤습니다.


흔들의자 타깃 페르소나 © 2023 킨스데이

타깃 페르소나는 세 그룹으로 분류했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카페를 운영하는 해외살이 경험 있는 40대 초반 사장님, 성수동에서 유니크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해야 하는 30대 대기업 브랜드 담당자가 메인 타깃입니다. 그리고 이런 카페나 팝업 스토어 경험이 업무상 그리고 개인 취향상 필요한 스타트업에 다니는 30대 소비자를 서브 타깃으로 정했습니다.


포지셔닝은 아래처럼 초반에는 가격은 50만 원 이하 모던 아트로 진입해서 궁극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실력을 쌓아 프리미엄 시장으로 진입하는 방향으로 잡아보았습니다.


흔들의자 포지셔닝 © 2023 킨스데이


그래서 나온 콘셉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의자는 흔들의자가 아니다"라고 미리 선언함으로써 기존의 흔들의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앉으면 의외로 그 움직임에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하고요. 나무와 가죽의 콜라보로 공간과 취향에 따라 가죽 컬러를 선택할 수 있고 기존 브랜드들과도 콜라보 가능성을 열어둔 크로스 오버를 추구하고 싶었습니다.


흔들의자 디자인 콘셉트 © 2023 킨스데이


제품 디자인은 러프하게 아래처럼 그려보았는데요. 막상 발표를 했더니 디자인이 의도와 달리 아동용 흔들의자 같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팔걸이가 없어서 불안정해 보인다는 점과 바닥이 닿는 흔들흔들하는 각재의 길이가 너무 짧은 게 아니냐는 피드백을 들었습니다.


흔들의자 스케치 © 2023 킨스데이

그래서 우선 간단히 미니어처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팔걸이는 붙였다가 지저분해서 제거했습니다. 흔들리는 바닥 부분은 짧아도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전체적인 디자인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너무 평범해 보이기도 했고요. 뭔가 촌스러움 마저 들었습니다. 모던하고 심플한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가죽 포인트도 그냥 그랬고 무엇보다 유아스러움을 떨쳐버리고 싶었습니다.


흔들의자 미니어처 © 2023 킨스데이


이에 다시 찾은 디자인이 바로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스탁의 "헤리티지 체어"였습니다. 메탈로 제작했는데 등판 부분에 디자인 변경을 주고 애쉬와 월넛을 섞어서 제작하면 괜찮지 않을까? 충분히 모던하고 심플한 흔들의자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오토캐드로 먼저 도면을 그려보았습니다. 무게중심 각도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기존 도면을 최대한 활용해서 사이즈를 도출해 냈습니다. 그리고 스티로폼으로 저충실도 작업을 해봤는데요. 여전히 아리송했습니다. 아래 흔들 부분의 길이가 관건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은 고충실도를 최대한 충실하게 작업해서 최적의 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정답이 없는 여정입니다. 목공 초보자에겐 참으로 험난하다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과정을 거쳐가면서 조금씩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도 흥미로웠습니다. 절대 졸지 못하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을 어느새 조금씩 즐기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리고 주변 동료와 선배님들과 논의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는 재미야말로 목공이 주는 작지만 의미심장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필립 스탁의 헤리티지 체어 (인스타그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월넛+ 오렌지색 천연 가죽 콜라보에 도전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