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니쉬 반광으로 마무리할게요

by 킨스데이


드디어 흔들의자를 가조립했습니다.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 왔습니다. 이제 흔들 부분을 길게 할지 짧게 할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했거든요. 마음 같아선 최대한 짧게 잘라내고 싶었지만 이로 인해 무게 중심에 변화가 있을까 봐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로 타협했습니다. 건식 밴딩으로 부드럽게 곡선을 이룬 두 각재를 위아래로 고정시켜 테이핑 한 다음, 선을 따라 밴드쏘로 러프하게 자르고 벨트 샌더와 사포로 둥글게 다듬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흔들의자의 전체적인 인상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끌로 장부 따는 작업을 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유니크 마이스터)


사실 흔들의자 작업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쓴 부분은 장부 따기였습니다. 특히 엉덩이 상판에 위아래로 연결하는 등판 각재들의 암장부와 숫장부 작업은 저를 지치게 만들었죠. 103도의 각도가 있었기 때문에 지그를 만들어서 대고 클램프로 조인 뒤 끌로 작업을 했는데 기본 15 mm 깊이에 여섯 개를 작업해야 하느라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지쳐있는 제가 불쌍해 보였는지 주변 동료들이 정성 들여 갈아놓은 본인의 소중한 끌을 빌려주시기도 했습니다. 사실 끌을 빌려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인 것을 잘 알기에 크게 감동을 받았죠. 그래서 다시 힘을 내서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등판 각재 사이 간격 측정을 바보같이 틀리게 마킹하고 암장부를 파버려서 등판 아래와 위 장부 위치가 살짝 다른 가슴 아픈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아마도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장부 따는 게 지겨웠나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의 도움 덕택에 장부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흔들의자에 바니쉬를 바르는 모습 © 2023 킨스데이


600방까지 샌딩 작업을 하고 이제 도장 작업을 할 차례입니다. 애쉬의 하얗고 밝은 가벼움과 월넛의 어둡고 묵직한 톤 앤 매너를 제대로 살리고 싶었는데요. 그래서 오일보다는 바니쉬를 선택했습니다. 오일의 경우, 예전에 비치로 만든 스툴에 칠했더니 누렇게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바니쉬 반광으로 3회 도장을 했습니다. 빨리 마르기도 했고 깔끔하게 고유의 색상이 잘 살아나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렇게 해서 길고 험난했던(!) 흔들의자 만들기 여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흔들의자 완성본 © 2023 킨스데이 (Photo by 이승훈)


박스 하나도 삐뚤빼뚤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제가 6개월 과정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흔들의자를 완성했다는 데 제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품평회를 위해 마감 기한도 정확히 맞춰낸 점 역시 뿌듯했고요. 성실과 끈기는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번에 1:1 고충실도, 건식 밴딩, 트리머 커팅 및 라운드 오버 비트 작업, 도미노 등과 같이 처음 시도해 본 작업 공정 경험이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품평회에서는 흔들의자를 소개하면서 이 작업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전했습니다. 겸손해서가 아니라 진짜 혼자서는 절대 해내지 못했을 게 뻔했거든요. 치열했던 지난 한 달을 회상하며 흔들의자에 앉아 잠시 그 움직임에 몸을 맡겼습니다. 부드럽게 앞뒤로 흔들리니 기분이 저절로 업이 되더라고요. 그래, 바로 이거지. 거실에 두고 기분 전환용으로 사용해야겠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건식 밴딩의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