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월넛 보석함을 만들다

by 킨스데이

2주간의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산대특 < 가구제작기술 디자인설계과정 (CAD+CAM+CNC)> 3기 과정이 시작됐습니다. 총 8명이 선발됐고 정규반에서는 4명이 조인했습니다. 지난 6개월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오리엔테이션 때 크게 긴장감 없이 마음이 편안했어요. 오히려 익숙한 공간, 친숙한 선생님들, 내부평가 없는 커리큘럼 때문인지 여유롭고 자신감마저 넘쳤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Aspire 프로그램을 통해 CNC 기계를 이용해 상자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의 주요 기능을 배우고 익히면서 벡터선을 그린 후 컷팅과 포켓의 경로를 세팅해서 기계를 작동시키는 프로세스였는데요. 제가 받은 소재는 감사하게도 월넛이었습니다.


ASPIRE 프로그램으로 그린 보석함 도면 © 2023 킨스데이

우선 핀터레스트에서 레퍼런스를 찾아보았습니다. 보석함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여기저기 서랍 속에 굴러다니는 액세서리를 한방에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3층 도시락통 느낌으로 층층이 만들고 싶었는데 양면 가공은 아직 기술 부족으로 눈높이를 낮춰 뚜껑과 바디 형태의 단면 가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도 기계로 작업을 하기에 감히 시도해보지 못했던 긴 팔각형의 박스 모형에 원과 사각형 칸을 나눠 수납할 수 있도록 바디 내부를 디자인해 봤는데요. 캐드로 도면을 먼저 그린 다음, Aspire에서 벡터 파일로 불러와 3D 뷰를 보면서 공정 경로를 확정했습니다. 몇 번의 수정 작업을 통해 드디어 인생 첫 CNC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CNC로 포켓 작업을 하는 장면 © 2023 킨스데이

먼저 월넛을 기계에 제대로 고정하고 CNC 프로그램 파일을 열어 X, Y, Z 측을 원점 세팅해 준 뒤 Start!

혹시라도 긴급 상황을 대비해 기계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엔드밀이 월넛 위로 선을 따라 반복적으로 깎아내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원래는 박스 뚜껑을 먼저 커팅해서 바디와 맞춰보며 수정을 하는 것이 원칙인데 시간 절약을 위해 바로 바디도 이어서 커팅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1시간이 조금 넘게 지나 기계가 마침내 작동을 멈췄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뚜껑을 씌어보았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전혀 닫히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기계가 초보를 알아본 걸까요?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고 줄과 거친 사포를 들고 후가공에 들어갔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원인을 찾아보니 뚜껑과 바디에 아주 0.2~0.3 mm라도 작은 여유폭이 있어야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CNC는 포켓 작업 시 직각 모서리 구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감안해서 뚜껑과 바디의 도면 작업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 도면을 그려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열심히 사포질을 이어갔습니다. 시간이 흘러 힘이 빠지면서 그냥 뚜껑을 꼭 닫지 말아야겠다고 포기하려던 찰나. 옆에서 지켜보던 동료가 안쓰러웠던지 직접 끌을 가져와 간격을 좁혀주셨습니다. 목공을 누가 혼자 하는 작업이라고 했던가요? 다시 한번 동료애의 중요성을 느끼며 힘을 내서 사포질을 했습니다. 마. 침. 내, 뚜껑이 제대로 닫혔습니다. 오일을 바르고 건조하는 작업을 며칠 동안 반복했습니다.


완성된 월넛 보석함 © 2023 킨스데이

역시 월넛이 월넛 했습니다. 특유의 고급진 느낌과 색감이 살아나더라고요. 그래서 애착이 더 생겼습니다. 이대로 마무리하기 아쉬워서 뚜껑 표면에 레이저로 각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작업한 뒤 "My Precious Things"를 레이저로 각인했습니다. 짜잔~ 영문 필기체가 가져오는 '클래식한 있어 보임'에 대만족. 주변에 자랑하고 싶을 만큼 괜찮은 월넛 보석함이 탄생했습니다.


이번에 CNC 첫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을 간단히 회고해 보면, 소품이든 가구든 디자인의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감히 손으로는 도전하기 어려운 다양한 곡선과 깊이, 입체감 구현이 가능해 가구 디자인 측면에서 창의력과 실험 정신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 도면을 완성해 두면 무한 반복해서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죠. 다만 CNC 작업이 끝나도 손으로 작업하는 후가공이 필요하다는 점과 기계 작동 시간이 기본 한 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점은 숙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앞으로 남은 3개월 반 동안 CNC로 다양한 가구 디자인 제작 실험을 해볼 예정입니다. 만들어보고 싶은 나만의 가구 디자인을 스케치 패드에 틈틈이 작업해 놓아야겠습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가 되는 그런 과정을 시작했네요. 이번에도 성실과 인내를 장착하고 열심히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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