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C 기계를 활용한 목공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양면 가공이 된다는 점입니다. 포켓과 커팅으로 한 쪽면만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도 가공을 할 수 있어서 한결 다양하고 입체적인 디자인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반대편을 가공할 때는 고정을 잘해야 하고요. 원점도 잘 맞춰야 합니다. 양면 가공을 할 때는 제가 전에 인센스 홀더를 만들 때 사용했던 황삭과 정삭 기능을 사용하면 됩니다.
예전에 상감에서 실패했던 모래시계 로고가 마음에 찜찜하게 남았는데요. 그래서 이번 양면 가공 작업에는 모래시계 디자인을 시도해 봤습니다. 윗면과 아랫면이 동일한 디자인이라 작업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게다가 제공받은 나무 사이즈가 아담하기도 했고 CNC 가공 시간도 단축하고 싶어 손바닥에 올려놓을 만한 소형 사이즈가 적합하다고 판단했지요. 80mm x 100 mm x 45 mm로 사이즈를 정한 뒤 퓨전 360 프로그램을 이용해 디자인한 다음 CAM을 짠 뒤 바로 소형 CNC 기계로 직행했습니다. 한 면을 황삭과 정삭으로 작업하고 뒤집어서 윗부분에 2개 아랫부분에 2개, 총 4개의 목다보로 고정시킨 뒤 반대쪽 면을 가공했습니다. 황삭과 정삭을 위해 중간에 비트도 플랫 엔드밀에서 볼 엔드밀로 교환해 주고요. 생각대로 수월하게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CNC 작업을 마친 뒤 플러그톱으로 탭을 분리시키고 대패 살짝 다듬은 다음 정성스럽게 샌딩 작업을 했습니다. 경험 차원에서 양면 가공을 시도한 것이라 별도로 도장 작업은 하지 않아서 애쉬 특유의 밝은 색감을 간직할 수 있었어요. 오일을 바르면 황변 현상이 생겨서요. 완성품을 보니 모래시계라기보다는 나무로 만든 나비넥타이 같기도 하고 장구 모양 느낌도 나네요. 결과적으로는 공방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으로 매달려 있습니다.
이번에는 디자인이 쉬워서 양면가공 작업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가공 작업 프로세스를 익히는 차원에서 시도해 본 거라서요. 하지만 다음번에는 양면가공 공전을 염두에 두고 좀 더 다이내믹한 디자인으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가요? “The journey is the reward.” 그 여정이 바로 보상이라고요. 그렇다면 제대로 된 보상을 얻기 위해선 도전적인 여정을 경험해야 배움과 성장이 있겠지요. 비도 맞고 바람도 쐬야 나무가 튼튼하게 자랄 테니까요. 꽃길만 걷는 것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