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삭과 정삭으로 인센스 홀더를 만들었어요.

by 킨스데이

황삭과 정삭. 제 인생에서 처음 알게 된 단어인데요. 아마도 CNC 기계를 활용한 목공을 배우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단어 그리고 기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구글링을 해보니 황삭은 러프하게 대충 면을 걷어내는 작업이고 정삭은 정밀하게 치수에 맞춰 정교한 작업을 뜻한다고 하네요. 이 두 가지 기능을 이용해서 인센스 홀더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프로그램은 퓨전 360을 사용했습니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인센스 열풍이 있었는데요. 저희 집에서는 향에 대한 호불호와 건강에 이로울 것이 없다는 판단아래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번에는 황삭과 정삭 기법을 배우기 위해서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은 통일해서 마이스터를 따라 180 mm x40 mm x 50 mm 사이즈로 동일하게 작업해 보기로 했습니다.


퓨전 360으로 그려본 인센스 홀더 디자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황삭으로 불필요한 부분들을 걷어내고 정삭으로 최대한 세밀하게 곡선을 구현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이를 위해 제조에서 3D 포켓 클리어링(황삭)과 윤곽선(정삭)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이 경우 황삭과 정삭에 사용하는 엔드밀 비트는 달라야 합니다. 황삭은 끝이 평평한 '플랫 엔드밀'을 사용하고 정삭은 '볼 엔드밀'을 사용해서 부드러운 곡선 작업을 할 수 있는데요. 저희가 사용한 소형 CNC 넥시움은 자동 비트 변경 옵션을 구매하지 않아서 수동으로 교환해줘야 합니다. 제가 나중에 CNC 기계를 구매한다면 추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이런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해당 옵션은 반드시 구매할 예정입니다. 비트를 끼우고 꽉 조여주는 과정에서 손목이 아프더라고요. 정삭 할 때 주의할 점은 스텝오버 (비트가 겹쳐서 깎는 부분)의 수치를 얼마로 두느냐였습니다. 저보다 먼저 작업하신 동료 분은 0.3 mm로 하셨는데 생각보다 거칠어서 샌딩 작업을 많이 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0.1mm로 설정해 후가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했습니다.


퓨전 360으로 그린 향초 디자인 © 2023 킨스데이


나무 자체에 펄이 들어가 있고 0.1 mm 스텝 오버 가공을 하고 나니 아래와 같이 자체 발광하는 인센스 홀더가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탭을 제거하고 샌딩을 한 뒤에 인센스를 꽂을 작은 구멍을 드릴로 뚫어준 후 오일을 발라주면 끝. 사이즈가 크지 않고 가벼워서 샌딩 작업도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150방, 220방, 400방, 600방, 800방으로 사포질을 마무리했고요. 구멍이 워낙 작아서 (여전히 저의 드릴 작업 실력이 부족해서 이겠지만) 정가운데가 아닌 살짝 삐딱하게 구멍이 뚫리고 말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데니쉬 오일로 여러 번 정성스럽게 발라 마무리했습니다.


CNC 기계로 황삭과 정삭 가공이 완료된 향초 모습 © 2023 킨스데이


야외 데크로 나가 완성된 인센스 홀더를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목재 자체가 풍기는 특유의 무늬와 광택, 오일 마감으로 전반적으로 오묘한 느낌이 드네요. 집에 가져가긴 했는데 다들 미세먼지에 민감해서인지 아직 한 번도 사용해보지는 않은 상태로 거실에 있는 피아노 위에 장식품처럼 놓여있습니다.


최종 완성된 인센스 홀더 © 2023 킨스데이


이번 작업을 통해 황삭과 정삭은 퓨전 360 프로그램에서 디자인을 잘하고 CAM만 잘 짤 수만 있다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능은 특히 목재를 이용한 주방용품을 포함해 사이즈가 크지 않은 다양한 일상 소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데 활용도가 높아 보이더라고요. 이제는 핀터레스트의 목공 소품 사진들을 쭉 보면 CNC 기계로 제작된 작품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능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NC 기계로 만든 첫 번째 월넛 보석함의 완성도(뚜껑이 닫히지 않는)에 대한 아쉬움이 아직 남아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에 황삭과 정삭 기능을 제대로 이용한 멋진 보석함을 한 번 더 제작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핀터레스트를 포함해서 책과 전시회, 가구샵 방문 등 영감과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괜찮은 레퍼런스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맹자의 명언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목공이나 수레공은 사람에게 컴퍼스나 곡자 사용법은 가르칠 수 있으나
그 어떤 명인도 그 사람의 솜씨를 능숙하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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