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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Feb 14. 2024

뉴질랜드 와인의 이유 있는 매력

뉴질랜드 _ 마틴보로 와이너리 방문기

   뉴질랜드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와인이다. 뉴질랜드 와인은 칠레, 호주 등과 함께 신대륙 와인의 대명사로 특히 남섬의 소비뇽 블랑과 북섬의 피노 누아가 가성비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낮에는 일조량이 넉넉하고 밤에는 서늘하나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고품종의 와인을 생산하기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 때문이다. 북섬 마틴보로와 혹스베이, 남섬 말보로와 센트럴 오타고 지역 등이 대표적인 뉴질랜드 와인 생산지이다. 한 때 식품 회사에서 마케팅을 했던 나로서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터라 비록 주량이 와인 한두 잔에 불과했지만 이번 기회에 와이너리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원래 남섬 머리 쪽에 있는 말보로 지역의 와이너리에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과 거리, 비용 상 포기하고 대신 웰링턴에서 멀지 않은 마틴보로 와이너리 투어를 신청했다. 와인 테이스팅, 점심 식사와 왕복 교통비가 포함해 140 NZD(약 11만 2천 원)를 지불했다.    


포도알이 싱그러운 파피스 와이너리 농장 © 킨스데이 2020


마틴보로 파피스 와이너리에서의 와인 테이스팅 © 킨스데이 2020

 

  웰링턴 출신 젊은 여행사 사장님이 친절하게 직접 운전하는 밴을 타고 미국에서 온 중년 부부(아내는 진보주의자인데 자주성가한 남편은 보수주의자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했다)와 함께 파피스 마틴보로우(Poppies Martinborough) 와이너리로 향했다. 이곳은 2012년에 파피 씨와 그의 아내가 오픈한 와이너리로 전통을 자랑하는 다른 와이너리에 비해서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젊고 캐주얼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매년 80톤 이상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피노 누와, 로제 와인이 유명하다고 했다. 파피 씨가 직접 리드하는 와인테이스팅을 통해 파피스 샤도네이와 로제 이렇게 두 가지 와인을 맛보았다. 우선 샤도네이. 파피 씨는 샤도네이를 잔에 따르며 "샤도네이는 깊고 고소한 버터향과 오크향이 주를 이루는데 유행을 따르지 않는 클래식 정통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직접 마셔보니 오크향은 알겠는데 버터향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샤도네이 특유의 정통성에 대해서는 표현하긴 어렵지만 뭔지 모르게 동의가 되었다. 이번에는 "로제는 프랑스 프로방스의 전통에 따라 피노 누와 품종으로 신선한 과일향이 미각을 섬세하게 자극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라고 파피씨가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그게 뭔 소리야?'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은은한 오렌지 핑크빛 컬러감에서 우선 합격, 맛도 산미와 과일향의 밸런스가 괜찮았다.  


파피스 와이너리에서의 점심 식사 © 킨스데이 2020 


  장기적으로 와인을 공부하겠다는 핑계로 한 모금 마셨을 때 그 풍미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는 수준이 스스로 개탄스러웠다. 하지만 마셔보고 "오 좋은데? 이거 맛있는데?" 하는 직관적인 느낌이 드는 와인을 선호하는 편이다. 와인 전문가들도 이런 방식으로 와인을 쉽게 시작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살짝 기분 좋게 아딸딸 해져 얼굴이 불그레한 상태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야외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테이스팅 했을 때 마음에 들었던 샤도네이 한 잔도 곁들였다. 와인 테이스팅을 할 때마다 취하지 않기 위해 와인을 한 모금만 맛본 후 나머지는 항상 남겨야 해서 본전이 아깝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자주 다양한 와인에 노출된다면 와인에 대한 이해도를 좀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는 파피스 와인을 개인 구매 하지 않았지만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해외에서도 구매가 가능했다. 워낙에 프랑스 와인과 이탈리아 와인이 가격이 높기 때문에 품질 대비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뉴질랜드 와인은 정말 천혜의 자연에 사람의 정성과 노력이 깃든 보석 같은 산물임에 틀림없었다. 굳이 멋 내지 않고 깔끔한 실속파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곳에도 기후 위기로 인해 사이클론과 온난화로 와이너리 농장주들이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뉴질랜드산 샤도네이가 급속히 달아지는 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과연 미래에는 와인도 스마트팜으로 생산되는 날이 올까? 와인 러버로서 기후위기의 타격을 입기 전까지 되도록 많이 쟁여놓아야 하는 것일까? 탱글탱글 초록빛 포도알이 매달린 햇살 가득 널찍한 파피스 와이너리 농장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하지만 눈을 감고 샤도네이 한 모금을 마시자 청량한 여름이 내 입안에 가득 흘러넘쳤다. 이렇게 '나의 작은 와인 노트'에 뉴질랜드 마틴보로 파피스 와이너리의 샤도네이와 로제, 두 아이템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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