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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Apr 15. 2024

뉴질랜드에서 기아차가 눈에 자주 띄는 이유


  24년 전, 대학생 시절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를 여행했을 때다. 당시 루마니아는 차오체스쿠의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진 지 10년 밖에 지나지 않았고 EU에 가입하기도 전이었다. 그래서인지 맥도널드가 힙한 장소이고 우체국에서 내 소포를 찾으려면 뇌물을 줘야 하는 낯선 풍경이었다. 아마도 아직 상업주의와 민주주의로 가는 과도기 상태였던 것 같다. 루마니아 사람들은 (아마 속정은 있었겠지만) 겉으로는 퉁명스럽고 불친절한, 관광객을 향한 서비스 정신이 아직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인상적이었던 점은 공항에서 수도로 들어가는 고속도로 양옆으로 삼성과 LG 전광판이 보이고 도심에서 대우 차량이 1/3 정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발 빠르게 대기업들이 이 낯선 동유럽의 도시에 미리 진출한 것으로 추측된다. 워낙 아시아인이 거의 없어서 신기해서 그런 건지 길을 걷노라면 내게 다가와 "니하오, 칭총챙 등등"이라고 말을 거는 루마니아인들을 향해 억울하고 짜증 섞인 심지어 마음속에 작은 분노가 일었던 상황이 왕왕 있었던지라 나에겐 이런 국산 브랜드들이 작은 위로와 자부심을 가져다주었다.


2009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 보이는 대우 광고판 (이미지 출처: alamy)

  

  루마니아에서 그때 내가 처음 경험했던 심리적인 불편함과 어색함에 비하면 지금의 뉴질랜드는 그냥 낙원이다. 한국사람도 많거니와 한국 제품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어 아주 편하다. 물론 그 사이 한국의 경제적, 문화적 위상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겠지. 특히 길거리에서는 기아차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 나라의 자동차 시장이 궁금해졌다. 마침 지인도 최근에 새로 기아 스포티지를  구매했기 때문에 소비자의 관점에서도 기아차의 경쟁력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지인이 새로 구입한 기아 스포티지. 번호판은 자동 발생 번호였는데 우연치고는 재미있다 © 2024 킨스데이

  

<코리아리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신차 판매국 1위는 일본, 2위는 독일, 3위가 한국이다. 그 뒤로는 중국, 헝가리, 영국 등이 추격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자동차 생산국이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구 대비 자동차 보유율이 86.9%으로 가장 높다. 10명 중  8명 이상이 차량을 소유하고 이를 통해 이동한다는 뜻이다. 이런 시장에서 일본차가 2022년 기준 54.5%의 자동차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브랜드들도 나름 선방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신차 판매 3위에 기아가 있다. 2023년 9월 누적 판매 기준 2위에 올랐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기아차를 자주 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친환경 차량 구입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기아와 현대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예측이다. 


뉴질랜드 신차 등록 수 (이미지 출처: https://koreareview.co.nz/nz의-자동차-시장-동향)


   그렇다면 기아차의 매력은 무엇인가? 일본차 대비 가격이 저렴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지인은 미쓰비시와 기아를 비교하다 결국 기아 스포티지를 선택했는데 그 이유가 "중고차 보상 판매 서비스" 혜택 때문이었다고 했다. 중고차 시장은 영국의 영향으로 오른쪽 운전 휠이 있는 일본차들이 장악하고 있어 중고차가 없는 기아와 현대로서는 이런 서비스가 해당 시장에서의 입지를 키워나갈 수 있는 영업 전략인 셈이다. 키위 중에는 신차보다 중고차를 저렴하게 구매해 15년 이상 고장 날 때까지 쓰다 되파는 소비 경향도 있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내 지인들의 경우, 아내와 남편이 모두 일하는데 기본적으로 차는 두 대를 보유하고 있다. 한 가정은 두 대 다 SUV 차량이고, 다른 가정은 한 대는 SUV, 다른 한 대는 중고차 세단이다. 또 다른 지인은 10년 된 SUV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어느새 일본차, 독일차들과 어깨를 겨눌 정도로 기아와 현재 자동차의 제품 퀄리티와 브랜드가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왜 해외에 나오면 자연스럽게 민간 외교관이 된다고 하지 않나. 나 또한 국뽕까지는 아니지만 뉴질랜드에서 한국 브랜드가 선방하는 모습에 나름 자부심을 느꼈다. 오늘도 새 차 냄새가 나는 친구네 기아 스포티지를 얻어 타고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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