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가 기부를 하는 게 나쁩니까?

by 킨스데이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여주인공 서래는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을 사랑한 게 그렇게까지 잘못이냐고요. 조금 어색하고 낯선 문장인데,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저도 요즘 이 문장을 자주 떠올립니다. 프리랜서가 기부를 하는 게, 그렇게까지 나쁜 일인가요?


겨울 신선 식품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시장점유율 60%가 넘는, 이미 충분히 잘 나가는 제품이었죠. 저는 수익의 1%를 기부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경쟁사와의 차별화이자, 고객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결과는 단칼에 거절이었습니다. 1%는 너무 많고, 굳이 하고 싶다면 “수익의 일부” 정도로 표현하라는 답이 돌아왔죠. 그때 저는 실망했습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막 대중화되던 시기였는데, ‘아, 여기는 이 정도도 감당할 수 없는 조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퇴사의 결정적 이유는 아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오래 남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니며 자란 저는 ‘십일조’라는 개념이 익숙했습니다. 버는 것의 일부를 떼어내는 일은 선택이라기보다 습관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인지 기부는 늘 제 삶의 일부였습니다. 지금도 한 비영리 기관을 통해 해외 아동 3명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개인 사업자가 된 후 함께 일하던 분께 무심코 꺼냈다가 꽤 큰 호통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한 푼이 아쉬운 시기에 정신 차려라.”

틀린 말은 아닙니다. 프리랜서든, 스타트업이든 생존이 먼저니까요. 월급을 주고, 사업을 키우고, 노후를 준비하려면 악착같이 모아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혼자만 아등바등해서 과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돌아보면 관계는 늘 ‘먼저 준 사람’에게서 시작됐습니다. 일도, 기회도, 신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애덤 그랜트 교수가 <기브 앤 테이크>에서 말한 것처럼 단기적으로는 Taker가 유리해 보여도 결국 오래 살아남는 건 Giver라고 믿게 됐습니다. 그리고 Giver는 어느 날 갑자기 되지 않습니다. 연습이 필요합니다. 100만 원 벌어서 10만 원 기부하는 사람은 10억을 벌어도 1억을 기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연습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 숫자는 너무 낯설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연예인의 기부 기사를 볼 때마다 “많이 버니까 당연한 거야, 세금 감면받으려는 거지”라는 말이 따라붙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번다고 해서 1억, 2억을 아무렇지 않게 내놓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건 평소에 감사하는 법을 연습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저는 올해 목표를 하나 세웠습니다. 후원 아동을 한 명 더 늘리는 것.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그래도 연습은 계속하려 합니다. 한때 국제원조를 받던 나라였던 우리가 이제는 지원하는 나라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받아본 적이 있기에, 주는 쪽이 될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불안정해도, 작아도, 먼저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연습합니다. 프리랜서가 더 많이 기부하는 게 도대체 뭐가 나쁜지, 언젠가는 큰 소리로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