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하루의 작은 인생이다."
-쇼펜하우어-
하루를 시작하는 저만의 루틴이 있습니다. 통근 시간이 따로 없는 프리랜서에게는 아침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체중재기
화장실에 다녀오자마자 체중계에 올라서는 일입니다. 이 순간은 언제나 조금 떨립니다. 전날 무엇을 먹었고, 얼마나 움직였는지가 숫자로 판결 나는 시간이니까요. 몸무게를 재고 나면 손목닥터 9988 앱에 기록을 남깁니다. 하루의 첫 데이터이자, 오늘을 대하는 제 태도 같은 것이죠.
스트레칭
그다음은 잠옷을 벗고 홈웨어로 갈아입는 일입니다. 머리는 돌돌 말아 집게로 고정하고, 미지근한 물 한 잔으로 수분을 보충합니다. 그리고 약간 전투적인 마음으로 요가 매트를 펼칩니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 스트레칭은 저에게 필수입니다. 하루라도 거르면 몸이 바로 신호를 보냅니다. 오래 앉아 있다 보면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뭉치고, 어떤 날은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스트레칭으로 몸을 데워줍니다. 마지막 동작은 플랭크입니다. 3분을 버팁니다. 사실 이 시간이 가장 큰 시험입니다.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들 때마다 타이머만 바라봅니다. 그리고 알람이 울리는 순간, ‘해냈다’는 아주 작은 성취감이 남습니다.
유산소 운동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 관리 역시 중요하다는 걸 절감합니다. 예전에 읽은 기사에서 한 코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운동선수들에게 늘 최선을 다하게 하지는 않는다고요. 그래야 다음 날에도 다시 훈련장에 나올 수 있으니까요. 한계를 넘는 것보다, 적당히 꾸준히 하는 것.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서 제 스트레칭도 늘 ‘적당히’입니다. 그래야 내일도 다시 매트를 펼칠 수 있으니까요.
마인드풀니스
스트레칭을 마치면 매트를 제자리에 두고 손을 씻습니다. 그리고 거실 구석에 놓인 이케아 등받이 의자에 앉아 눈을 감습니다. 기도하는 시간, 마음의 디톡스를 하는 시간입니다. 잠시 ‘나’를 내려놓고 머리를 쉬게 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내자고 다짐하기도 하고, 내 주변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조용히 떠올립니다. 이 시간이 없으면 하루가 어딘가 뭉개지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린 스무디
그다음엔 주방으로 향합니다. 믹서기를 꺼내고 냉장고에서 소화가 잘되는 우유, 양배추, 케일을 꺼냅니다. 바나나와 서리콩 미숫가루를 한 스푼 더합니다. 그렇게 만든 스무디는 말차색에 가까운 녹색입니다. 한 잔 반 정도 나오는데, 차갑지만 달달하고 위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스무디를 마시며 노트북 전원을 켭니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뉴스레터를 읽습니다. 유튜브에서는 가벼운 모닝 재즈를 틀어둡니다. 그렇게 하루의 업무가 시작됩니다. 한 시간마다 5분에서 10분 정도는 일부러 몸을 움직입니다. 어깨와 목, 손목을 풀어주기 위해서요. 오래 앉아 있는 게 몸에는 최악이라는 말을 이제는 온몸으로 이해합니다.
독서
오전에는 주로 업무를 하고, 점심을 먹은 뒤에는 독서 시간을 잠깐 갖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입니다. AI 시대에 제 일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어두워지기도 합니다. 동시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힌트를 얻고 싶다는 기대도 함께합니다. 알파고 대전 이후로 바둑계가 AI를 공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면, 저 역시 최소한 뒤처지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다 읽으면 ‘Book Towers’라는 무료 앱에 간단한 후기와 함께 기록을 남깁니다. 그래야 올해 내가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책을 반납하는 날이라 이따 도서관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동네 도서관이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입니다.
감사로 마무리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오늘 하루 감사했던 일과 성취한 일을 떠올립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별 탈 없이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를 충분히 칭찬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제 자존감과 자신감을 조금씩 다독입니다. 저에게 모닝 루틴은 하루를 잘 살기 위한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무너지지 않게 지켜주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여러분의 하루는 어떤 루틴으로 시작되나요? 아침과 밤을 잇는, 여러분만의 리듬이 있다면 함께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