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새롭게 오픈한 동네 슈퍼를 다녀오셨습니다.
계속 슈퍼가 들어와도 망하는 자리에
또 오픈한다면서요.
채소가 싼 게 뭐가 있으려나 반신반의하면서
카트를 끌고 나가셨습니다.
근데 샤인 머스켓 한 상자를 사 오신 거예요.
6천 원이었다면서요.
그것도 한 송이가 아니라 네 송이가요.
겉보기에 멀쩡했습니다.
얼른 한 송이를 씻으셨어요.
한 알을 입에 넣었습니다.
그때 알았죠.
속았다는 걸.
싼 게 비지떡.
역시나 가격은 정직했습니다.
요즘 채소와 과일이 그렇습니다.
몇 번을 실패했으면서도 엄마는 자꾸 사 오시네요.
혹시나 하는 기대 심리를 이용한 걸까요?
아마도 엄마는 이제 그 슈퍼는 발길을 끊으실 거예요.
6천 원짜리 샤인머스캣 한 상자에 고객 한 명을 잃으셨지요.
그러다 레드향 한 박스가 택배로 도착했습니다.
제주에 사는 지인이 보내준 것입니다.
큼직한 게 색도 선명하니 보기에 참 아름다웠습니다.
바로 하나를 꺼내 씻고 껍질을 까서 입에 넣어보았습니다.
우와~
알알이 상큼 달콤하게 터지는 맛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래, 이거지!
보내주신 분께 감사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나를 돌아봅니다.
시장에서 나의 포지셔닝은 어떠한가?
저렴이 샤인머스켓인가,
아니면 고급진 레드향인가.
나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아직은 애매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 제 가격표를 보고
“음… 조금 비싸지 않나?”
잠깐이라도 망설인다면
저는 아직 샤인머스캣 쪽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정했습니다.
가격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가격을 제시했을 때
토를 달지 않는 이름이 되자고요.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제 고객이
‘이건 싸서 고르는 선택’이 아니라
‘이 사람이라서 고르는 선택’이라고
느끼게 만들어야 합니다.
Better 보다는
Something Different,
Something Valuable.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해온 일과 고민을
결과만 남기지 않고
과정까지 기록하기.
잘한 일뿐 아니라
실패한 선택과 이유까지 아카이빙하기.
그리고 그 기록을
숨기지 않고 꺼내어
누군가 참고할 수 있게 공유하기.
레드향은
단맛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한 입이면 충분하니까요.
언젠가는
제 일도
그런 한 입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