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감정을 읽는 스타트업을 만났습니다

by 킨스데이

만약
반려동물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지금보다 덜 외롭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정기적으로
독일 스타트업 멘토링을 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한 번, 하반기 한 번.
한국 시장에 관심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German Accelerator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2019년부터
그 자리에 멘토로 참여하지만,
사실 저는
늘 배우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들이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과
집요하게 파고드는 시선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제 삶에도 작은 흔적을 남깁니다.


이번에 만난 팀은
AI 기술로
개의 감정을 분석하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처음엔
“이제 이런 것까지 가능해?”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말도 통하지 않는 존재와
수년을 함께 살면서도
그 마음을
짐작으로만 이해해 왔으니까요.


발표를 듣다 보니
문득 한 드라마가 떠올랐습니다.


손석구 배우가 출연했던 작품 속에서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넌 동물들이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주인을 다시 만나는 장면이 있었죠.


그 장면을 보며
괜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펫로스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던
직장 동료의 얼굴이
겹쳐 떠올랐거든요.


저는 알레르기가 있어
반려동물을 키우진 못합니다.
대신 잠들기 전,
강아지와 고양이 영상을 봅니다.

별것 아닌 습관인데
그 짧은 시간이
하루의 날을 부드럽게 정리해 줍니다.


아마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존재가 주는
위로 때문이겠죠.


그래서였을까요.

이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 사이의
조금은 서툰 이해를
돕는 도구처럼 느껴졌습니다.


반려동물의 감정을 안다는 건
어쩌면
그들을 더 잘 통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덜 후회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멘토링 마지막 질문에서
“이 팀을 선발하고 싶습니까?”라는 물음에
저는 망설임 없이
'Yes'라고 답했습니다.


개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이 시도가
결국은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로
이어질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연결하고,
조금 덜 외롭게 만드는 역할.


그런 커넥터의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감각은
프리랜서가 잊지 말아야 할
아주 작은 성취감이 아닐까요.


오늘도
조용히 쓰임을 받았다는 느낌 하나로
저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