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떡을 나누며 알게 된 관계의 거리

by 킨스데이

엄마 친구분이 어디선가 쌀을 받았다며
가래떡을 뽑아 주변에 나눴습니다.


갑자기 가래떡 한 상자가 생긴 엄마도
집 근처 이웃들에게 조금씩 돌리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경비 아저씨에게 한 접시를 드렸고요.


그다음 엄마가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습니다.

"앞집에 사는 젊은 부부한테도 줘볼까?"


곧바로 이어진 말은 이거였습니다.
"괜히 부담스러워할까 봐…"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번에 한 번 줘보면 알지.
그 반응을 봐야 다음을 정할 수 있잖아."


하지만 마침 집에 사람이 없어서
그 접시는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그 장면에서 문득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떠올랐습니다.

쌍문동 사람들처럼
반찬을 나누고,
집 문을 열어두고,
서로의 안부를 자연스럽게 아는 관계들.


'이 동네에서 산 지 몇 년인데
가래떡 나눠줄 이웃도 별로 없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집은 이래서,
저 집은 저래서.
가래떡 나눔 리스트에서
조용히 제외된 이름들.


사람도 나이가 들면 정리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엄마는 이미 오래전에
그 정리를 끝낸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게 지금 내 네트워크의 사이즈일지도 모르겠구나.


프리랜서가 된 이후로
사람과의 연결은 더 느슨해졌습니다.


싫은 관계는 빨리 끊고,
편한 사람만 남기다 보니
네트워크를 ‘관리’하기보다는
'유지'만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소속이 사라질수록
네트워크의 유무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고요.


알면서도
마음이 먼저 움츠러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
오랜만에 만나는 옛 동료들에게
'식빵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화이트리에 식빵을 하나씩 건넸습니다.

대단한 선물은 아니었지만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오랜만에
'나누는 쪽'에 서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네트워크는
갑자기 커지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다만 이렇게,
천천히 조금씩
다져갈 수는 있겠지요.


가래떡 한 접시에서 시작된 생각이
제 네트워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