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지만 조금은 썰렁했던 설날

by 킨스데이

설날이면 온 가족이 모여 세배를 하고,
음식을 나눠 먹던 풍경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다섯 아들 내외와 열두 명의 손주들,
작은 할아버지 가족까지 모이면 집이 꽉 찼습니다.

서열대로 줄을 서서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던 순간의 설렘,
평소에는 보기 힘들던 소불고기와 전,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던 떡국.

그 북적임이 설날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분들이 떠나셨고
그 풍경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올해 설날은 동생네 집에 가서
전도 부치고 조카들에게 세뱃돈도 주며
소소하게 보내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조카들이 제부의 고향에 갔다가
하루 더 있다가 늦게 올라온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엄마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그럼 다음에 보자.”

그 말은 예상보다 훨씬 쿨했고,

그래서 조금 썰렁했습니다.



결국 설날 가족 모임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취소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냥 집에서 전을 부쳐 먹고
디즈니플러스 드라마를 정주행 했습니다.

명절이라기보다

그냥 긴 주말 같았습니다.



연휴 중 하루는 동네 친구를 만나러 나갔습니다.

카페마다 사람이 가득했지요.

서울에 남아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싶었습니다.

뉴스에서는 인천공항이 북새통이라고 했지만
프리랜서인 저는 그런 성수기를 피합니다.

비행기 값도 비싸고
사람도 많고
굳이 그 시기를 선택할 이유가 없거든요.

어쩌면 이것도 프리랜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남들과 다른 시간에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가족 모임이 점점 단출해지는 것이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편하기도 합니다.

가족도 결국 타인의 집합이니까요.

적당한 거리가 서로를 편하게 만들지요.



제부가 보내온 사진 속에서
조카들은 시골에서 명절을 제대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서울을 벗어나
일상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설날을 보내는 모습이
괜히 다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설날 마지막 날 밤,
저는 동네를 계속 걸었습니다.

혼자 있고 싶었거든요.

명절은 가족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저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는 명절이 외로운 게 아니라,
"나만의 공간"이 없는 것이 답답했던 거였습니다.

조용히 일할 수 있는 공간,

완전히 혼자가 될 수 있는 공간.

그게 너무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돈을 더 벌어야겠다."

조금 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