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버스를 탔습니다.
여성 기사 분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습니다.
정차는 부드러웠고
출발은 안정적이었습니다.
저는 맨 앞자리에 앉아
그 운전을 한참 지켜봤습니다.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거든요.
저분은
자기 자리를 정확히 알고 있구나.
그 생각이 들자
갑자기 흔들렸습니다.
나는 지금
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까.
저녁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그 얘기가 또 나왔습니다.
스타트업 공동대표인
한 친구는 부동산 경매를 공부 중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친구는 주식 수익으로 몇 달은 버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뭐, B2B 프리랜서라 고민 많지.”
사실은 그 말보다
훨씬 불안했습니다.
이번 달 고정 수입은
100만 원이 안될 것 같거든요.
기다리는 재계약은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나는 내 자리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잠깐 빌려 탄 승객은 아닐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버스 기사 분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저분도
화장실 가고 싶을 때 참고
허리가 아파도 참고 계신 건 아닐까.
그래도 운전대를 놓지 않고서 말이죠.
나는 무엇을 잡고 있지?
답은 없습니다.
아니, 모르겠습니다.
다만 오늘도
도망치지 않고
제 자리에 조금 더 앉아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지금
자리가 흔들리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운전대를 잠깐만 더 잡고 있어 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