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통보를 받은 친구와의 11분 채팅 대화
목요일 남산 국악당 대보름 명인전에 당첨됐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기뻐해야 하는데
기쁘지 않았습니다.
함께 가려고 신청했던 친구가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채팅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전체 대화는 11분이었습니다.
친구는 삼일절 연휴 동안
잠을 거의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었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언젠가라고 알고 있었지만 이번이 내 차례인 줄은 몰랐어.
막상 닥치니까 멍한 거 있지.”
그 말이 제일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는 30대 중반에
내 의지로 그 회사를 나왔습니다.
성장을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친구는 40대 중반에
선택권 없이 밀려나고 있습니다.
그 차이를
저는 끝까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채팅 대화를 마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저는 프리랜서입니다.
아직 하찮고, 아직 불안정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제가 안전지대에 서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미안했습니다.
친구가 목요일 공연에 간다고 했습니다.
생각보다 밝은 목소리로
“그래, 바람 좀 쐬자. 제안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거창한 위로 대신
이 말만 했습니다.
“끝은 아닐 거야.”
그 말이 얼마나 가벼운지 알면서도.
광야의 시간이 시작됐겠지만
그 시간이 친구를 삼키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엉성한 우산이라도 들고
옆에 서 있으려고 합니다.
아직은 작고 흔들리지만
언젠가는
비를 조금 더 막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혹시 지금
비를 맞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 옆에도
엉성한 우산 하나쯤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