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 팔을 꼭 잡았을 때 마음이 흔들렸다

by 킨스데이

엄마가 안검하수 수술을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간단한 시술이야.”

엄마도 그렇게 말했고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아, 보호자가 꼭 필요한 수술이구나.


엄마는 올해 일흔셋입니다.

간호사로 오래 일했고
지금도 간호학원에서 강의를 하십니다.

학생들 앞에 서는 일이
엄마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삶의 일부입니다.


“눈이 자꾸 처져서 잘 안 보여.”

의사인 동생의 한마디와
딸들의 권유 끝에
엄마는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나이 들어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사실은 아직도 '일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게 더 컸을 겁니다.


수술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수술실로 들어가고
저는 복도에 있는 소파에 앉았습니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늘 시간이 부족한 프리랜서인데
그날만큼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고 있었지만
글자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 환자 보호자분~”

이름이 불리는 순간
뭔가 어색했습니다.

그렇지.
오늘 나는 엄마의 보호자지.


엄마는 눈 주위가 시커멓게 멍이들어 벌겋게 부은 채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누구 도움도 필요 없던 사람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제 팔을 꼭 잡았습니다.

그 손에 힘이 꽤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아, 엄마가 나에게 의지하고 있구나.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엄마는 계속 제 팔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저는 보폭을 최대한 천천히 맞췄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부모가 늙어간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일이 아니라
이런 작은 순간들로 다가오는 거구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일을 하나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습니다.

프리랜서라서
시간을 뺄 수 있었고
엄마 옆에 있을 수 있었으니까요.


생각해 보니
엄마는 평생 누군가의 보호자였습니다.

환자의 보호자였고
가족의 보호자였고
우리의 보호자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는
제가 엄마의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인생은 결국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주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제가 엄마의 손을 더 오래 잡고 걸어야 할 날이 오겠지요.

그래서인지
오늘 하루가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엄마의 보호자가 된 첫날.

아마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