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셋, 우리 엄마는 여전히 오픈런을 한다

by 킨스데이

저희 엄마는 마트를 좋아합니다.


이마트, 하나로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에브리데이.
그날 세일하는 품목에 따라,

기분에 따라 골라 갑니다.


엄마에게 마트는
단순히 장을 보는 곳이 아니라
작은 사냥터입니다.


오늘도 아침 일찍 카트를 끌고 나가셨습니다.

잠시 후 돌아온 카트 안에는
우유 2개짜리 3팩.

모두 30% 할인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득템 했지.”

개선장군처럼 당당한 목소리였습니다.


마트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들이
할인 코너에 나옵니다.

이마트는 오픈하자마자,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오전 10시 반에서 11시 사이.

좋은 물건은 금방 빠집니다.

그래서 엄마는
‘오픈런’을 합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저는 B2B 리더십 코치입니다.

그런데
엄마처럼 뛰어다니며
고객을 찾은 적이 있었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봅니다.


편하게 앉아서
기존 고객의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엄마는
30% 할인 우유를 얻기 위해
아침부터 움직이는데

나는
내 일을 위해
그만큼 움직였던 적이 있었던가?


문득
제가 그 우유를 먹을 자격이 있는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엄마는 김밥 몇 알을 집어드시더니
다시 카트를 끌고 재래시장으로 가셨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저는 알았습니다.


살림도
일도
결국은 ‘오픈런’이라는 걸.


누군가는 이미
문 열리기 전부터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걸.


혹시 여러분도 저처럼

기다리고 있지는 않나요?


오늘은
저도 조금 일찍 나가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