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배우는 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들 말합니다.
영문학을 전공한 저는
그 말에 꽤 깊이 공감하는 편입니다.
문학, 뉴스, 예술, 라이프스타일.
언어를 알면 그 세계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니까요.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늘 새로운 언어를 기웃거렸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프랑스어,
대학에서도 프랑스어 회화,
졸업 후에는 프랑스 문화원까지.
… 결과요?
의욕 대비 성과는 비밀입니다.
프랑스어는 여전히
“노래처럼 아름답지만, 내 것이 아닌 언어”로 남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다시 결심했습니다.
“그래. 이번엔 앱이다.”
야심 차게 듀오링고를 깔았습니다.
매일 알림이 오고,
짧게라도 성취감이 쌓이고,
‘연속 학습 기록’이 늘어나는 그 맛.
이건 꽤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그다음에 시작됩니다.
이탈리아 여행이 잡히면서
저는 이탈리아어까지 시작했습니다.
“현지에서 에스프레소 정도는 주문해야지.”
꽤 그럴듯한 동기였습니다.
그런데요.
듀오링고에
‘체스’가 생겼더라고요.
그때부터였습니다.
저는 외국어 학습자가 아니라
체스 플레이어가 되어버린 게.
매일 한 판.
이기면 짜릿하고,
지면 다음 판을 누르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 이건 이기는 각이다.”
문제는 이겁니다.
그 순간부터
이탈리아어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탈리아에 도착했습니다.
“Buongiorno…”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머릿속에는
체스 말 움직임만 남아 있는데요.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나… 체스하지 말걸.”
이게 듀오링고의 전략일까요?
외국어는 핑계고
우리를 다른 게임으로 끌어들이는.
저만 당한 건 아니겠죠?
결국 저는
알림을 모두 껐습니다.
앱도 지울까 고민했지만
완전히 떠나기엔 또 아쉽더라고요.
최근에는
다시 일본어를 시작해 볼까 고민 중입니다.
히라가나부터,
정석대로.
듀오링고는 ‘보조’로만 쓰고요.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외국어는
앱이 대신해 주는 게 아니라
결국
내가 시간을 쌓아야 하는 일이라는 걸요.
그런데도 궁금합니다.
혹시…
저처럼
듀오링고로 외국어 공부하다가
체스로 샌 적 있으신가요?
저만 그런 거 아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