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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Dec 13. 2023

ESG 호텔의 본보기, 퀸즈타운 셔우드호텔에 머물다

뉴질랜드를 간다고?그럼 퀸즈타운은 꼭 가봐야지.


내가 퀸즈타운을 뉴질랜드 여행 일정에 추가했던 이유는 오롯이 나를 위한 힐링과 휴식을 위해서였다. 뉴질랜드 남섬을 대표하는 자연이 무척 아름답다고 들었고, 퀸즈타운에서 출발해서 볼 수 있는 산과 피요르드 해안은 must see 코스라고 추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담한 퀸즈타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웰링턴 보다 2도 정도 낮은 아침 기온이었다. 여름이란 계절이 무색하게 파타고니아 신상 플리스 자켓과 긴바지, 운동화를 장착한 나로서는 다행이다 싶은 그런 조금은 쌀쌀한 가을 느낌이었다.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기에 저렴한 방법을 고민하다 여러 명과 공유하는 shared shuttle bus service를 이용하기로 했다. 20 NZD (우리나라 돈으로 16,000 원 가량). 우버는 공항에서 픽업 장소를 선택하기가 어렵고 택시는 1.5배 정도 비쌌기 때문이다. 나는 두 번째로 내렸는데 내가 머무는 호텔은 시내에서는 좀 떨어진 Sherwood Queenstown로 알고보니 친환경, 지속가능 컨셉을 추구하는 곳이었다.


친환경, 지속가능한 호텔 Sherwood Queenstown

Sherwood Queenstown 호텔 지도 

1985년, 뉴질랜드의 Mock Tudor Motor Inn 중에 하나로 시작한 Sherwood Queenstown은 1980년대 ㅡMotor Inn으로서의 30년 간 역사를 간직하면서 건축과 디자인 부분에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접목시켜 재탄생했다. Expedia Traveller가 뽑은 Top 10 The Most Sustainable Hotels에 뽑히기도.  일찍 도착해서 아직 체크인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편안한 복장을 하고 있는 리셉션 직원의 친절하면서도 융통성 있게 제공해주는 안내로 호텔 구조와 기능을 간단히 파악할 수 있었다. 호텔은 2층 구조로 된 여러 건물이 원을 그리듯 둥그런 형태로 구성돼있는데 레스토랑 건물과 산책로, 라운지, 코워킹 스페이스와 주차장 등 공간이 실용적이나 여유롭게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된 느낌이었다. 특히, 리셉션 바로 옆에 투숙객들이 두고 간 책들을 편하게 교환할 수 있는 작은 책장이 눈에 들어왔고,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는 바로 옆에 텃밭 정원이 있어 여기서 자라는 채소를 요리 재료로 사용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조식 사우나를 무료로 예약해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체크인 카운터 옆에 로컬 식재료를 판매하는 작은 쇼룸이 있고, 저녁에는 요가 스튜디오에서 요가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튀지 않으나 기능적이고 편안함을 주는 리셉션 인테리어와 레스토랑 그리고 라운지를 둘러보며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왔다. 무엇보다도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 독립적이나 호수를 따라 퀸즈 타운 시내와 연결된 트랙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로콜 식품을 파는 쇼룸 (왼쪽), 야외 휴식 공간 (중간), 책 교환 책장 (오른쪽)
텃밭 정원 (왼쪽), 텃밭에서 난 재료로 만든 그린 샐러드 (가운데) 건강에 좋은 Dairy-free 아이스크림 판매 박스


일단 방 안으로 들어서면 인더스트리얼하면서 미니멀한 느낌과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Earth룩, 그리고 마오리 문화의 잔향이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Kia Ora란 제목의 호텔 사용 설명서를 살펴보니 벽면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절연 코르크를 벽지 마감재로 사용했고, 재활용 메탈과 목재로 가구와 침대 프레임를 제작했으며 군부대에서 사용했던 담요로 암막 커튼을, 바닥에 깔려있는 카펫은 나일론 그물을, 바닥재는 타이어 고무를 재활용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고효율 LED를 사용해 따뜻하면서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TV가 없다. 대신 나를 반겨주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편안한 음악. 그동안 출장과 여행을 숱하게 다녀봤지만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Sherwood 호텔룸은 오히려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가져다줘 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폐철제로 만든 가구와 LED 조명 그리고 분리수거함 (왼쪽), 폐목재로 만든 침대 프레임과 코르크 벽 마감재 (가운데), Earth Look이 느껴지는 테이블과 의자 (오른쪽)

임팩트 환경 지수 

99% : 유기폐기물의 99%를 퇴비로 만들어 텃밭 정원에서 재사용한다.

40% : 레스토랑에서 판매된 샐러드의 40%가 텃밭 정원에서 재배된 채소를 이용했다.

97% :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식재료의 97%가 뉴질랜드 남섬에서 자란 것을 이용했다.

69,330 kwh : 지난 12개월 동안 태양광 패널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한 양이다.

+60% : 레스토랑에서 판매한 와인의 60% 이상이 Otago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레스토랑에서 직접 보틀링해 폐기물 병과 운송 거리를 단축시켰다.


2박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물을 아끼고 쓰레기를 줄이고 로컬 음식을 먹게돼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았다. 화장실 변기 옆에 비치된 두루마리 휴지 옆에는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량 남아있는 두루마기 휴지도 버리지 않고 모두 사용하겠다'는 취지의 스티커가 부착되있었다. 이게 바로 Sherwood 호텔이 추구하는 친환경, 지속가능한 컨셉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어쩌면 두루마리를 다 쓸 때까지 화장실에 걸어두는 어쩌면 우리 일상에서는 당연시 여기는 것을 호텔에 투숙할 때는 공간에 대한 기대와 행동이 사뭇 다를 때가 있다. 호텔에 있는 두루마리 휴지는 항상 새 것으로 나를 맞이해줘야 한다는 생각. 물이나 비품, 전기 에너지는 함부로 사용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 Sherwood 호텔은 일치감치 투숙객들에게 선언한다. 우리는 환경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여기에 반대를 하고 불평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들의 스마트하면서 위트있는 호텔 운영 및 관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래서 퀸즈타운 인근에서 여러 일정을 마치고 오클랜드로 떠나기 전, Sherwood로 돌아와 4박을 하며 책도 읽고 블로그도 쓰며 푹 쉬기로 결정했다.     


"이런 호텔,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과거에 식품 마케팅을 담당했었고, 최근 들어 출장과 여행이 잦은 편이라 자연스럽게 호텔과 식당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분야가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할 수는 없을까? 하는 질문을 가지고 관련된 리써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년 전 중국 샹하이 여행 때 Eco Chic Hospitality를 추구하는 URBN Boutique 호텔과 작년 초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출장 때 머물렀던 Eco & Sexy를 슬로건으로 한  Conscious 호텔 그리고 Food Recuer를 자처하는 Instock 레스토랑에서 그 가능성을 경험했다. 뉴질랜드 여행에서도 이와 관련한 경험과 지식을 잘 정리해 한국에 가면 이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해 볼 수 있을 지 적극 고민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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