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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Dec 13. 2023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에코 임팩트 커뮤니티에 가다

뉴질랜드 어퍼헛 

근처에 사는 우버 드라이버도 모를 정도로 Upper Hut 어딘 가에 소규모 에코 임팩트 커뮤니티가 있다. 친한 지인의 집이 바로 이 커뮤니티 중에 하나인데 원래 하루만 신세를 지려고 했다가 어쩌다보니 사흘이나 머물게 되면서 지인을 따라 해당 커뮤니티를 살짝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7년 전에 미국인 형제가 집과 땅을 구매해 현재 일곱 가구가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이 곳은 에코 빌리지에 온 느낌이었다. 해당 공동체가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을 여기저기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빗물을 저장해서 생활 용수를 공급하고 식량 자급자족을 위해 닭을 키워 달걀을 얻고 그린하우스에는 호박과 토마토, 고추, 레몬, 오이, 마늘, 양파, 허브 등을 재배해서 커뮤니티 구성원끼리 공유했다. 시냇물가 주변에 열린 야생 베리를 따서 아침에 씨리얼과 함께 먹을 수 있고 곳곳마다 수국과 장미가 만발해서 자연 풍경을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구성했다. '카페'라고 불리는 공간에는 실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듯 카페처럼 주방과 라운지가 잘 갖춰져있었고,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구도 설치돼 있었다. 


어퍼헛 풍경 (왼쪽), 그린 하우스 (가운데), 카페 (오른쪽)


집집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선별해서 벌레의 먹이로 제공, 음식물 쓰레기량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빗물을 저장해서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었다. 정말 조용하고 한적한, 평화로운 낙원같은 곳이었다. 테라스에서 요가를 하거나 명상을 하고 허브차 한 잔을 마시며 아침을 시작하고 직접 만든 그라놀라와 요거트로 아침 식사를 하고 주변에서 재배한 식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바질 파스타 등 건강한 식단이 제공됐다. 햇살은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가끔씩 지저귀는 새소리에 마치 힐링을 위한 나만의 아지트에 들어와있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빨래를 해서 테라스에 내다 걸어두었더니 얼마지나지 않아 바짝 말라있었다. 평소 한국에서 집안 거실에다 말렸던 세탁물과는 전혀 달라 상쾌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이런 환경이라면 재택 근무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모든게 완벽히 갖춰져있는 친환경적인 주거 공간이었다. 물론 매일 이런 생활을 반복한다면 한국인으로서는 살짝 심심하거나 지루할 수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심신의 안정과 여유가 느껴지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마음 깊은 곳에 스르륵 평화가 찾아온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인간이 만들어가는 인공적인 도시 환경이 아닌 자연 그대로가 가져다주는 혜택이야 말로 인간에게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고, 이런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채소 수확물 (왼쪽), 산란장 (가운데), 벌레를 위한 음식 쓰레기통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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