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률은 반반입니다만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서 제안서를 작성해본 사람은 안다. 성공률은 반반이라는 것을. 때로는 제안서 내용보다는 담당 조직의 선호도와 내부 기준, 제안하는 사람과 담당자 간의 신뢰 형성이 더 중요할 때가 많기도 하다. 나의 제한적인 경험에 따르면 내용이 별로여도 성공할 때가 있었고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타이밍상, 예산상, 내부 사정상의 이유로, 최종 의사결정자의 무관심으로, 탈락할 때도 있었다. 복불복인셈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 제대로 프로젝트 제안서 작성법을 세팅해두면 학습을 통해 계속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안서는 상대방에게 메신저로 대화하듯 정리해서 작성하는 게 효과가 있다
<비즈니스 글쓰기>의 김 마라 님이 말했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템플릿이나 형식보다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상대방에게 메신저로 대화하듯 정리해서 작성하는 게 효과가 있다고. 내 스타일은 최대한 핵심만 명쾌하고 심플하게. 구구절절 자세하 쓰는 것보다 One page proposal을 선호한다. 제안서 구성은 무조건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는 마케팅 경력이 도움이 되기도 했다. 담당자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컨설팅 회사 제안서처럼 화려하고 보기 좋은 제안서보다는 내용이 실하고 요점이 명확한 제안서를 선호한다.
1) 누가 읽는가?
이에 따라 내용 구성이나 형식에 맞춰 작업이 가능하다. 실무자급인지, 임원까지 올라가는지, 구매부 기준이 나 양식이 별도로 있는지. 샘플 제안서 등 관련 정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제안서 초안 작업에 도움이 된다. 담당자의 선호도에 따라 비주얼 측면을 강조할 수 있는 파워포인트로 작업할 것인지 아니면 메시지 위주인 워드나 한글 파일로 작업할 것인지는 그다음 결정하면 된다. 내 경우, 000 재단에게는 워드 파일로 3 페이지 제안서를 제출했었고, 00 대기업에는 담당자분이 비주얼을 여러 차례 강조하셔서 15개의 슬라이드로 구성된 파워포인트로 디자인적인 요소를 담아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3페이지 제안서는 성공이었고, 파워포인트 제안서는 실패였다. 즉, 제안서의 형식보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너무 뻔한가? 근데 진짜 그렇다. 사람은 생각하는 방식, 그리고 보는 눈이 대체로 비슷하다.
2) 무엇을 제안할 것인가?
이 부분이 핵심인데 고객의 기대와 바람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담당자와의 사전 미팅이 중요하다. 이때, 이들이 갖고 있는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담당자가 원하는 성공적인 프로젝트란 어떤 것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질문을 해서 그 이미지를 형상화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담당자와 그 담당자의 윗분들이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상태여야 효과적이고 또한 이분들이 비슷한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작업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제안 내용에는 이 프로젝트의 목적과 타깃, 기대효과, 러프한 KPI와 타임라인, 예산, 팀 구성, 과거 포트폴리오(사례) 등이 포함된다. 혹은 문제(페인 포인트)를 먼저 언급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구성으로 내용을 담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담당자가 언급했던 그 성공적인 이미지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과 프로세스, 제공하려는 특별한 가치(Value)가 제안서 안에 명확하게 잘 담겨야 한다.
3)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차별화 포인트로는 내가 가진 핵심역량, 이전 비슷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인사이트와 경험, 전문가로 구성된 팀, 우리만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이를 통해 어떤 임팩트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과 액션 플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공기업이나 정부기관의 경우, '장애가 있는 여성 대표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을 가장 선호한다고 들었다. 경영 평가 점수 때문이겠지만 이 얘기를 듣고 조금 씁쓸했던 것 기분 탓인 걸로.
4) 기타 마이너 하지만 치명적인 것들
- 데이터는 최신 것으로 사용한다.
- 이미지 사용이나 인용을 한다면 출처를 명기한다.
- 반드시 맞춤법 검사를 하고 제출할 것(공기업은 특히 오타를 용납 못한다...)
- 페이지 수를 넣는다.
- 몇 번을 읽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5)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지금까지 내용을 읽어도 잘 모르겠다면 그냥 프로젝트 제안서를 한 번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글도 많이 써봐야 늘듯 제안서도 마찬가지다. 작성한 프로젝트 제안서에 대한 전문가 피드백을 원한다면 저에게 이메일로 보내주면 된다. (네, 무료입니다^^)